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채권 ‘불완전판매’ 논란 확산…증권사들 대응 고심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관련 채권에 투자한 개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관련 채권에 투자한 개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수천억원 규모의 관련 채권에 투자한 개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는 이번 사태가 자칫 증권사들이 개인 고객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홈플러스 금융채권 상품을 판매했다는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각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 홈플러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개인에게 판매된 금액을 확인한 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ABSTB는 약 4000억원 규모다. 홈플러스가 물품을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에는 카드 이용대금에 대한 채권이 발생하는데, 증권사가 이를 인수한 뒤 ABSTB를 발행해 개인 등에게 판매해왔다. 신영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하는 판매 주관사였고, 여러 증권사들이 이 상품을 리테일(소매) 창구를 통해 판매했다. ABSTB는 CP보다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개인에게 판매된 ABSTB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홈플러스는 물품 납품 대금이나 임대매장 정산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정상적으로 상환하지만, 투자 상품은 금융채권으로 보고 상환을 유예할 예정이다. 사실상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ABSTB나 CP를 개인에게 판매한 것은 증권사들이기 때문에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ABSTB나 CP가 증권사들에 의해 리테일 판매된 것은 홈플러스도 회생 신청 이후에야 알게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홈플러스가 ABSTB나 CP가 리테일 판매된 것을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앞서 10일 홈플러스 관련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 관계자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홈플러스를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과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고발은 그 이후 생각해볼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불완전 판매 논란도 일고 있다. 증권사가 위험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개인 투자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홍콩 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논란처럼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고발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상품을 판매했던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로서는 이자가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던 상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본질적 책임은 갑작스런 회생신청으로 피해를 보게 만든 홈플러스 측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홈플러스를 대상으로 집단 행동에 돌입한다. 이들은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ABSTB를 금융채권이 아닌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 상품이 물품 구매를 위한 카드대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채권인 만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 우선 상환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