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금연의 날'을 이틀 앞둔 29일 서울역 흡연실 인근 바닥에 금연구역 안내표시가 붙어 있다. 뉴스1
비흡연자가 공공장소 등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비율이 최근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끊기 위해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는 흡연자 숫자도 10년 사이 반토막 났다. 전자담배 등 새로운 유형의 담배가 확산하면서 흡연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노출률은 2023년 기준 공공장소ㆍ직장ㆍ가정 등의 실내에서 각각 8.6%ㆍ8%ㆍ3%를 기록했다. 세 지표 모두 2019~2022년 사이에는 3년 연속 감소했지만, 재작년 조사에서 처음 다시 반등했다.
실내 공공장소에서의 간접흡연 노출률은 2019년 18.3%에서 2020년 12% → 2021년 7.5% → 2022년 7.4%로 줄다가 2023년 8.6%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직장 내 간접흡연 노출률도 2019년 14.1%에서 2022년 6.3%까지 감소했지만, 2023년 8%로 높아졌다. 실내 흡연을 자제하는 문화가 다시 과거로 역행한 셈이다.

박경민 기자
이는 액상형·궐련형 등 다양한 전자담배의 등장으로 실내 흡연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용역으로 울산대 산학협력단이 2022년 전자담배 사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전자담배 사용자 10명 중 8명이 실내외 금역구역에서 몰래 흡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접흡연만으로도 비흡연자에게 폐암·후두암 등의 암과 천식·심뇌혈관질환 등의 질병이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 발표한 담배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30만명이 간접흡연으로 조기에 사망한다.
흡연자의 금연 시도도 주춤하는 추세다.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2014년 43만9971명에서 지난해 21만8589명으로 10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금연클리닉 등록자 중 금연을 결심한 날로부터 6개월 후에도 금연 상태를 유지한 비율인 ‘6개월 성공률’도 같은 기간 49.2%에서 33.3%로 15.9%포인트 감소했다.
또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흡연자의 금연시도율(최근 1년 동안 담배 끊고자 24시간 이상 금연 시도한 비율)은 2016년 57.7%에서 2023년 48%로 감소했다. 흡연자 중 ‘1개월 내 금연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 역시 2014년 24.6%에서 2023년 12.9%로 줄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금연 캠페인 포스터.
이런 추세는 흡연율이 최근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12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2023년 기준 흡연율(일반담배)은 남자 32.4%, 여자 6.3%로 전년도(2022년) 대비 각각 2.4%포인트, 1.3%포인트 증가했다. 담배제품(일반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등)을 하나라도 사용한 담배제품 사용률도 남자 38.9%, 여자 8.3%로 전년 대비 각각 2.3%포인트, 1.1%포인트 늘었다.
각종 흡연 관련 지표가 악화한 배경에는 전자담배 확산으로 흡연의 문턱은 낮아진 데 비해, 정부의 금연 정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에 비해) 냄새가 별로 나지 않고, 건강에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어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흡연율과 간접흡연 노출률이 덩달아 상승한 것은 우리나라 금연 정책과 금연 지원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담배 회사들의 마케팅은 날로 교묘해지는 반면, 정부의 금연 정책은 지난 10년 동안 전문성이 부족한 채로 큰 개선이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