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선사고대관 재개관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가 고구려실을 둘러보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것은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의 디지털 프린트 족자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4/28943953-cbac-4dd8-9675-9ec3a6470d5f.jpg)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선사고대관 재개관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가 고구려실을 둘러보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것은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의 디지털 프린트 족자다. 연합뉴스
14일 언론에 공개된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의 새 고구려실 얘기다. 박물관은 이날 2년여에 걸친 선사고대관 개편 결과로 새롭게 구성한 구석기실, 신석기실, 청동기실, 고조선˙부여˙삼한실, 고구려실과 총 1156건 1807점의 유물을 공개했다. 1층 상설전시실의 4분의 1에 달하는 영역이다.
가장 눈길을 끈 건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개편된 고구려실. 전시실 규모를 키우면서(208.6㎡→365.2㎡) 처음으로 상설전시되는 고구려(기원전 37년~서기 668년) 유물이 확 늘었다. 2000년대 이후 한강 유역을 비롯한 한반도 중부권 발굴 성과가 반영됐다.
2011년 연천 무등리 보루(堡壘)에서 출토된 비늘갑옷은 온전하게 수습된 찰갑(札甲) 한 벌 그대로 전시됐다. 쇠로 만든 손바닥만 한 비늘을 이어 만든 이 찰갑은 바닥에 주저앉은 형상으로 발굴돼 관심을 끌었다. 북한·중국 등 고구려 옛 영토에서 갑옷 조각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한 벌이 통째 발굴된 사례로는 유일하다.
![2011년 연천 무등리 보루(堡壘)에서 출토된 고구려 비늘갑옷(5~6세기). 고구려 찰갑이 한 벌 그대로 수습된 유일한 사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4일 개편 공개한 고구려실에 처음으로 상설전시됐다. 강혜란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4/4322f2ba-d13f-487f-93a3-3ddd4bf1ec67.jpg)
2011년 연천 무등리 보루(堡壘)에서 출토된 고구려 비늘갑옷(5~6세기). 고구려 찰갑이 한 벌 그대로 수습된 유일한 사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4일 개편 공개한 고구려실에 처음으로 상설전시됐다. 강혜란 기자
5세기 말 남하 정복전쟁을 펼친 고구려는 475년 백제 위례성을 점령하고 한강 유역을 확보하면서 아차산과 용마산 일대 주요 봉우리에도 촘촘하게 보루를 축조했다. 이번 개편에선 이 일대에서 발굴된 토기와 기와 조각 등을 다수 전시해 고구려 군사들의 병영 생활도 상상하게끔 했다.
조선총독부박물관(1915~1945) 시절부터 확보된 유물도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해 전면에 배치했다. 일본 학자 도리이 류조(鳥居龍蔵)가 중국 지안(吉安)현 일대 고구려 유적을 조사한 기록물(1916년)도 처음 상설전시됐다. 광개토대왕릉비와 장군총, 오회분 및 산성하고분군 일대를 그린 채색 삽화와 실측 도면이 실려 있다. 이 유물은 박물관이 제작한 ‘광개토대왕릉비 디지털탁본 족자’ 인근에 배치해 광개토대왕릉비의 실제 위치와 의의를 보다 분명히 했다. 박물관은 지난해 원석탁본 청명본을 바탕으로 한 광개토대왕릉비 미디어타워를 설치하면서 탁본 족자를 제작했다.
![고구려 벽화고분인 강서대묘의 천장화. 사각형 돌을 엇갈리게 쌓아 천장을 올리는 고구려 고분의 전형적인 특징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4일 개편 공개한 고구려실에 처음으로 상설전시됐다. 강혜란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4/a1c96ebd-d089-45b7-9abd-868614376efe.jpg)
고구려 벽화고분인 강서대묘의 천장화. 사각형 돌을 엇갈리게 쌓아 천장을 올리는 고구려 고분의 전형적인 특징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4일 개편 공개한 고구려실에 처음으로 상설전시됐다. 강혜란 기자
이 밖에도 굵은고리귀걸이와 은팔찌 등 고구려의 장신구도 수량을 확대 전시했다. 특히 연천 강내리 고분군에서 나온 은팔찌는 백제 무령왕릉 유물과 비슷한 제작방식이란 점을 명시해 고구려와 백제 간의 문화적 교류과 공통성을 돋보이게 했다.
전시실 개편을 담당한 김태영 학예연구사는 “2000년대 이후 발굴·연구 성과를 반영하면서 정복국가로서의 고구려의 특성뿐 아니라 당대 고구려인의 생활상까지 엿보게 함으로써 역사 속 고구려를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이 새롭게 단장한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선사고대관, 구석기실~고구려실을 새롭게 단장해 오는 15일부터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먼저 전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시품 관련 영상·그래픽을 확충하고 연출 기법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 전시실이 시대순으로 구성돼 있던 것과 달리, 관람객이 자신의 관심사 등에 따라 선사 영역 전시(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와 고대 영역 전시(고조선·부여·삼한, 고구려, 백제, 신라)를 선택해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를 바꾸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4/9fd4d859-15dc-4e62-918c-4bc4c912dc13.jpg)
1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이 새롭게 단장한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선사고대관, 구석기실~고구려실을 새롭게 단장해 오는 15일부터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먼저 전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시품 관련 영상·그래픽을 확충하고 연출 기법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 전시실이 시대순으로 구성돼 있던 것과 달리, 관람객이 자신의 관심사 등에 따라 선사 영역 전시(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와 고대 영역 전시(고조선·부여·삼한, 고구려, 백제, 신라)를 선택해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를 바꾸었다. 뉴스1
박물관의 고구려실 강화는 중국의 동북공정(고구려와 발해 등이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측 역사왜곡)에 맞서 국내 고고역사학계가 발굴·연구를 심화한 게 바탕이 됐다. 고구려는 건국수도(졸본성)와 천도한 국내성·평양성이 모두 남한 외곽에 있지만 5세기 중엽 한강 유역으로 진출해 551년 신라·백제 연합군에 패퇴하기까지 100여년간 이 일대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 한반도 중부권에 남아있는 고구려 유적·유물은 백제·신라와의 관계 속에 삼국시대 역사를 뒷받침할 수 있다.
선사고대관 전체로 보면 한반도의 구석기·신석기·청동기 문명 발달을 거쳐 고조선·부여·삼한시대에 이은 고구려 건립이 시간순으로 다가온다. 특히 전시실 마지막의 벽면에 제시한 고구려 주요 유적 분포도가 눈길을 끈다. 한반도는 물론 현재 중국 영토까지 아우르는 지도를 통해 고구려의 영토확장 과정을 실증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중국 측 역사왜곡에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고구려 주요 유적 분포도. 국립중앙박물관이 14일 개편 공개한 고구려실 벽면에 게시됐다. 강혜란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4/9ed45681-6b8c-48cb-b4d5-7c7cbad35444.jpg)
고구려 주요 유적 분포도. 국립중앙박물관이 14일 개편 공개한 고구려실 벽면에 게시됐다. 강혜란 기자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00년대 들어 박물관이 일제강점기 유물 조사보고서를 순차적으로 내면서 축적한 고구려 연구 성과가 이번에 본격 반영됐다”면서 “중국 동북지역과 북한, 남한까지 아우르는 고구려 유물을 한데 모음으로써 고구려 전체와 우리 고대사를 한층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