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1명이 2억 브라질 시장 흔들다…팔로워 780만 '루' 정체

브라질의 버추얼 유튜버 루 두 마갈루의 활동 모습. 사진 매거진 루이자

브라질의 버추얼 유튜버 루 두 마갈루의 활동 모습. 사진 매거진 루이자

 
인스타그램 팔로워 780만명을 보유한 ‘루 두 마갈루’(이하 루)는 브라질의 유명 셀럽이다. 얼마 전 그녀는 자신의 SNS에 병원 앞 인증샷을 올리며 “유방암 정기검진을 받고 왔다. 외모만큼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최대 유통기업 ‘매거진 루이자’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루는 2003년 탄생한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이다. 루는 갓 출시된 가전 제품의 사용 후기부터 자신이 먹고 입는 다양한 제품을 SNS를 통해 공유한다. 루의 인기에 힘입어 68년 역사의 매거진 루이자는 아마존 등 해외 이커머스의 공세에도 순조롭게 온라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가족 기업인 매거진 루이자를 이끌고 있는 루이자 헬레나 트라자노(74) 회장은 “디지털은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다. 오프라인 서비스에 디지털을 결합한 덕분에 유통의 본질에 가까운 더욱 인간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며 “루는 단순한 아바타를 넘어 브라질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자평했다.

브라질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트라자노 대표는 최근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후원하고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주최하는 ‘박만훈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박만훈상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했던 고(故) 박만훈 부회장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21년 제정됐다. 매년 전 세계 백신업계에서 의미 있는 공적을 세운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한다. 트라자노 대표는 브라질의 저소득층 백신 접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30일 박만훈상을 수상했다.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트라자노 대표를 만났다.

전통 소매기업이 디지털 강자로

브라질 유통기업 매거진 루이자의 루이자 헬레나 트라자노 CEO.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브라질 유통기업 매거진 루이자의 루이자 헬레나 트라자노 CEO.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1957년 설립된 매거진 루이자는 브라질에서 백화점·대형마트 등 13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매거진 루이자는 트라자노 회장이 대표(CEO)로 취임하던 1991년 이후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전략에 주력했는데 이커머스 시장 안착을 위해 도입했던 것이 바로 가상인간 루다.


트리자노 회장은 “1972년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매장이 없는 곳, 제품이 없는 곳에서도 우리의 물건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부터 영상·브로셔 등을 활용한 원격 판매에 주력했고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는 온라인 매장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3년 탄생한 가상 인간 루는 수백 만명의 브라질 사람들과 끊임 없이 소통하며 회사의 가치를 대변하고 브라질 여성의 일상을 공유한다”며 “그녀의 진정성 덕분에 매거진루이자는 다양한 고객층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억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브라질 유통 시장은 아르헨티나 기업 메르카도 리브레, 미국 아마존, 싱가포르 소피, 그리고 현지 기업인 매거진 루이자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온·오프라인 사업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 곳은 매거진 루이자가 유일하다.

트라자노 회장은 “팬데믹으로 브라질의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주춤했지만 매거진 루이자는 온라인 충성 고객 덕분에 매출을 늘려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거진 루이자는 지난해 약 130억 달러(약 17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2조2651억 달러)의 0.5%에 해당한다. 그는 “유통업의 본질은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커머스를 통해 중소 제조업체를 돕고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신을 위한 연대’

지난달 30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후원하고 국제백신연구소가 주최하는 2025년 박만훈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아난다 산카 반디요파디야 박사, 루이자 헬레나 트라자노 대표, 스베타 자넘팔리 대표, 스베타 자넘팔리 교수.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지난달 30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후원하고 국제백신연구소가 주최하는 2025년 박만훈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아난다 산카 반디요파디야 박사, 루이자 헬레나 트라자노 대표, 스베타 자넘팔리 대표, 스베타 자넘팔리 교수.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트리자노 회장은 여성 고객과 접점이 많은 유통기업을 운영하며 여성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13년 창립한 ‘브라질 여성 그룹’은 여성의 교육과 보건, 양성평등을 위한 활동을 전개 중이며 현재 12만80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브라질 여성 그룹의 대표적인 활동은 ‘백신을 위한 연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브라질 빈곤 지역 5000여 곳의 백신 보급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트리자노 회장은 “팬데믹 당시 브라질은 백신 유통, 보건소 운영 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낙후 지역에 백신을 보급하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한 덕분에 사망자가 더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브라질 여성 그룹을 통해 시민 사회 연합이 공공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돕는 등 국가 발전을 위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로 뻗어간 K콘텐트

매거진 루이자는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와 손잡고 중국의 가성비 제품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트리자노 회장은 “아시아 시장이 브라질 소매업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며 “이번에 한국 유통업에 대해 많이 배워가겠다”고 말했다. 또 “브라질에서도 BTS의 인기가 뜨겁다. K콘텐트의 인기 덕분에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며 “매거진 루이자의 판매 제품 중에는 삼성전자 가전 제품이 특히 수혜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브라질은 인구가 많고 소비 잠재력이 크지만 물류가 복잡하고 문화적 다양성이 크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며 “한국의 정보기술(IT), 헬스케어, 화장품, 전자제품 기업 등의 경우 현지 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지역 파트너십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면 브라질 진출 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