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영국 경제분석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제시했다. 지금껏 국내외서 나온 공식 전망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말 전망치(1.5%)보다 0.4%포인트 낮다. CE는 한국의 정치적 위기와 건설 경기 악화가 성장을 제한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도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중이다. 최근 씨티은행은 전망치를 직전 1.5%에서 1.4%로, JP모건은 1.3%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도 1.7%에서 1.5%로 눈높이를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하강국면의 여파로 한국 수출이 꺾일 조짐이라는 점과 소비 심리 침체 및 소비 회복 지연을 저성장의 배경으로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한국은 대내외 역풍(headwinds)에 직면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재정을 풀어 성장률 둔화를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통화정책은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고려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낸다면, 미국과의 금리 차가 커져서 이미 낮은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기(환율은 상승) 때문이다. 이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우려를 키울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추경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예산의 67%를 집행하기로 했지만, 이런 조기 집행만으로는 내수 활성화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예정처는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을 통해 상반기 중에는 경기 진작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겠으나, 재정지출이 상반기보다 줄어드는 하반기에는 성장의 하방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추경과 관련해 “15조~20조 정도로, 시기는 가급적 빨랐으면 한다”며 “발표가 늦어지면 경제 심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제언했다.
예산 조기 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던 정부도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다.
모건스탠리는 추경을 집행한다면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정부가 20조원에 달하는 추가 패키지(추경)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규모 기업과 저소득·고부채 가구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통해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편성을 검토하되 이를 통해 서민을 우선 지원하고, 기업이 기술인력 고용을 유지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만 추경 편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