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의료 인력 공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연구자들이 향후 의사 추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각각의 연구 결과는 의사들의 근무 일수, 의료개혁 정도 등의 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서울대 의과대학, 서울대 보건대학원,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등 3개 연구팀은 각각의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은 의대 증원 및 의료체계 개혁 없이 현 상태가 유지될 경우 2035년 의사가 1375명 초과되는 등 2037년까지 과잉 상태를 보이다, 이후 부족해져 2050년 1만6241명 모자란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시스템 개혁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개혁 강도가 강해질수록 의사 수 부족이 발생하는 시점이 뒤로 늦춰졌다.
이를 토대로 서울의대 연구팀은 “2037년까지 의사 수 초과가 예상되므로 의대 정원 확대는 긴급한 과제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도 “적절한 건강 시스템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대 정원 확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현재(2025년) 4973명의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며, 증원하지 않으면 2030년 9063명, 2040년 2만1345명 등으로 부족 규모가 커질 것으로 봤다. 2026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500명 증원한다고 가정해도 2050년에 5612명 부족하다가 2060년에 공급 초과(1만7064명)로 전환될 것으로 추산됐다.
의사의 연간 근무 일수를 265일로 두고 추계한 두 연구와 달리,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289.5일(2020년 전국의사실태조사)로 적용했다. 그 결과 현재 926명이 과잉이며, 2031년 2724명, 2035년 3161명이 과잉일 것으로 추산됐다. 이 연구에서도 근무 일수를 265일로 설정하면 의사 수가 부족(2025년 1만20명 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의협 측 연구자들은 265일은 실제 한국 의사들의 근무 일수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들 3개 연구팀 담당자들은 모두 변수를 조금만 달리해도 추계 결과가 달라져 우리 사회가 어떤 의료체계를 지향할 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의협 연구에 대해 “현재 의사들이 289.5일 진료하고 있는 게 사실일 수 있지만, 과연 그 상태로 계속 갈 것인지 고려가 필요하다”며 “소비자(환자)를 배려하는 관점에서도 그렇고, 공급자(의사) 관점에서도 앞으로 워라밸(일과 삶 균형)을 추구하는 쪽으로 갈 것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의사는 분명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의사들의 근무 일수를 줄이는 게 워라밸에는 좋겠지만, 진료 연속성을 고려하면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