원유=중동산? 깨지는 공식
통상 미국산 원유 수입은 정유사에게는 ‘손해’라고 알려져 있다. 일단 물리적으로 멀어서 중동보다 미국산 원유는 운송비부터 많이 든다. 들여와서도 국내 정유사 공정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져 있어 미국산 ‘경질유’를 쓸 경우 가동률이 낮아져 손해다.
미국산 원유가 과거보다 싸진 것도 사실이다. 거래 시점마다 변동이 있지만 14일 기준 국가별 원유 단가를 보면 두바이유는 배럴당 82.23달러, 서부텍사스유(WTI)는 77.5달러로 WTI가 좀 더 쌌다. 한 국내 정유회사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 원유보다 항상 싼 것은 아니지만, 지원제도까지 고려하면 가격 변동에 따라 더 경제적일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올해 더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상대로 흑자를 내고 있는 상대국들에게 무역 수지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자동차를 필두로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10개국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산 수입을 늘릴 품목은 에너지 부문 외에는 많지 않다. 한국의 미국 수입품목 1~2위가 나란히 원유와 천연가스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가스보다 원유가 수입 확대에 용이하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스는 수입하려면 액화 과정을 거쳐야 해 미국도 당장 수출량을 많이 늘릴 수 없다”며 “에너지의 성질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원유가 무역수지 축소 요구에 대응이 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정유사 측은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운송비와 낮아지는 가동률에 대한 추가 지원, 그리고 향후 경질유에 맞게 공정을 바꾸는 데 대한 비용을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