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밈 코인' 몇 시간만에 94% 폭락…아르헨 대통령 탄핵 위기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AFP=연합뉴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민간 프로젝트라고 홍보한 암호화폐 ‘리브라(LIBRA)’ 밈 코인이 단 몇 시간 만에 폭락하자 탄핵 위기를 맞았다.

17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전 트위터)에  “자유주의 아르헨티나는 성장한다!!!”며 솔라나 기반 밈 코인 리브라를 홍보했다. 그는 관련 링크를 공유하면서 “이 민간 프로젝트는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을 장려하고 아르헨티나의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자금을 지원하는 데 전념할 것이다. 전 세계가 아르헨티나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라고 덧붙였다.

밀레이 대통령의 홍보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리브라 밈 코인 시세는 한 때 4.978달러(7184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0.19달러(274원)까지 급락했으며, 최고가 대비 현재 94% 떨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리브라의 초기 자금 흐름과 대량 매도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소수의 계정에서 대량 매도세가 나왔으며, 이를 현금화해서 빼돌리면서 급락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를 전형적인 작전 사기 방식인 ‘러그 풀’(RUGG PULL) 사건으로 보고 있다.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합법적인 투자를 유치해 가치를 끌어올린 뒤 지분을 매각하는 수법을 의미한다. 출시 당시 대부분의 코인은 소수의 디지털 지갑에 보관돼 있었고 가격은 거의 0에 가까웠다고 CNN은 전했다.


밀레이 지지자들은 대통령 계정이 해킹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기존의 홍보 게시물을 삭제하고, 그는 이번 사건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모르면서 글을 올렸기 때문에 기존 홍보 게시물을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 건으로 나를 비난하는 반대 세력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밤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조사 및 내주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야당 연합 소속 레안드로 산토로 의원은 15일 “대통령이 러그 풀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며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카를로스 마슬라톤은 현직 대통령이 밈 코인 사기에 가담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탄핵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고 현지 최대 일간 클라린이 보도했다.

소수 야당인 시민연합당은 정부가 국회에 나와서 이 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회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거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