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혼잡 처음" 160m 줄 늘어섰다…김해공항 아수라장, 왜 [르포]

지난 17일 오전 7시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심사대 부근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7일 오전 7시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심사대 부근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김민주 기자

 
“여기가 출국심사 대기 줄 끝입니다!” 지난 17일 오전 7시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검색대 앞에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린 가운데 대기 줄이 하염없이 길어지자 공항공사 직원이 이처럼 소리 지르며 승객을 안내했다. 왼손에 짐가방, 오른손에 6살 아이의 손을 꼭 쥔 채 헤매던 전상현(41)씨는 “안내가 없었으면 줄 끝을 찾지 못 할 뻔했다”며 “해외 출장 때 김해공항을 자주 이용하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본다”며 혀를 찼다. 비행기 탑승까지 1시간30분이 남았다는 그는 아주 천천히 줄어드는 심사 대기 줄에서 초조한 듯 시계를 흘끔거렸다.

160m 대기 줄 속 ‘사람 병목’ 현상도

출국심사를 기다리는 인파 대기 줄 길이는 160m에 달했다. 심사 시간을 조금이라도 당기려는 이들은 바이오정보 등록대 앞에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에서 여권과 얼굴ㆍ손바닥 정맥 등 정보를 사전 등록하면 전용 검색대에서 더 빨리 심사받을 수 있다. 일부 구간에선 인파로 인한 ‘사람 병목현상’이 생겨 직원이 통제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이 직원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엔 (혼잡이) 더 심하다. 이동하는 승객이 한꺼번에 좁은 구간에 몰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오전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바이오정보 등록대 앞이 순서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민주 기자

지난 17일 오전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바이오정보 등록대 앞이 순서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민주 기자

21일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와 공항공사 측 말을 종합하면 국제선 청사 출국검색대의 이런 혼잡은 지난달부터 극심해졌다. 특히 여객기 출발이 몰리는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엔 승객 쏠림도 심해 일부 여행사는 ‘적어도 3시간 전 공항 도착’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심사 늘어지며 ‘지연 출발’도 속출

이런 문제가 생긴 건 공항 이용객이 늘고 항공기도 증편된 상황에 공항 보안인력 문제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김해공항 이용객은 1575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93%를 회복했다. 작년 12월부턴 정기ㆍ부정기 7개 노선 84편이 증편돼 공항엔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

지난 17일 오전 7시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심사대 부근에서 공항공사 직원이 대기줄이 길어 어디에 줄서야 할지 모르는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7일 오전 7시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심사대 부근에서 공항공사 직원이 대기줄이 길어 어디에 줄서야 할지 모르는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항공사는 이처럼 비행편과 여객이 느는 상황에서 공항 보안인력 수급이 불안정해 혼잡 문제가 더 커졌다고 본다. 공항공사 자회사인 한국공항보안에 따르면 김해공항엔 보안검색ㆍ항공경비 직무 등 보안인력 400여명이 근무한다. 한국공항보안은 지난해 1~11월 사이 약 540명을 채용했는데, 같은 기간 500여명이 퇴사했다. 이들 중 320여명이 자발적으로 퇴직했다고 한다. 현재 김해공항엔 정원 대비 98%의 인력만 근무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7일에도 검색대 9대 중 8대만 가동되고 있었다. 한국공항보안 등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다른 공항보다 비 과도한 근무 일수 등이 퇴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김해공항은 연간 290일, 인천공항 208일 근무한다고 한다. 또 김해공항은 처우도 열악한 편이라고 전해진다. 


지난 17일 오전 7시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 사람이 몰려 일부 구간에 병목현상이 생기자 직원이 통행 순서를 통제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7일 오전 7시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 사람이 몰려 일부 구간에 병목현상이 생기자 직원이 통행 순서를 통제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검색대 통과 시간이 늘어지는 바람에 비행기가 늦게 뜨는 사례도 속출한다. 지난주 중 대한항공과 부산에어에서만 30편 가까운 비행기가 ‘보안검색대 혼잡’ 사유로 지연됐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인력 구조 등 문제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만, 이러면 많은 승객이 항공사를 탓한다. 관련 민원이 치솟아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항공사 요청에 대책회의…개방 시간 당기나

결국 18개 항공사로 구성된 항공사운영위원회(AOC)가 공항공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지난 16일 회의가 열렸다. AOC 측은 특히 설 연휴 기간이 되기 전 검색대 혼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지난 17일 오전 7시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심사대 부근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7일 오전 7시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심사대 부근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김민주 기자

공항공사 관계자는 “기존 오전 5시40분인 청사 개방 시간을 앞당겨 승객이 더 일찍 수속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CIQ(세관ㆍ출입국관리ㆍ검역기관)와도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대기열 혼잡을 줄이려 안내 직원 20명을 투입한 상태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24일부터는 8명을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