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거듭하다 尹·이상민 사건 모두 공수처서 검·경으로

공수처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관련 사건을 경찰과 검찰에 반환했다고 4일 밝혔다. 뉴스1

공수처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관련 사건을 경찰과 검찰에 반환했다고 4일 밝혔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요 수사 대상자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검찰과 경찰에 반환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사건이첩 요구권을 발동해 검·경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약 50일 만이다. 공수처는 그간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바탕으로 내란죄를 관련 범죄로 인지해 수사할 수 있는지 검토했으나 ‘수사 불가’ 결론을 내리며 사건을 검·경에 돌려보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JTBC·한겨레 등 특정 언론사와 여론조사업체인 ‘여론조사 꽃’에 대한 단전·단수를 시도한 혐의 등을 받는다. 윤 대통령은 계엄 직후 이같은 지침이 적힌 문건을 보여줬고, 이 전 장관은 경찰청장·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봉쇄를 위한 단전·단수 지시를 이행했다는 내용이 윤 대통령 공소장에 담겼다.

'직권남용 미수' 처벌조항 없어 

공수처는 이상민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 단수 시도가 직권남용 미수에 해당해 내란죄를 관련 범죄로 수사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뉴스1

공수처는 이상민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 단수 시도가 직권남용 미수에 해당해 내란죄를 관련 범죄로 수사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뉴스1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의 내란 혐의를 수사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이 실패하며 직권남용죄가 미수에 그쳤고, 이에 따라 처벌 역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형사소송법상 직권남용죄는 미수범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바탕으로 내란 혐의까지 수사한 방식을 이 전 장관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공수처의 법리 검토 결과다. 

공수처는 같은 이유로 한덕수 국무총리의 내란 혐의 사건 역시 경찰에 반환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다른 국무위원들과 경찰 지휘부 등 잔여 사건 수사에 주력할 예정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수사해 관련 범죄로 내란죄까지 넘어갈 경우 법원에서 (수사 권한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사건 반환 배경을 설명했다. 직권남용 혐의점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란 혐의를 수사할 경우 법원에서 수사권이 없는 사건에 대한 위법 수사로 판단해 공소 자체가 기각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다만 결과적으로 공수처의 사건이첩 요구권 발동은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검·경의 수사 지연 등의 난맥상을 유발하는 무리수가 됐다.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송부받은 후 구속 기간을 연장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불허하며 보완수사 없이 곧장 기소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송부받은 후 구속 기간을 연장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불허하며 보완수사 없이 곧장 기소했다. 연합뉴스

공수처의 반환 결정으로 애초에 사건이첩 요구권을 발동한 근거였던 중복수사 방지 역시 무색해졌다. 이 전 장관 사건을 검·경 양측에 모두 반환하며 두 수사기관은 또다시 내란 혐의 등을 중복해서 수사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은 이 전 장관에 대해 8개 혐의를, 경찰은 3개 혐의를 적용하는 등 범죄 혐의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부 차이가 있지만 내란중요임무종사라는 핵심 혐의는 동일하다.  

주요 국면마다 수사권·기소권 논란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TF(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지난 두 달간 검사·수사관 전원을 투입해 수사를 이어왔다. 하지만 수사의 주요 국면마다 수사권·기소권 부재에 가로막혀 논란을 거듭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 역시 사건을 이첩받아 한 달간 단독으로 수사를 이어왔지만,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불법 수사’ 주장을 이어가며 공수처 수사에 전면 불응했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의 경우 공수처법에 규정된 수사 대상이 아니고, 직권남용죄의 경우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기소는 물론 수사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대통령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출석 통보와 강제 인치 등 수사에 전면 불응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대통령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출석 통보와 강제 인치 등 수사에 전면 불응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공수처의 수사권·기소권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전담해서 수사한다는 출범 취지와 달리 실제론 공수처법상 공수처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대상자와 대상범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공수처는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다. 윤 대통령을 구속한 지 5일 만인 지난달 23일 공소 제기를 요구하며 사건을 검찰에 송부한 것 역시 기소권이 없어서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상민 전 장관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데도 내란죄 수사에 나설 경우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위법한 수사를 한 게 되고, 재판 과정에서 내란죄 수사 결과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며 “공수처에 내란·외환죄 수사권이 없는 것과 대통령·국무위원에 대한 기소권을 갖지 못한 것은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약 없는 신규 검사 임용 

현재 공수처 수사1부와 2부는 부장검사와 평검사가 한 명도 없는 폐부 상태다. 공수처 홈페이지 캡처

현재 공수처 수사1부와 2부는 부장검사와 평검사가 한 명도 없는 폐부 상태다. 공수처 홈페이지 캡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 역시 공수처 수사의 발목을 잡은 요소다. 공수처의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계속된 이탈과 임기 만료 등으로 현재 수사검사는 12명뿐이다. 특히 6명의 부장검사 정원 중 4명이 공석이고, 수사1·2부는 부장은 물론 평검사조차 한 명도 없이 비어 있는 상태다. 공수처는 신규 검사 임용을 위해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 총 7명의 검사 임명을 제청했지만 그 사이 임명권자였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안을 재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권한 범위에 비해 조직과 인력을 너무 작게 만들었고, 이런 구조적 문제가 이번 비상계엄 수사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공수처의 인력과 규모의 한계로 비상계엄 사태처럼 이런 거대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