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연속 경기하방 경고한 KDI…“건설업 부진에 수출여건 악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백악관 잔디 밭을 걸으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백악관 잔디 밭을 걸으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가 식고 있다고 석 달 연속 경고했다.

10일 KDI는 ‘경제동향 3월호’에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하방 위험 증대”, 2월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한 데 이어서다. KDI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데, 3개월째 ‘하방 위험’을 언급했다.

경고 수위도 높였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KDI는 내수 경기에 대해 “미약한 수준” 등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면서도 수출 경기를 두고선 “높은 증가세” 등 양호하게 봤다. 그러다 올해 1월부터 수출까지 안 좋게 보며 경고음을 계속해서 울리고 있다.

수출에 대해 KDI는 “주요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 확대의 영향이 점차 파급되며 수출이 낮은 증가세에 그쳤다”고 봤다.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향후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ㆍ부품, 일반기계, 철강제품이 관세 인상의 직접적 위험에 크게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KDI는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주된 이유로 “수출 여건 악화”와 함께 “건설업 부진”을 꼽았다. “건설투자와 건설업 고용의 부진이 지속되고 선행지표(건설수주 등)의 개선세도 약화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부동산 경기 하락에 소비 부진까지 심해지면서 내수 경기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에서 비롯된 정국 불안 때문에 가계와 기업의 심리 지표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최악은 벗어났다. KDI는 “지난해 말의 급락에서 점차 회복하는 모습”이라며 “정국 불안의 영향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했다. 내수와 수출에 모두 영향을 주는 설비투자와 관련해 KDI는 “반도체 중심의 회복세를 지속했으나,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일자리 시장도 문제다. KDI는 “고용 여건이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업황이 부진한 건설업과 내수 밀접 서비스업의 노동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면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2.0%로 전월(2.2%)보다 내려간 이유로는 “낮게 유지된 수요 압력”을 꼽았다.  

금융 시장에 대해선 “신용 시장의 안정세가 유지됐으나,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변동성이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주택 시장의 경우 “매매 가격의 하락세와 거래량의 감소세가 지속되며 주택 경기 둔화를 시사한다”고 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글로벌 통상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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