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개장한 수원 일월수목원은 널찍한 온실을 갖췄다. 지중해, 호주 등 건조기후 식물이 많다.
긴 연휴가 끝나가는 때라 멀리 나가기가 부담스럽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갈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경기도 수원시는 어떠신가. 2023년 개장한 수목원이 있고, 신진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시립미술관도 있다. 2024년 ‘한국 관광의 별 올해의 관광지’로 선정된 수원 화성과 행궁동도 빼놓을 수 없겠다. 흥미롭게도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들이 수원을 배경 삼았다.
일월수목원 온실은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이국적인 분위기의 옥상 정원으로 등장했다.
수원시는 2023년 5월 수목원 두 곳을 개장했다. 평지형 수목원인 장안구 '일월수목원'과 산지형 수목원인 영통구 '영흥수목원'. 수원시민을 위한 쉼터로 조성했지만 외지인 방문객도 많다. 특히 일월수목원은 매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몰려든다. 지난해 봄 방영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다.
일월수목원은 일월저수지 주변에 조성했다.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면서 고니·기러기 같은 겨울 철새를 구경해도 좋지만 겨울은 아무래도 춥다. 방문객 대부분은 온실을 찾는다. 온실 면적은 3036㎡로 서울식물원 온실(7602㎡)의 절반 크기도 안 된다. 그래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지중해‧호주‧남아공이 고향인 식물 302종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싱그럽다. 공립수목원 최초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도 받았다.
일월수목원 온실에 활짝 핀 호주매화. 2월 이후 더 많은 꽃이 피면 온실 안에 매화 향이 그득하단다.
요즘 온실에는 유리호프스펙티나투스‧레몬병솔나무‧방크시아 등 여러 꽃이 개화해 눈부시다. 일월수목원 윤동규 주무관은 “건조기후 식물은 2~4월 집중적으로 개화한다”며 “봄에는 야외 정원의 벚꽃도 아름답지만 온실 속 식물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월수목원에서는 '정원가, 다산' 전시도 진행 중이다. 다산은 촛불로 식물에 조명을 비춰 그림자를 감상하기도 했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일몰 명소다. 통창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어서다. 방문자센터에서는 6월 15일까지 ‘정원가, 다산’ 전시도 진행한다. 수원 화성을 설계한 정약용의 정원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방문자센터만 방문하면 수목원 입장료(어른 4000원)를 안 내도 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화성 행궁 바로 앞에 있어서 찾아가기 쉽다. 데이트 명소인 행리단길도 가깝다.
화성행궁 바로 앞에 자리한 수원시립미술관도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개관 10년째를 맞는 미술관은 고도 제한 때문에 2층 높이로 낮고 넓게 설계했다. 대신 사선을 강조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미술관은 3월 3일까지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기획 전시를 진행한다. 토끼가 달걀을 가져다준다는 서양 부활절 전설에서 착안한 전시다. 신진 작가의 시선으로 수원의 숨겨진 면모를 묘사한 회화‧사진‧설치 작품을 볼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감상 중인 사람들. 미술관은 매주 금요일 39세 이하 청년에게 무료 개방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켈리그라피 수업, 수원시립교향악단의 공연 등 문화 이벤트도 다채롭게 진행한다. 수원시립미술관 이기석 교육홍보팀장은 “30~40대 가족여행객, 젊은 커플이 주요 방문객”이라며 “매주 금요일은 39세 이하는 무료 입장이어서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라고 말했다.
행리단길에서도 인증샷 명소로 통하는 '선재 업고 튀어' 촬영지.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줄지어 있다.
수원 화성과 함께 ‘한국 관광의 별 올해의 관광지’로 선정된 행궁동은 ‘행리단길’이라 불리는 골목이 유명하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김혜윤)의 집으로 나왔던 카페 앞은 늘 장사진을 이룬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관광객 실비아는 “이 카페 한 곳을 보기 위해 수원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수동에 자리한 카페 그루비. 빈티지 소품과 읽을 만한 책이 많아 차분히 머물기 좋다.
행리단길이 너무 상업화했다며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외국어 간판을 단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카페, 사진관 등이 들어찬 골목 풍경은 서울 익선동이나 경주 황리단길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차라리 정조로 건너편 북수동과 매향동 쪽이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기 좋았다. 어둑한 실내에 빈티지 소품이 그득한 ‘카페 그루비’, 일러스트 작가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 ‘백년서점’이 인상적이었다.
수원=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