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금리 안 낮춘 건 실수"…파월 백악관 불러서 또 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9일(현지시간) 만났다. 2019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회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촉구했지만, 파월 의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겠다고 강조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 했다.

지난 2017년 백악관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이들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다시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백악관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이들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다시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금리 낮추지 않는 건 실수”

이날 미 백악관에서 회동을 마친 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금리를 낮추지 않는 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기준금리로 인해) 중국 등 다른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Fed는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책 방향은 전적으로 데이터와 전망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신중하고 객관적이며 비정치적인 분석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결정은 비정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불확실성에 금리 동결 이어가는 Fed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은 이날 직접 만나기 전까지도 기준금리를 놓고 장외 신경전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파월 의장을 놓고 ‘Loser’(패배자), ‘Mr.Too Late’(너무 늦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등 금리 인하를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그때마다 파월 의장은 대응하지 않거나 금리 결정은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4.25~4.5%)하면서 한 차례도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Fed가 서두르지 않는 건 경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FOMC 회의록에 따르면 Fed는 “무역 정책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동시에 상승시킬 수 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따른 효과가 명확해질 때까지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게 적절하다”고 우려했다.

미 법원 관세 공방에 불확실성↑

이 같은 불확실성이 최근 미 법원 판결에 따라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정책이 계속 흔들리면서 파월 의장의 금리 결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경우 한국의 금리 결정도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로, 미국(4.25~4.5%)과 금리 차가 2%포인트 차이까지 벌어지면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Fed 발표를 보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 금리 결정을 하겠다는 톤”이라며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Fed가 금리를 빠르게 인하하는 시점이 더 늦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법적 공방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이미 흔들리고 있는 세계 경제에 더 큰 불확실성을 안겨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