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전날 열린 임시주총 결과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제중 부회장, 박기덕 대표이사, 신봉철 노조부위원장. 연합뉴스
10일 영풍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 추진 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3월까지 보유 중인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하고 액면가를 1주당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춰 투자자들의 거래를 촉진할 계획이다.
또 제련사업 정상화, 신규 성장 동력 확보, 고려아연 경영권 회복 후 투자 수익 확대, 2027년 환경 투자 종료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33년까지는 매출 2조 원, 영업이익률 4.5% 달성을 목표로 주주들에게 당기순이익의 30%를 환원하는 배당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영풍이 행동주의펀드 머스트자산운용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주주 여론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한 걸로 풀이된다. 앞서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달 발송한 주주제안서에서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 등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했다. 영풍 측은 사외이사 후보로 머스트자산운용이 제안한 전영준 변호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박영민 영풍 대표는 “단기적 주가 부양 아닌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친화정책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은 MBK파트너스·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지만, 고려아연이 추진했던 집중투표제는 유지했다. MBK·영풍의 지분이 약 41%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약 34%)을 앞서는 가운데,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가 유지되면서 MBK·영풍 측이 한 번에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기는 어렵게 됐다. 지분 우위에 있지만 기관투자자 등 더 많은 주주들의 표심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주 표심 확보에 변수는 홈플러스다.
고려아연도 이를 여론 설득에 활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MBK파트너스가) 인수 기업 홈플러스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로 몰아넣은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고, 석포제련소는 수천억 대 적자에 이어 수십 일간의 조업 정지로 생존의 기로에 섰다”며 영풍을 직격했다. 전날에는 “영풍·MBK가 정기 주총이 열리기도 전 또 다시 임시 주총을 소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명백한 주주권 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MBK·영풍과 고려아연이 다시 가열차게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되며 이날 영풍과 고려아연의 주가는 동반 급등세를 보였다. 고려아연 주가는 전일 대비 14.19% 급등한 82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도 전일 대비 8.91%오른 48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