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8조82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3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2%, 15% 증가해 시장 기대치를 소폭 상회했다. 지난 22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전망치 평균)는 매출 19조7103원, 영업이익 8조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로도, 연간으로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역시 효자는 HBM
HBM을 제외한 반도체 시장 업황은 스마트폰, PC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침체로 부진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본격화됐다. PC용 D램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4개월 사이 35.7% 하락했다. 범용 메모리는 여전히 SK하이닉스 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 같은 메모리 가격 하락이 영업이익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낸드 역시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2일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생산량 확대로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라며 “마이크론은 이미 낸드 감산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생산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업황에서도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메모리 반도체 수퍼 호황기로 꼽히는 2018년 영업이익 기록(20조8437억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시장 기대치도 커지면서 6개월 전 7조9555억원이던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8조원으로 소폭 올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3조에서 7조 원대로 떨어졌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은 만큼 하락 사이클 영향을 제한적으로 받았다”라고 말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양극화 구간에서 HBM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계속되는 HBM의 시간
SK하이닉스는 올해 5세대 제품인 HBM3E 공급을 늘리고 6세대 HBM4도 적기에 개발해 고객 요청에 맞춰 공급할 방침이다. 차세대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와 LPDDR5(저전력DDR5) 생산에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추진하며, 낸드는 수익성 중심 운영과 수요 상황에 따라 유연한 판매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시황 조정기에도 과거 대비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 체질을 갖췄다”며, “앞으로도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위주로 투자를 이어간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