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여도 일단 뽑는다"…韓 배터리 3사 인재 확보 '총력전'

LG에너지솔루션 인터배터리 2025 부스 조감도.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인터배터리 2025 부스 조감도.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캐즘(수요 정체)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계약학과 신설, 산학협력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 중인 중국 배터리 업계에 기술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배터리 3사 임직원 수는 총 2만9529명으로, 2023년 말(2만8211명)보다 4.7% 늘었다. 회사별로 삼성SDI가 1만3341명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LG에너지솔루션(1만2635명), SK온(3553명) 순으로 이어졌다. 3년 전인 2021년 말(2만2391명)과 비교하면 31.9% 늘었다. 지난해부터 대내외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인재 확보는 꾸준히 이어졌다는 의미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일 서울대와 공동 운영해온 산학협력센터를 확대 개편했다. 협력 과제를 기존 9건에서 14건으로 늘리고, 협력 학부도 화학부와 화학공학부에 기계공학부까지 더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배터리 스마트팩토리학과)와 연세대(2차전지 융합공학 합동과정) 등에 계약학과를 개설했고, 포스텍(포항공대)·한양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엔 미국 시카고에서 ‘배터리 테크 콘퍼런스(BTC)’ 행사를 열어 전 세계 석박사급 인재 영입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SDI는 내년부터 성균관대에서 첫 계약학과인 배터리학과를 개설한다. 학사 4년제 채용 연계형 과정으로, 2026년부터 10년간 매년 30명 규모의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졸업 시 삼성SDI 입사 기회가 주어진다. 또 오는 7월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너제이에서 ‘테크 앤 커리어 포럼(T&C 포럼)’을 개최해 이공계 석박사 재학생과 박사후연구원 등 우수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계획이다.

SK온도 지난 28일 울산과학기술대학원(UNIST)과 ‘e-SKB 산학 협동과정’ 연장 협약을 체결했다. 2022년부터 시작한 배터리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등록금과 장려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졸업 후 SK온 취업 특전도 주어진다. 당초 입학 시에만 참여 기회가 주어졌지만, 재학 중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석사 과정에 더해 박사 과정을 밟는 것도 가능해진 점도 큰 변화다.


사업 어려워도 인재 뽑기 계속, 왜 

국내 배터리 업계 부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각각 4341억원, 29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747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적자로 전환된다. 그럼에도 인재를 계속 찾고 키우려는 데엔 이번 위기를 구조적 한계보다는 수요 사이클에 따른 일시적 침체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턴 수요가 회복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오르는 등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 해결을 위해 미리 인재를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계산도 깔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차전지 분야 국가전략기술 인재 산업 수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인력 양성 특화사업의 예산 규모는 2024년 기준 124억9000만원(16개 과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R&D 관련 예산(26조5000억원) 중 0.05%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배터리 인력양성 특화사업 규모는 영세한 수준”이라며 “급격히 팽창 중인 인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소관 부처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