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 안부를 물을 때 꼭 들어가는 게 '건강'이죠. 특히 겨울철엔 심장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점검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명절 기간 부모님 심장 건강의 5가지 체크리스트를 연재합니다. 세번째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도윤 교수가 전하는 '40대부터 주의해야 할 심장 판막 질환'입니다.
설연휴 부모님 심장 건강 챙기는 법 ③
혈액의 일정한 흐름을 돕는 ‘판막’
사람의 심장은 경계가 분명한 4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방과 방 사이에는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적절하게 여닫는 문이 필요한데 이 구조물을 ‘판막’이라고 부른다. 대동맥판, 승모판, 삼첨판, 폐동맥판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많은 압력을 받아 주로 문제가 발생하는 부위는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이다. 노화로 인해 판막이 낡거나 석회화되면 판막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고령일수록 판막 건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판막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심장판막 질환은 판막의 개폐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판막이 뻣뻣해져 제대로 열리지 않아 혈액이 충분히 통과하지 못해 심장이 더 강하게 작동해야 하는 ‘협착증’,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역류증(폐쇄부전증)’이 대표적이다. 동일한 판막에 협착증과 역류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판막질환’도 있다.
심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
수술 없이 판막질환을 치료하는 법
노화로 인해 대동맥판막이 딱딱해져 제대로 열리지 않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나, 판막이 닳아서 제대로 꽉 닫히지 않는 폐쇄부전증의 경우에는 인공 대동맥판막으로 갈아 끼워 주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 이른바 ‘타비(TAVI)’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타비 시술은 허벅지의 동맥혈관을 따라 풍선을 심장판막에 도달시킨 후,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서 풍선을 부풀리고 그물망 형태의 인공판막 스텐트를 넣어 기존의 판막을 대체하는 시술이다. 수술이 어려운 고위험, 고령 대동맥판막질환 환자들에게는 타비 시술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기존에는 대동맥판막에만 타비 시술이 가능했지만, 지난 2003년 4월 경피적 승모판막 재치환술(TMVR)이 신의료기술로 승인되면서 승모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갈아 끼워주는 시술도 가능해졌다. 혈액의 흐름에 따라 인공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방향만 타비와 반대로 바꿔서 시술하면 되기 때문에 타비를 시술할 수 있는 의료진이면 승모판막 재치환술도 가능하다. 인공판막이 승모판막 위치에 잘 자리를 잡고 작동하는지 혈관조영술 및 심초음파 검사를 이용해 기능을 확인하게 되면 시술이 종료된다.
승모판 역류증을 치료하는 ‘승모판막클립(마이트라클립)’이라는 시술도 있다. 승모판막클립 시술은 승모판막을 구성하는 두 개의 판 사이를 클립처럼 집어서 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생기는 빈틈을 없애 혈액 역류를 감소시키는 시술이다. 과거에는 수술 위험도가 높은 고령의 환자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는 수술이 어려워 중증 승모판 역류증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승모판막클립 시술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
판막 질환은 일찍 발견하고 큰일을 겪기 전에 미리 관리하는 것이 제일이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참지 말고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판막 질환은 점차적으로 심장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정기적인 심장검사로 조기에 발견하고 주치의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금연 후 1년이 지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절반으로 감소하며 15년이 지나면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과 위험도가 비슷해지니 하루라도 빨리, 오늘 당장 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밖에도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을 줄이는 건강한 식사와 운동, 체중 감량, 동반질환 관리를 통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심혈관 질환에는 완치가 없다. 관상 동맥 중재 시술이나 관상 동맥 우회 수술을 받았다고 질환이 완전히 낫는 것이 아니다. 시술이나 수술을 받았다고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협착이 재발하거나 스텐트 혈전증을 겪을 수도 있다.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약물치료는 꾸준히 병행해야 하며, 치료 후에도 금연, 운동, 투약 세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