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연 승객, 영웅인 척 말라…자칫 엔진 빨려들어갈 수도" [에어부산 화재]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에서 비상 탈출문을 승무원이 아닌 승객이 직접 열고 탈출한 것을 두고 승무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자 항공사 직원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 26분쯤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BX391편에 탑승해 이륙을 준비 중이던 승무원은 기내 뒤편 주방에서 대기 중 닫혀있던 오버헤드빈(머리 위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목격해 관제탑에 상황을 보고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일부 승객은 승무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으나 연기가 거세졌는데도 비상탈출을 위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승객들이 직접 문을 열고 탈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별도의 기내 대피 명령이 없었다며 승무원들의 대응 미흡을 지적했다.

승무원의 대처에 불만을 표하는 승객 인터뷰가 보도되자 2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승객들을 향해 “마음대로 영웅인 척하지 말라”며 억울함을 내비치는 항공사 직원들의 글이 쏟아졌다.

에어부산 직원 A씨는 “속상한 마음에 댓글 단다”며 “승무원의 임무 1순위는 비상탈출과 탈출 대비 업무다. 비상 상황 발생 시 내·외부의 상황을 판단하고 탈출시켜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만약 외부에서 난 불이라면, 엔진이 작동하고 있어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면 어떡할 거냐”며 “강제로 연 문이 안전했으니 다행인 거지 절대 잘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에 승무원은 모든 승객을 대피시킨 후 마지막에 내릴 수 있다. 자기 목숨 걸고 뭉그적거렸을 리 없다”고 단언했다.


에어부산 직원 B씨도 비상문을 열었을 때 일어났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고 가능성을 나열하며 “제발 마음대로 행동하고 영웅인 척 인터뷰하지 말아달라.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직원 C씨는 “우리는(승무원은) 제일 마지막에 나가는 게 매뉴얼이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그래서 사고가 나면 내 목숨 걸어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그러니 비행기에서는 제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달라”며 “승객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지만 다 매뉴얼에 기반해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티하드항공 직원 D씨는 “리튬배터리 화재면 그에 맞는 매뉴얼이 있다”면서 “소화기로 초기 진압 후 물로 채운 컨테이너에 넣어버린다. 비행기 날개에 기름이 있기 때문에 탈출 먼저 시작했다가 불이 너무 빨리 번지면 폭발로 다 같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승무원은) 불이 작을 때 진압하고 탈출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한편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총 176명(승객 169명, 승무원 6명, 정비사 1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여객기 기내 뒤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발생 1시간 16분 만인 오후 11시 31분 완전히 진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