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가 회사 출근길에 투표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9시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1동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내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정남국(66)씨의 말이다. 그는 “비상식적인 계엄 정국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반드시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대선을 통해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 전국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권자들은 이틀 연속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데 대해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시대적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광주 동구 서남동 사전투표소에도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회사원 김민수(35)씨는 “어제 업무가 바빠 투표를 못 하는 바람에 오늘은 아예 출근 전에 투표장을 찾았다”며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안정적으로만 국정을 이끌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내면 신촌리 동내초등학교 목련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유권자들이 입장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모(42)씨는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선거보다 높은 것 같아 꼭 투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계엄을 선포한 날의 감정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내란을 심판하겠다는 마음으로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권자 윤모(38)씨는 “대선 토론회를 보고 정말 뽑히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 있어서 사전투표소를 찾았다”며 “소상공인들이 너무 힘든 시기라 이번에 당선되는 후보가 꼭 경제를 살려줬으면 한다”고 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투표 차례를 기다리던 유권자 강진서(42)씨는 “원래 본투표일에 하려고 했는데, 어제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대로 높다는 소식에 (사전투표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투표장에 왔다”고 했다.
사전투표 첫날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대구 지역은 전날보다 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 대구 달성군 논공읍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드문드문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나왔다.

30일 오후 12시30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5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장에 투표하러 온 직장인이 몰리며 2층 투표소에서 1층 출입구 바깥까지 줄이 이어졌다. 김민주 기자
이날 투표를 하러 온 박수현(34)씨는 “본투표일에 투표를 할 시간이 나지 않아 오늘 투표를 하러 왔다”며 “주변 사람들이 ‘사전투표는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전투표제가 신뢰할 만한 제도라고 생각해 매번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관내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유권자 4439만1871명 중 34.74%(1542만3607명)가 투표에 참여했다. 기존 사전투표율 최고치인 2022년 20대 대선 당시 동시간대 투표율(36.93%)보다 2.19%포인트 낮은 수치다. 전날 투표 시작 이후 역대 최고 투표 흐름을 보였지만 이날 오후부터 주춤해지다 지난 대선 때보다 투표율이 소폭 낮아졌다.
지역별로는 전남의 사전투표율이 56.50%로 가장 높았고, 전북(53.01%), 광주(52.12%) 등의 투표율이 높았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34.28%, 경기 32.88% 인천은 32.79% 등의 투표율을 보였고, 경남(31.71%), 경북(31.52%), 부산(30.37%), 대구(25.63%)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기초단체 중에서는 전북 순창군이 69.35%로 가장 높았고, 신안군(65.61%), 곡성군(64.75%), 구례군(64.57%), 장성군(64.55%) 등의 투표율이 높았다.
사전투표 열기가 높아지면서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범죄도 발생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전날 오후 9시30분쯤 경남 하동군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 30대 남성 A씨가 침입했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건조물 침입 혐의로 입건된 A씨는 경찰에서 “부정선거가 의심돼 확인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30일 오후 5시30분에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아파트 인근에 붙은 선거 벽보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벽보가 찢어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훼손 사실을 확인하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