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정책 폐기하고, 지도 변경하고...빅테크의 ‘트럼프 코드’ 맞추기 [팩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신임 정부 기조에 맞추려는 빅테크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사내에서 가동 중이던 다양성 프로그램들은 줄줄이 지워나가고, 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지도 앱 상 특정 지역의 명칭도 변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PA=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13일(현지시간)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오픈AI가 자사 홈페이지에서 DEI 프로그램 추진에 대한 의지를 담은 웹사이트 페이지를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는 ‘DEI에 대한 의지(commitment-to-dei)’란 페이지 이름을 ‘역동적인 팀 구축(building-dynamic-teams)’으로 바꿔 웹사이트를 개편했다. 새 페이지엔 DEI에 대한 설명 대신 “오픈AI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토론할 때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어떤 의미야

빅테크들의 ‘트럼프 코드’ 맞추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DEI 정책은 기업이 직원을 채용하거나 근무 환경을 조성할 때 인종·종교·성 정체성 등 다양성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포용력 있는 조직 문화를 꾸리는 걸 목표로 한다.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경 진입으로 사망한 이후 전임 대통령인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기업·학교·공공기관·주 정부에 적극적으로 DEI 도입을 독려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연방정부 차원의 DEI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흐름이 확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 달 동안 메타·아마존·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줄줄이 DEI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오픈AI는 지난달 28일 미 정부 기관용 업무보조 인공지능(AI) 챗봇을 제작한다고 밝힌 데 이어 DEI와도 거리를 두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교감 폭을 늘리고 있다.


또 알아야 할 것

빅테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도 발을 맞추고 있다. 애플은 11일(현지시간) 자사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일인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남부와 멕시코 동부 사이에 있는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꾸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애플보다 먼저 구글 지도를 ‘미국만’으로 수정한 구글은 최근 ‘구글 캘린더’에 그동안 자동 표기된 여러 소수인종 기념일 등을 삭제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를 기리는 ‘흑인 역사의 달’(2월)을 사용자가 직접 기념일로 추가하도록 서비스를 변경했고, 6월 ‘세계 성소수자 인권의 달’ 역시 캘린더 정보에서 제외했다. 이외에도 히스패닉·유대인·원주민 문화유산의 달, 홀로코스트 추모일 등이 캘린더에 자동으로 뜨지 않도록 했다. 구글은 많은 문화권의 이벤트를 모두 기재하기 어려워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으로는

빅테크의 트럼프 ‘코드 맞추기’가 계속되면서 다른 국가 등과의 분쟁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는 지도에서 멕시코만의 이름을 바꾼 인터넷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구글과 분쟁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