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김호중은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 운전을 저지르고 잠적한 뒤, 편의점에 캔맥주를 사 마시는 술타기 수법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진 뉴스1
익숙한 얼굴일수록 실망은 커진다. 지난해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은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서 있던 차량을 들이받은 그는 사고 직후 현장을 이탈했고, 추가로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소속사가 매니저에게 대신 자수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고, 얼마 전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이 유지됐다.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음에도 중형이 선고된 이유는, 사고 이후 도주와 범행 은폐 시도가 양형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중의 분노 역시 단순한 음주운전보다 그가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일련의 행동들에 집중됐다. 그의 영향력을 입증하듯, 이후 유사한 ‘술타기’ 모방 사례가 발생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에 국회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했고, 오는 6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음주운전 여부와 별개로 음주측정 거부 행위를 처벌하는 것처럼,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사고 직후의 음주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김호중 사건은 우리가 잘 알고 자주 보는 연예인이 어떤 사회적 책임을 지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연예인은 방송, 행사 등 출연료와 음원, 광고 등의 수익은 물론 팬덤의 지지까지 인기에 비례해 많은 혜택을 누린다. 그러나 인기가 커질수록 대중들로부터 더 큰 책임을 요구 받는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팬과 언론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때로는 단순한 사적 행동도 사회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국민 MC, 국민 배우로 불리는 연예인들이 사소한 오해도 받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찰 관계자들이 고속도로 음주운전 및 체납 차량 단속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 뉴스1
하지만 인기에 도취되어 자신만은 법의 예외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법과 도덕의 테두리를 피해보려는 시도는 공통된 오판에서 출발한다. “나는 돈도 많고 유명하다. 사회적 영향력도 있다. 그러니 빠져나갈 방법도 있을 것이다”라는 착각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유명세가 클수록 대중은 그를 ‘공인’으로 여기고 더욱 엄격한 준법과 합리적인 언행, 공정함을 요구한다. 그런 인물이 음주 뺑소니나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대중 전체를 기만한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눈여겨볼 점은, 이 사건 이후 대중의 분노가 실제 법 개정이라는 구체적 변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술타기’를 처벌하는 법 개정은 여야 간 별다른 이견 없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만큼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공감대와 편법적 책임 회피에 대한 무관용 기조가 사회에 널리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곳곳에 설치된 CCTV와 정밀해진 디지털포렌식 기술도 진실을 숨기려는 시도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증거인멸 우려는 구속 사유의 핵심이고, 증거은폐 시도는 양형 가중요소이기도 하므로, 무모한 책임 회피 시도는 스스로를 더 깊은 늪으로 밀어 넣는 결과가 될 뿐이다. 법도, 대중도, 시스템도 모두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김호중 씨도 사고 직후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고 피해자의 피해를 배상한 후 음주운전에 대해 응분의 처벌을 받았다면, 팬들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그의 복귀를 기꺼이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무리한 시도는 그의 법적 처벌을 무겁게 했고, 이미지에도 커다란 손상을 남겼다.
유명하다고, 돈이 많다고 빠져나갈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연예인에게 인기와 유명세는 분명 큰 자산이지만, 그것은 결국 사회와 대중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대중의 신뢰를 잃는 순간 그 모든 자산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대중의 관심과 인기가 면죄부나 보호막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사례로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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