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주52시간 예외' 양보 제안…최 대행측 "앙꼬 없는 찐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 종합토론'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 종합토론'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일부 반도체 연구직 종사자에 한해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 제정안 조항을 두고 정부와 야당의 입장이 다시 엇갈리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52시간 예외 적용 관련 조항이 빠진 반도체특별법 처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주52시간과 관련된 내용 없이 통과되는 반도체특별법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특별법에 특별한 내용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재계와의 만남에서 “100개 하려다가 안 하는 것보다야, 50개라도 먼저 하는 게 낫지 않으냐”며 52시간 적용 예외 추진에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재계 참석자는 “이 대표가 ‘경제계가 양보해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뺀 나머지를 우선 처리하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의견을 물었는데 (재계 측에서) 아무도 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그런 발언은 지난 3일 국회 토론회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 대표는 당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주52시간 예외에 전향적 입장을 밝혔는데, 이틀 만에 입장을 바꾼 모양새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반도체특별법엔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지원 및 기업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과 ▶고액 연봉을 받는 반도체 R&D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를 인정해주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이 담겨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에선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뺀 특별법을 먼저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었는데, 이 대표가 여기에 힘을 실어준 것처럼 된 것이다.


또 다른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 52시간 문제 논의를 미루면 재논의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노동 시간이 과도하다는 야당의 우려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중국에서 딥시크가 출시되는 등 격화되는 전 세계 AI(인공지능) 전쟁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최 대행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곧바로 시작해도 우리와 경쟁하는 주요국을 따라잡고 민생을 살리기에 충분치 않다”며 “2월 중 반도체특별법은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말한대로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 순차 처리 입장을 정할 경우 여야 합의로 법안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작아지는 양상이다.

야당에선 주52시간 예외 대신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반도체특별법에 넣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특별연장근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업무량 급증 상황에선 4주 이내(연구개발은 3개월 이내)로 주12시간 초과 근로를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반도체 종사자에 한해 인가 기간을 지금보다 늘리거나, 허가 기준을 완화해 주52시간 적용 예외 효과를 누리게 하자는 게 일부 야당 측 인사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근로연장 제도도 배제할 수는 없는 옵션”이라면서도 “기업 측에선 제도상 한계가 많아 효과가 떨어진단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