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서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수발을 발사한 10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1시 50분경 북한 황해도 내륙에서 서해 방향으로 발사된 미상 탄도미사일 수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미사일은 황해북도 황주에서 발사됐으며, 사거리 300㎞ 이하의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이라고 한다.
북한의 이번 CRBM 발사는 기본적으로 한·미가 처음 실시하는 FS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풀이된다. 북한 외무성 보도국은 이날 오전 FS를 '위험천만한 도발적 망동'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에 대응한 "전략적 억제력 행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전략적 수준의 위혁적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북한은 지난 8일에도 '전략핵잠수함'(SSBN)으로 주장하는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한·미를 향한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탄도미사일을 도발수단으로 택한 것도 대미 메시지 성격이 강해 보인다. 앞서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5일과 지난달 27일에도 순항미사일을 쏘며 저강도 도발에 나섰지만, 탄도미사일 발사는 처음이다. 순항미사일과 달리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상 금지돼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도 한·미가 변함없이 연합 방위력 강화를 위한 훈련에 나서자 대놓고 불법 행위를 저질러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8월 4일 "중요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공화국 국경제1선부대들에 인도되는 의식이 수도 평양에서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이날 CRBM 도발은 김정은이 지난해 8월 전방 배치를 공언한 TEL 250대 투입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배치하겠다고 한 TEL은 CRBM '화성-11라'형의 발사 플랫폼으로 추정됐다.
군 관계자도 이날 북한이 황주에서 발사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정확한 이유는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FS 훈련에 대한 대응이나 (신형 CRBM의) 실전 배치에 따른 훈련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 FS훈련 첫날 CRBM을 발사한 것은 단계적이고 선택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는 김여정의 예고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말대말, 단계별 행동대행동의 모든 준비가 되어있음을 과시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정보당국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한국의 정치적 혼란과 무관하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 왔다. 실제로 이날 오전 합참은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동향, 움직임, 또는 활동들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