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현지시간) 공동 화장터로 쓰이는 미얀마 만달레이의 쨔르니깐 사원에선 몰려드는 시신 처리에 바빴다. 사흘 전 일대를 격렬히 뒤흔든 규모 7.7 강진의 여파였다.

31일 오후(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의 쨔르니깐 사원 화장터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이도성 특파원
미얀마 불교 성지 중 한 곳인 만달레이에는 승려들이 많다. 도로에선 이번 지진으로 희생된 승려들의 시신을 태운 운구차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완전히 무너진 승려들의 경전 시험장 건물에선 전날에 이어 매몰된 실종자를 찾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매몰돼 ‘살려달라’ 손 뻗은 어린이

31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붕괴된 미얀마 짜욱세의 브라이트 키즈 유치원 잔해 위에 주인을 잃은 가방들이 흙먼지 속에 남아 있다. 위문희 기자
현지 대사관도 긴급 구호에 나선 상황이다. 주미얀마 대사관의 이진형 영사는 “가장 피해가 심한 만달레이 지역에 영사를 급파해 라면과 생수 등 생필품을 적극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만달레이의 낮 풍경은 전날 밤 늦게 도착했을 때보다 더 무거웠다. 여진이 이어지면서 긴장과 공포가 반복됐다.

미얀마 강진 피해 지역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매몰된 어린이가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사진 미얀마 현지 소셜미디어 캡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인근 공항이 폐쇄된 상태여서 접근이 쉽지 않아 보였다. 육로 역시 곳곳이 지진으로 파손된 상태다. 이재민을 위한 구호품 전달도 그만큼 어려웠다.
72시간 ‘골든 타임’ 훌쩍 넘겨
만달레이의 11층 규모 아파트(스카이빌라) 붕괴 현장에서도 구조대가 55시간 만에 35세 임부를 구조해냈지만 결국 과다 출혈로 숨을 거뒀다. 구조가 지체될수록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애타게 실종 가족을 기다리던 윈민트(65)는 “딸 내외와 6살 손주가 아파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구조대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31일(현지시간) 심각한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인부가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이도성 특파원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고 등급(3급)의 비상사태’로 선포할 만큼 피해지의 모든 상황은 열악하다. 주민들은 마땅한 대피소 없이 모기장이 달린 돗자리형 텐트 등에서 지내고 있다. 전날 밤에 가본 만달레이 왕궁 인근 도로는 차량과 텐트가 꽉 들어차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인터넷은 물론 전화조차 잘 터지지 않았다. 가장 큰 곤란은 단전이었다. 해가 저물면 인구 120만 명의 대도시가 어둠에 갇힌 듯 깜깜해졌다. 교민들은 “무너진 건물에 전기를 공급하면 화재가 날 우려가 있어 정부가 단전 조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가 없어 우물물(생활용수)을 길어 올리기 위해 오토바이 모터를 쓴 웃지 못할 사례가 회자될 정도였다.

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중앙일보 취재진이 미얀마 만달레이에 진입했다. 지진으로 전기가 끊겨 도시가 어둠에 잠긴 가운데 차량 전조등에 드러난 피해 모습. 이도성 특파원
진앙인 사가잉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하는 곳이어서 안전 문제로 구조대가 섣불리 접근할 수 없어서다. 만달레이와 사가잉 사이 이라와디 강을 가로지르는 아바 대교가 교각만 남긴 채 무너지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