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나루히토 일왕 내외가 새해 맞이 인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8/c5256844-3fd9-45f5-a101-dd1a886f993a.jpg)
지난 1월 나루히토 일왕 내외가 새해 맞이 인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회동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은 결혼 후 여성 왕족의 신분 유지 등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헌법 상 평등을 근거로 찬성하며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공산당은 아예 ‘여성 일왕’은 물론 ‘여계 일왕’을 정식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성 일왕은 물론, 여성 왕족이 낳은 자손도 일왕으로 후계를 이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 왕실 전범(典範)에 따르면 왕위는 ‘남계 남자’ 계승을 원칙으로 한다. 일본 왕실 부계 혈통 가운데 남성만 왕위를 이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규정과 함께 왕족 여성들은 왕족 이외의 사람과 결혼하면 왕족 신분을 잃었다. 궁내청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8명의 여성 왕족이 결혼으로 왕족 신분을 잃었다.
왕족 감소가 왕위 후계 우려로 이어지자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중의원 의장은 지난달 말 “이번 국회 중에서 일정 정도의 결론을 내고 싶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후 여성 왕족의 신분 유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런 논의 배경엔 왕족 수 감소로 인한 후계 문제가 있다. 나루히토(徳仁·64) 일왕에겐 아들이 없어 현행대로라면 왕위 계승은 동생인 후미히토(文仁·59) 왕세제와 그 아들인 히사히토(悠仁·18) 왕자가 잇게 된다. 현재 총 16명 왕족 가운데 히사히토 왕자를 제외하면 미혼인 왕족은 5명으로 전원이 여성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왕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코 공주.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8/141d1bda-7e09-4bfd-928e-e4b04ea87829.jpg)
지난해 10월 일본 왕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코 공주. AP=연합뉴스
여성 일왕 논의가 끊이지 않는 또 다른 배경에는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愛子·23) 공주가 있다. 10년 넘게 사용한 7000원대 물병이 주목을 받을 정도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4월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선 여성 일왕에 대한 찬성 의견이 90%에 달하기도 했다.
일본의 여성 왕위 계승 논란은 유엔에서도 오랜 시간 거론되는 문제기도 하다.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차례에 걸쳐 남성만 왕위 계승을 가능하도록 한 왕실 전범 개정을 권고하고 있다. 여성도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지만 일본 정부 입장은 완강하다. “국가 기본과 관련된 사안으로 인권과 관련 없다”는 것이다. 불쾌감을 드러내 온 일본 정부는 최근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기여금 사용처 가운데에서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배제해달라는 요구를 전하기도 했다. 매년 약 2000만 달러(약 288억원)에서 3000만 달러(약 433억원)를 내는 일본 정부가 권고안에 반발해 ‘실력 행사’를 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