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울산·경북·경남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짧은 한마디에 녹아 있듯 87일간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가 대표적이다. 안성 고속도로 공사장 붕괴사고와 어선 전복·화재사고 등이 연달아 발생했고, 이달 초엔 공군 전투기의 포천 민가 오폭 사고까지 터졌다. 지난 주말에는 산불이 전국을 강타했다.
최 부총리는 이 기간 민생경제점검회의 등 장관급 회의만 총 104회 주재했다. 하루 평균 1.2회꼴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나름 안정적으로 대응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총리 대행 체제에서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상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환영받지 못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하는 나름의 묘수를 던졌지만, 이 일로 여야 모두에게 공격받는 처지가 됐다. 특히 야당과는 재의요구권 행사,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결국 “몸조심하라” “썩은 감자” 같은 모멸적인 언사까지 들어야 했다.
본래 역할인 경제부총리로 돌아왔지만 쌓인 숙제가 적지 않다. 수출 둔화 움직임,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하면 성장 동력 회복이 시급하다. 미국의 통상 압박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도 중요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생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대외 신인도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최 부총리 탄핵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건 변수다. 최 부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경제부총리 권한을 넘겨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