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협상의 ‘스타팅 포인트’” “트럼프 생각 바꿀 스토리텔링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에 관한 차트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에 관한 차트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중국(34%)보다는 낮지만, 일본(24%)·유럽연합(2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직격탄이 예상되지만, 앞으로 차분한 협상 전략으로 실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오는 5일부터 바로 부과하고,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 중인 국가에 대해선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관세를 추가한 상호관세를 9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선 관세 후 협상’ 기조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호관세가 국가별 협상의 ‘스타팅 포인트(시작점)'라는 해석이 나온다.

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개최한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차분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13년째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국이었고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 내 산업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음에도 (상호관세율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며 “이는 협상의 시작점일 뿐 종착점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인협회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인협회

 
미국 행정부의 의사결정은 ‘톱다운’ 방식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꿀 전략적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미국에서 먼저 조선업 분야 협력 제안이 온 만큼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미국에 잘 알려야 한다”라며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미국 사회에 잘 각인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 콘텐트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중국 공급망 대체 파트너로서 한국의 역할과 미국산 에너지 수입 등 대미 무역흑자 축소 노력, 향후 대미투자 확대 계획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세전쟁은 장기전이므로 민관협력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은 “현재 대미 아웃리치(물밑접촉)는 개별 기업과 정부부처가 각개전투 식으로 진행돼 시너지가 없어 1 더하기 1이 2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또는 한·중·일간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는 “공통분모를 가진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한·중·일 FTA’를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대미 투자 확대 등 관세 피해 최소화 방안을 고민하는 가운데 시장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아직 불확실성이 커서 섣불리 투자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대차처럼 여력이 있는 기업은 대미투자 확대를 발표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수출선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사우스 등 신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기업들이 관세 부담 최소화를 위해 원가 절감과 생산 거점의 재배치, 시장 다변화 등에 나서야 한다”라며 “특히 국가별 상호관세율 차이를 고려한 공급망 조정 전략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美 상호관세와 통상정책 향방’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무역업계 관계자 18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美 상호관세와 통상정책 향방’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무역업계 관계자 18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한국무역협회

 
미국발 관세전쟁이 장기화하거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번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주 LG경영연구원 경제정책부문장은 이날 무역협회가 주최한 ‘미국 상호관세와 통상정책 향방’ 세미나에서 “상호관세가 미국의 최종목표가 아닐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동시에 이번 조치가 미국 외 다른 나라들의 통상 정책에 가져올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글로벌 생산 분업을 주도한 기업들이 비용산정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져 경영전략을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요국의 대응과 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대미 협상을 진행하면서 주요국과의 연대 방안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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