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계약 50% 증가할 때, 사기는 470% 급증

박경민 기자
펫보험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새로운 보험 수요를 해소하며 외형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제도 미비에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건에 불과했던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지난해 57건으로 약 470% 급증했다. 또 다른 펫보험 판매 보험사는 최근 보험사기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펫보험 보상과 심사를 전담하는 별도 전담 조직을 만드는 걸 추진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보험금이 소액이다 보니, 보험사가 사기 적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최근 사기 건수가 뚜렷이 많아지면서 내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다만 제도적으로 보험사기를 막을 방법이 많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허위청구 부추기는 깜깜이 진료정보

예쁜 강아지가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의사 맘대로 정해지는 진단명과 치료방법도 문제다. 진료행위가 표준화·코드화돼 있는 사람과 달리 동물병원은 수의사별로 질병을 부르는 이름도 다르고 치료 방법도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같은 위장염이라고 해도 복통이나 구토 설사 같은 증상으로 질병을 표기하는 경우도 다수다. 질병과 치료방법이 통일돼 있지 않다 보니 진료비도 고무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병원 진료비용 현황 조사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반려견 초진 진찰료는 최저 1000원에서 최고 6만5000원으로 약 6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농식품부에서 진료명과 진료방법에 대한 표준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제도가 완비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진료 60가지에 대한 권장 표준 진료 절차를 이미 고시했고, 40개에 대해서도 추가로 표준 절차를 마련 중”이라면서 “다만 업계에서 요구한 질병명이나 치료방법 코드화는 올해 상반기 중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진료기록부 없이 ‘영수증 청구’도 우려
2008년 도입한 반려견 동물 등록제가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문제다. 농식품부 기준 지난 2022년 등록한 반려견(약 302만 마리)은 전체의 약 38%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반려견 등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다른 동물로 보험 가입 동물을 바꿔치기해도 현실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김수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반려동물은 사진만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워 보험계약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동물 등록제가 활성화되면 보험 가입 및 관련 심사를 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