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까지 나서 '한덕수 추대'…국힘의 이상한 경선 [현장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며 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외부 인사에게 한 대행과의 단일화 조력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언론사 '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언론사 '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발단은 지난 26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대표 출신인 정대철 헌정회장에게 건 전화 한 통이었다. 정 회장은 28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권 위원장이 지난 주말 전화를 걸어와 (국민의힘 후보와 한 대행의 단일화를)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 측은 통화에서 “민주당 출신 비명계 인사들까지 보수 빅텐트에 함께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했지만, 정 회장이 조만간 한 대행과 만나기로 한 상황에서 이런 권 위원장의 발언은 정치권에 미묘한 파문을 낳았다. 한 대행의 보수 후보 추대를 바라는 주류 친윤 세력이 김문수 후보 캠프에 대거 몰린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이와 보조를 맞추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동훈 후보는 “(권 위원장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날 오전 충남 아산의 현충사 방문 뒤 취재진과 만난 그는 “경선 승리에 자신 없는 분들이 자꾸 말을 바꿔가며 (단일화) 조건을 붙여간다”며 “당 경선 진행 과정에서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패배주의”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권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야권 원로 정치인에게 향후 예상되는 반명 단일화나 소위 빅텐트 과정에서 우리 당을 도와달라 부탁하는 것이 뭐가 부적절하고 왜 패배주의인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에선 두 사람의 신경전이 일회성 공방이 아닌, 한 대행 차출 움직임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 경선이 온통 한 대행 대선 차출 가능성에 매몰되며 되레 당 후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립 성향의 중진 의원은 “당 밖의 한 대행을 후보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경선으로 우리 당 후보를 지우려는 참으로 이상한 경선”이라고 했다.

홍준표 후보도 한 대행과의 추후 단일화 필요성에 “이렇게까지 판을 만들고 안하면 더 이상해진다”고 하면서도, 당 일각의 한 대행 추대 움직임에 대해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는 게 상식에 맞느냐”며 한 대행과 김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에서 각각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