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 ·성남FC 사건' 1심 공판에 출석하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운명이 걸린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가 26일 나온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2월 25일) 이튿날 결심을 했는데 헌법재판관들의 숙의가 한 달간 이어지면서 2심 선고를 먼저 받게 된 것이다.
법원, 李선거법 2심 선고…1심 징역형 집행유예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26일 오후 2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한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5일 이 대표에게 피선거권 제한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거 범죄로 1심에서처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인 경우엔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1심 재판부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발언 중 ‘국민의힘이 제가 골프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됐다’고 한 부분을 허위사실 공표로 봤다. 또 ▶“백현동 부지의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는 경기도 국정감사 발언 역시 유죄를 인정했다.

김주원 기자
2심서 檢 공소장 변경…‘안다’ ‘모른다’도 재차 쟁점
선고까지 2년 2개월이 걸린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은 속도감 있게 흘러갔다. 재판부는 이 대표 측 신청 증인 3명만을 채택해 5회만에 변론을 마쳤다. 첫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월 26일에 결심공판을 하겠다”고 밝혔고, 계획대로 지난달 26일 변론을 종결했다.
항소심에선 재판부가 “이 대표의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허위인 부분을 명확하게 특정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라 검찰은 이 부분 공소장을 변경했다. 4개 방송사에서의 발언들을 ▶시장 때 김문기를 하위 직원이라 몰랐다 ▶경기도지사가 된 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면서 김문기를 알게 됐다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등 3개 유형으로 나눠 특정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 공판에 경호를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다’ ‘모른다’의 개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쟁점이 됐다. 이 대표 측은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은 ‘인식’에 관한 것이어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 유죄 부분도 “김 전 처장과의 골프를 안 쳤다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국민의힘이 공개한 사진이 전체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 보여준 것이어서 조작이라고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도 선고 이틀 전인 지난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는 이 사진이 조작됐다고 했을 뿐이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자체가 없다”며 “하지도 않은 발언을 검찰이 이랬으니까 골프를 쳤을 거야’라고 뇌피셜로 공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선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하다”고도 주장했다. 국회증언감정법 9조 3항은 “증언으로 인해 이 법에서 정한 처벌 외에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1심에서는 면책 범위를 제한한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이같은 이 대표 주장을 배척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에서와 같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최후진술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은 대선 행보의 걸림돌인 사법 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최후 변론에서 “적극적 거짓말이 아닌 즉흥적 발언 중의 불명확한 표현”이라고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형 확정되면 대선 출마 불가…6월말 대법 선고 가능성

지난해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에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한 뒤 배석하는 당대표 비서실장 등과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선고에 따른 정치권의 파장 클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2심에서 아예 무죄를 받는 것이 아닌 이상 징역형을 100만원 이하 벌금까지 낮추긴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심의 판단과 형량은 항소심에서 깨질 변수를 차단하기 위한 것”(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현실의 법정은 2번 더 남아있다”며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가 2심에서도 피선거권 상실형을 받을 경우 상고심 재판 속도가 마지막 변수다. 대법원이 ‘2심 선고로부터 3개월 내’인 선거법 상고심 기간을 준수할 경우 6월 말께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지연 전략을 펼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현행 허위사실공표죄가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26일 본안을 선고하면서 함께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