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논의 하루 앞두고 "가자 단전"…또 긴장 고조

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카타르에서 열릴 휴전 관련 논의를 하루 앞두고서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 “가자지구의 전기 공급을 즉시 차단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며 “이제 말보다 행동할 때”라고 적었다. 실제로 이스라엘 전력공사(IEC)가 가자지구로 공급되는 전력을 차단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송전선이 끊어진 전신주에 올라 이스라엘 인질 석방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송전선이 끊어진 전신주에 올라 이스라엘 인질 석방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조치로 가자지구의 식수 공급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 이스라엘 보안 당국 관리는 “현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공급하는 전력으로 해수담수화 시설이 가동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가자지구 중부에 식수를 공급하는 해수담수화 시설은 기존 하루 1만8000t의 식수를 공급했으나, 디젤 발전기를 가동하면 공급량이 하루 2500t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전 공급량의 약 14% 수준으로 급감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하마스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굶주림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단전 조치가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휴전 회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중재자들과 휴전 등을 논의하기 위해 협상단을 도하에 파견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도 11일 도하에 머무를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부 이스라엘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단전 조치가 공습과 지상 작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지난주부터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반입 중단 조치에 이어 전기·수도 차단, 주민 남부 이동 등을 포함한 ‘지옥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때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전투 준비 지시(왈라)와 하마스의 전시 체제 전환(알아라비알자디드) 보도가 잇따르면서 전운이 다시 고조되기도 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휴전 연장 논의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은 남은 인질 절반의 석방을 조건으로 휴전 협상을 요구했지만, 하마스는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 철수, 장기 평화 보장을 주장하면서도 군부 해체는 거부하고 있다. 가자지구에는 59명의 인질이 남아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5명은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데, 이들 중 1명만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막판 협상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긴 하다. 하마스 협상단은 지난 8일 카타르에서 미국의 애덤 볼러 인질문제 담당 특사와 수차례 접촉 후 “긍정 신호”를 언급했으며, 볼러 특사도 지난 9일 CNN에 “유익한 만남”이었다며 낙관론을 폈다.

지난해 12월 20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우마이야 모스크 근처에서 새로운 시리아 통치자들이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0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우마이야 모스크 근처에서 새로운 시리아 통치자들이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시리아에서도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리아에선 지난 6일 서부 라타키아에서 축출된 알아사드 정권 지지 세력과 과도정부 병력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사흘간 1018명이 숨졌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이 중 알라위파(아사드 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이던 이슬람 시아파 분파)의 민간인 사망자가 750명에 이른다. 

아메드 알샤라 임시대통령은 9일 영상 연설을 통해 “민간인 유혈 사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엄정 대응 의지를 밝혔다. 또 이번 사태의 원인과 진상을 규명할 고위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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