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 무역과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서명을 들어보이고 있다. AP](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4/4db3973d-c290-418c-8718-523a90cc72dd.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 무역과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서명을 들어보이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상호 무역과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성을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우리가 그들(교역국)에게 청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우리에게 청구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관세를 매길 땐 교역 상대국의 관세뿐 아니라 비(非)관세 장벽, 환율 정책,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불공정한 규제까지 반영하겠다고 했다.
배석한 상호 관세 ‘집행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국가별로 일대일로 다룰 것”이라며 “국가별 조사와 협상을 거쳐 관세율을 차등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명령은 4월 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즉시 부과하지 않기로 한 건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 입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어 뜻 그대로라면 한국과는 거리가 있다. 일찌감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만큼 대미 수출입 품목의 98%에 상호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무역 적자도 문제 삼는 트럼프에겐 의미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對)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 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중국·멕시코·베트남·아일랜드·독일·대만·일본에 이어 무역 흑자 규모 8위다. 실제 서명에 앞선 브리핑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중국 공산당 같은 전략적 경쟁자든,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같은 동맹국이든 관계없이 모든 나라가 다른 방식으로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특정해 언급한 만큼 상호 관세 부과는 시간 문제란 얘기다.
결국 트럼프가 걸고 넘어질 비관세 장벽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매년 펴내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비관세 장벽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NTE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관련 규제(온라인플랫폼법)가 구글·메타 등 미국 빅 테크만 규제할 것을 우려했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규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NTE는 한국에 대해 ▶자동차 배기가스 부품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 연령 제한 ▶미국산 블루베리·사과·배 등 수입 제한 ▶지도 정보 등 위치기반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 ▶의약품 가격 책정 및 보험 급여 관련 불투명성 ▶미디어·통신·전력 등 외국인 투자 제한 등 규제를 문제 삼았다.
![박경민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4/f61b1506-70a5-44de-9628-d70b968f528a.jpg)
박경민 기자
‘각자도생’에 나설 경쟁국과 차별화할 한국만의 강점도 앞세워야 한다. 한국은 경제와 안보 모두 미국에 의존하지만, 미국에도 한국은 반도체·조선 등 산업에서 핵심 파트너이자 동북아 정세 ‘균형추’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대미 투자 1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은 다르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며 “예외를 허용해달라는 메시지를 지속해 내는 것도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단 대책을 마련하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4월 1일 전까지 양국 간 대화 채널을 마련해 경쟁국보다 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대비에 나섰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미국 측의 핵심 관심 사항을 파악하고, 산업통상자원부ㆍ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의 취약점과 비관세 장벽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미국에 설명할 자료를 준비하는 등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 간 첫 회담도 열린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5일 독일에서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을 계기로 한·미 외교부 장관 회담을 갖는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는 17일부터 워싱턴DC를 방문해 상무부와 USTR 등 통상 당국자를 만난다. 민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끄는 경제사절단이 19∼20일 워싱턴DC를 방문해 정·재계 인사와 면담한다. 무협도 3월 중순 윤진식 회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보내 미국 남부(애리조나·텍사스·테네시) 주 정부 인사와 면담할 예정이다.
한편 기재부는 ‘한국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13.6%’라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최혜국 대우 관세율은 약 13.4%지만, FTA 체결로 현재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0.79% 수준(환급 미포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급을 고려하면 더 낮은 수준”이라며 “미국에서 수입되는 공산품에는 0%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