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급로 2500㎞ 보수…남수단 '나일강 기적' 이끈 한빛부대

"신이 내린 선물"

한빛부대 경비대 대원들이 근접 경호를 하는 모습. 사진 합동참모본부

한빛부대 경비대 대원들이 근접 경호를 하는 모습. 사진 합동참모본부

오는 31일로 파병 12주년을 맞는 남수단재건지원단(한빛부대)이 현지 주민으로부터 받는 평가를 군 당국은 이처럼 표현했다. 50여년 간 내전을 겪은 남수단을 재건하는 데 공병을 중심으로 한 280여명 규모의 한빛부대가 쏟은 노력이 이 한마디에서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30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013년 3월 31일 1진 파병 이후 현재 19진에 이르기까지 한빛부대가 거둔 대표적 임무수행 성과로는 주보급로 보수 작업이 우선 꼽힌다. 한빛부대가 지금껏 보수한 주보급로의 누적 길이는 2500㎞로 이 가운데 19진은 이번 달 307㎞에 대한 작업을 완료했다.  

주보급로는 식량과 의료용품 등 필수품을 수송하는 역할 때문에 현지에선 '생명줄'로도 여겨진다. 특히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위치한 남수단 거점 도시인 보르를 중심으로 하는 주보급로 확보는 식량 보급을 위해 주민들에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매년 우기가 찾아오는 환경 탓에 백나일강이 범람하면 길이 유실되는 일이 빈번하다. 잘 닦인 포장도로의 경우 반군의 이동경로로 활용될 수도 있어 새로 까는 게 조심스럽다고 한다. 결국 4~11월 우기를 대비해 주기적으로 비포장도로를 보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빛부대 장병들이 주보급로 보수작전을 위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한빛부대 장병들이 주보급로 보수작전을 위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한빛부대는 특히 이번 작업에서 베이스캠프와 임시 숙영지 사이에 장비를 보관하는 장비집접소를 운용하는 등 작업 효율화에 공을 들였다. WFP의 수송량이 늘어나면서 주보급로 보수 소요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보수 완료 후 차량 이동속도가 시속 10㎞에서 60㎞ 이상으로 크게 높아졌고 통행량도 증가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신속한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빛부대는 중국·인도·태국·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유엔 남수단임무단의 다른 6개 공병부대가 작업을 여전히 진행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부여된 임무를 마쳤다.

남수단 지역주민의 생활과 의료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민군사업도 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지역 마을에 6차례 진행된 공여식에선 1억2000만원 상당의 규모로 의약품·각종 생필품 등 136종 1만7025개 물품이 전달됐다. 합참 관계자는 "주보급로 보수작전 간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내는 기반이 됐고, 지역 내 불필요한 마찰을 억제할 방파제로도 역할했다"고 평가했다.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한빛직업학교와 2014년 문을 연 한빛농장도 한빛부대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얻는데 기여했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한빛직업학교에선 전기·배관·양계·농업 과목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한빛농장에선 벼농사 활성화를 위한 우수 품종 찾기가 한창이다. 관련 프로그램 모두 남수단 현지 주민의 자립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달 20일 한빛직업학교 수료식에서 권병국 한빛부대장(대령·왼쪽)과 수료생이 수료증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지난 달 20일 한빛직업학교 수료식에서 권병국 한빛부대장(대령·왼쪽)과 수료생이 수료증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4번의 한빛부대 파병을 경험한 권병국 한빛부대장(대령)은 "한강의 기적을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수단에 나일강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며 "한빛부대의 재건 지원과 인도주의적 활동이 남수단 부족 간 화합·단결·번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세상을 이끄는 환한 큰 빛'이라는 한빛의 뜻처럼 남수단의 평화를 위해 빛이 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며 "유엔, 남수단 정부도 한빛부대의 성과를 매우 높게 평가해 매년 파병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