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오후 7시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역 유세 현장. 국민의힘은 선거사무원이 4명에 유세트럭이 김문수 후보 응원가를 틀었으나 민주노동당은 선거사무원은 2명에 유세트럭은 없었다. 김성진 기자
지난 28일 오후 7시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역 앞. 국민의힘 선거운동원 7명이 유세 트럭 스피커로 응원곡을 틀고 피켓을 흔드는 데 여념이 없는 동안 바로 옆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선거운동원 2명은 유세 트럭도, 음악도 없이 생목으로 후보 이름을 외쳤다.
다음 달 3일 예정된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유세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역대 대선에 비해 여러 풍경이 눈에 띄게 줄었다. 탄핵 뒤 약 두 달 만에 치러지면서 준비와 공약 숙의에 드는 시간이 부족하고, 거대 양당으로의 지지율 쏠림이 뚜렷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9일 민노당에 따르면 당은 6·3 대선을 위해 유세트럭을 총 8대 운영 중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출마한 2022년 대선 때(제20대)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선거사무원도 1831명에서 1692명으로 7.6% 감축했다. 문정은 민노당 대변인은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우려에 유세 규모를 못 늘린다”며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으로 눈물겨운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군소정당 유세차 왜 안 보이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0대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선거비용 제한액인 약 588억원에 가깝게 지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전국에 현수막을 지난 대선 때의 1만 4000여개보다 약 50% 늘린 2만 1000여개를 부착했고, 선거운동원과 유세 트럭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최대치에 근접하게 활용 중이다. 민주당도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선거운동 기간동안 현수막과 유세트럭 수를 늘렸다고 한다.

그래픽=정근영 디자이너
군소정당들이 이들처럼 선거비용을 지출하지 못하는 것은 자칫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거공영제상 각 후보는 득표율이 15%를 넘어야 선거비용 전액, 10%를 넘어야 절반 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득표율이 10%를 못 넘으면 선거 비용은 물론이고 선관위에 기탁한 3억원도 돌려받지 못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권영국 민주노동당,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유권자들도 군소정당의 선거 유세가 위축된 점을 피부로 느낀다. 전날 장한평역 부근에서 만난 이목희(71)씨는 “TV 토론 등에서 일부 후보의 인상 깊은 발언이 생각나 당 유세 트럭을 찾았지만 한 대도 못 봤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비하면 유세 트럭, 선거운동원이 조금 보일 수밖에 없겠지만 이 정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선거공보물을 인쇄하는 경기 파주시 소재 인쇄업체 A대표도 “공보물 인쇄량이 3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었다”며 “군소정당들이 인쇄 쪽 수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런 대선 처음”…시민단체도 당황
실제로 2022년 대선과 비교하면 이번 대선은 각 정당 후보자들이 지명된 시점부터 선거일까지의 기간이 4분의 1 수준이다. 2022년에는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대선 후보가 선거 124~150일 전에 지명됐다. 하지만 이번엔 23~37일로 줄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뒤 60일 내로 후임자를 뽑아야 하다 보니 각 당의 후보 지명 절차가 급박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전국대학생네트워크 관계자도 “2022년 대선은 날짜가 명확히 정해져 있으니 대학생 단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미리 계획할 수 있었다”며 “6·3 조기 대선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직전까지 치러질지 몰랐으니 정책 과제나 제안 준비도 늦었다”고 말했다.
대선 테마주 관심 크지 않아
6·3 조기 대선 국면에서는 김 후보와 같은 경주 김씨가 운영하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의 주가가 국민의힘 후보 확정 뒤인 지난 12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후보의 과거사나 출신 직업 등과 관련된 종목들이 약진하는 양상이다. 또 다른 자동차 부품업체도 이재명 후보가 청소년 시절 근무했던 공장이 있는 곳이라는 이유로 지난 3월 4000원대였던 주가가 이 후보의 대선 후보 지명 후 1만2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6·3 조기 대선이 갑작스럽게 치러져서 그런지 주식 시장에서도 테마주를 향한 관심이 덜하다”며 “별다른 대선 테마주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대선이 ‘졸속 대선’이 되지 않도록 공약 논의 등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과 공약 논의가 적을수록 선거의 대표성도 약해진다는 관점에서 조기 대선일수록 의견 수렴에 충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군소정당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군소정당도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등 대안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