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논란 피해가는 민주당…최종본엔 “지지” 단어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5.06.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5.06.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일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자신을 지지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해명했으니 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성남주민교회 기자회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로저스 지지 선언에 대한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한 뒤 “김문수 후보는 그런 문제보다는 ‘리박스쿨’과 같은 사이버 반란, 사이버 내란에 해당되는 중대 범죄행위를 한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해명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선대위는 직접 이 문제에 끼어들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선대위 차원의 별도 입장을 내지도 않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로저스 측과 계속 소통했고, 그 과정에서 문장 같은 걸 가다듬는 과정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소통을 도맡은) 김진향 씨나 송경호 씨가 사실 확인을 해 설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의 이 후보 지지 선언은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이 로저스 회장의 입장문을 대독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거대책본부 국제협력단 공동단장인 이재강 의원이 지지 회견을 주최하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짐 로저스의 지지 선언을 들었다. 그는 평화에 투자하자고, 미래에 투자하자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2022년 방한해 평창평화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뉴스1]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2022년 방한해 평창평화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뉴스1]

 
이후 일부 언론 보도로 ‘로저스 회장 가짜 지지’ 논란이 확산하자 김 전 이사장은 지난 1일 소셜미디어 글과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앞서 낸 입장문은 평양과기대 소속 송경호 교수가 로저스 회장과 직접 소통해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로저스 회장→송 교수→김 전 이사장→이 의원 경로로 지지 선언이 전달됐다는 설명이다. 평양과기대는 2010년 평양시 승리동에 세워진 북한 최초의 사립대학이다. 김 전 이사장은 A4용지 25쪽짜리 보도자료에서 송 교수를 “재영국 동포”로 칭했다.

송 교수는 반박문에서 “모 신문사에서 로저스 회장의 지지 선언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접촉했다. 영어에서 ‘(일상적) 지지’를 의미하는 ‘서포트(support)’가 아닌 경제적·법적 책임 보장을 포함하는 ‘인도스(endorse)’의 개념을 사용(해 질문)했다”고 해명했다. 로저스 회장이 이 후보를 ‘서포트’한 것이지, ‘인도스’하지 않았는데 상대편이 억지 논란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송 교수는 그러면서 로저스 회장과 지난달 24~29일 중국 메신저 위챗(Wechat)을 통해 영어로 나눈 대화 원문과 국문 해석, 대화창 캡처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대화 내용을 보면 로저스 회장이 최종 승인한 영어 입장문에는 ‘인도스’와 ‘서포트’라는 표현이 모두 없다. 송 교수가 초안에 ‘서포트’를 세 차례 넣었으나, 로저스 회장이 검토 단계에서 “외국인이 말하는 것치고는 너무 강한 표현이 아닌가”라고 우려했고, 결국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에 깊은 관심이 있지만, 사실 그분(이재명 후보)을 잘 알지는 못한다”며 “누군가 그 점을 지적하게 되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런 로저스 회장의 메시지를 받은 뒤 송 교수는 ‘서포트’란 표현을 제목과 본문에서 모두 뺐다. 대신 ‘이 후보의 실용적인 접근 방식에 주목하고(recognize) 있다’고 고친 뒤 로저스 회장에게 승인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인도스’뿐 아니라 ‘서포트’라는 표현이 빠졌는데도 민주당 측이 “로저스 회장이 이 후보를 지지 선언했다”고 표현한 걸 문제삼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2일 “댓글 조작의 원조 ‘드루킹’ 세력이 짐 로저스의 가짜 지지 선언이란 글로벌 허위사실 유포 사기극까지 연출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후보와 김 전 이사장, 이재강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죄와 명예훼손죄, 사문서 위조 및 행사죄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전직 의원은 “로저스 회장 본인에게 한번 더 확인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