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폐보냉백 해법 찾았다…쿠팡, 프레시백 재생 기술 개발

쿠팡의 다회용 보랭백 ‘프레시백’. 사진 쿠팡

쿠팡의 다회용 보랭백 ‘프레시백’. 사진 쿠팡

소각장에서 태워질뻔 한 폐보냉백을 재생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신선식품 배송이 늘며 다회용 보냉백이 급증한 가운데, 친환경 재활용 방식도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폐기용 프레시백, 재생 플라스틱으로 

22일 유통·제조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중견 제조업체와 함께 폐기가 확정된 ‘로켓 프레시백’을 원료로 활용해 재생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소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로 쿠팡은 연간 약 8000여 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신 연간 2300여 톤(t) 규모의 재생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20년 프레시백을 도입한 쿠팡은 연간 2억 개 이상의 스티로폼 상자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봤다. 현재 신선식품 주문 10건 중 약 7건은 프레시백으로 배송된다. 다만 보냉백도 오래 되면 낡아져서 폐기해야 하는데, 알루미늄·나일론 등을 혼합한 소재라 재활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쿠팡의 경우 100회 사용한 프레시백은 노후화·위생 등의 문제로 전량 소각 처리해왔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중견 제조업체 엔피씨주식회사(옛 내쇼날푸라스틱)가 제공했다. 재생 원료로 물류 파렛트(화물 운반대)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쿠팡과 함께 지난해 프레시백을 활용한 재생 소재 기술을 개발해냈다. 프레시백을 고열로 녹여 플라스틱 원료로 변환한 뒤, 양사가 자체 개발한 특수 공정을 거쳐 가공하는 방식이다.

이후 엔피씨주식회사는 쿠팡 프레시백 재생 사업을 위해 지난해 7월 재활용 설비 공정을 구축하고 재생 플라스틱으로 수출용 파렛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쿠팡 관계자는 “프레시백은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친환경 다회용 아이템”이라며 “폐기하려던 프레시백을 재활용하는데 성공해 친환경 순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엔피씨주식회사 관계자는 “기존 보냉백은 이종 소재를 분해·분류하기 어려워 재활용이 힘들었고 경제성도 낮았다”며 “이번 기술 개발로 폐기용 보냉백을 재생 플라스틱으로 바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쿠팡이 로켓프레시백을 압축 후 재생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고 있다. 사진 쿠팡

쿠팡이 로켓프레시백을 압축 후 재생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고 있다. 사진 쿠팡

커지는 재생 플라스틱 시장 

각국의 친환경 정책이 본격화하며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회계·컨설팅업체 삼정KPMG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694억 달러(약 98조6800억원)로 2030년 1200억 달러(약 170조64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유통업계도 친환경 기조에 맞춰 다회용 보냉백을 도입해왔지만 보냉백 재활용 해법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롯데·현대 등 백화점 업계가 선물세트용 보냉백을 수거해 복지단체용으로 재사용하거나 보틀백·피크닉 매트 등으로 업사이클링(재활용품의 디자인·가치를 높임)한 사례가 있지만, 외장재 일부만 재활용됐고 대부분은 폐기 처리됐다.

이승은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전공 교수는 “쿠팡의 보냉백 재활용 기술은 업계에서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지속가능 물류와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