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간 설전에 맞불 관세까지…트럼프 무역전쟁 격화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 전쟁이 맞불 관세와 정상 간 설전으로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4일(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 제품에 25%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은 보복 관세와 강경 발언으로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보복받은 만큼 추가 상호 관세를 부과할 거라고 맞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즉각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지속할 경우 21일 후 추가로 1250억 캐나다달러(약 125조 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4일(현지시간) 수도 오타와에서 미국의 25% 관세 부과 조치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4일(현지시간) 수도 오타와에서 미국의 25% 관세 부과 조치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해 “어리석은 짓이다. (트럼프와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캐나다 경제가 완전히 붕괴해 우리를 합병하기 쉬워지는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 결정에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며 “미국의 관세가 모욕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내 상품 가격 상승으로 미국 시민과 기업 모두에 초래될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의 결정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주류 판매점에서 직원이 미국산 와인을 진열대에서 빼고 있다. 이날 캐나다는 미국 정부가 캐나다산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 조치에 따라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주류 판매점에서 직원이 미국산 와인을 진열대에서 빼고 있다. 이날 캐나다는 미국 정부가 캐나다산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 조치에 따라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이 같은 반발에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보복 관세로 맞받아쳤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주지사에게 설명 좀 해달라”며 “그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의 상호 관세는 즉각 같은 수준만큼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한 자신의 주장에 따라 트뤼도 총리를 ‘총리’가 아닌 ‘주지사’로 지칭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주지사에게 설명 좀 해달라”며 “그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의 상호 관세는 즉각 같은 수준만큼 인상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주지사에게 설명 좀 해달라”며 “그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의 상호 관세는 즉각 같은 수준만큼 인상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트루스소셜 캡처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 상무부는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폭스뉴스에 “멕시코와 캐나다 측 인사들이 오늘 종일 나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관세에 일부 경감 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이다. 당신들(캐나다와 멕시코)이 더 하면 중간 지점에서 만날 것”이라며 “우리는 아마 내일 그것을 발표할 것이다. 중간 어느 지점이 그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의 25%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의 25%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 온 불법 이민 단속과 마약(펜타닐) 유입 등에 대한 멕시코와 캐나다 정부의 대응에 따라 25%의 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이날 “미국의 결정에 관세·비관세 조처로 맞대응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품목은 오는 9일 발표하겠다고 하며 협상 가능성을 남겼다.

미 자동차 업계 “자동차 값 최대 25% 오를 것”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벌인 관세 조치에 대해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존 보젤라 미 자동차혁신연합(AAI)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캐나다·멕시코 관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대다수 사람은 일부 차량 모델의 가격이 많게는 25%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AI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대변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보젤라 회장은 “다년간 정착된 북미 3국의 분업체계 속에 일부 자동차 부품은 최종 조립단계까지 5회 이상 국경을 넘는다”며 “자동차 생산과 공급망을 하룻밤에 재배치할 수 없다. 관세로 일자리가 미국에 돌아오기 전에, 소비자에 비용 증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국제자동차딜러협회도 판매상들이 이미 자동차 가격 및 부품 가격 상승과, 높은 이자율 등에 직면했다고 밝히면서 “관세는 자동차 소비자 가격에 수천 달러를 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의 재앙을 끝내는 행동을 하는 것을 봐 기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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