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현지시간) 멕시코 베라크루스의 한 투표소에서 연방판사를 선출하는 특별선거 투표가 치러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대법관 9명을 포함해 총 881명의 연방판사를 선출하는 선거가 마무리됐다. 이는 전체 사법부의 절반 수준으로, 나머지는 2027년 선거에서 교체될 예정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법부 내 모든 법관을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는 나라는 멕시코가 처음이다. 앞서 멕시코 의회는 개헌을 통해 모든 법관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를 도입했다. 여기엔 대법관의 정원을 11명에서 9명으로 감축하고, 대법관 임기를 15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개헌안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 대통령이 제안했는데, 그는 대법원에 정책이 저지되자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오브라도르 정권은 사법부의 부패와 족벌주의를 개혁하기 위해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직선제가 집권당에 대한 핵심 견제 장치를 없앨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직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도 판사 직선제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시티의 투표소에서 투표에 앞서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쳤다.
유권자 관심 낮아, 부정선거 의혹까지

1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멕시코시티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낮은 투표율의 원인으로는 부족한 선거 정보가 꼽힌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확정된 후보자는 3396명이다. 당초 1만8000여명의 지원자를 선관위가 심사를 통해 3422명으로 추렸고, 이후 유세 과정에서 사퇴 등으로 줄어든 결과다.
이번 선거는 각 후보에게 부여된 번호를 투표용지에 직접 써넣은 뒤 투표함에 넣는 식으로 이뤄졌다. 유권자에겐 최소 6장의 투표용지가 주어졌고, 지역마다 후보자가 100명이 넘기도 했다. 여기에 32개 주 중 19개 주에선 지방선거 투표가 동시에 이뤄져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투표용지"가 제공됐다.
이에 비해 선거 운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선거 운동 기간 모금 활동이 금지됐고, 공적 자금이 지원되지 않아 많은 후보가 TV나 라디오, 온라인 광고를 하지 못했다.
후보자들의 자질을 두고 논란도 컸다. 법학 학위와 5년간의 법조 경력만 있으면 누구나 출마가 가능했는데, 이들 중에는 마약 카르텔을 대리한 변호사와 과거 부패 스캔들로 사임했던 공무원 출신이 포함됐다. 미국에 마약을 밀매한 혐의로 수년간 복역한 전과자,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이비 종교 관계자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지역에선 투표용지가 대거 사라져 부정선거 의혹도 제기됐다. 투표소에 친여당 성향 후보자들의 이름이 적힌 '커닝 페이퍼'를 들고 와 투표한 유권자들도 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투표용지를 수기로 집계해야 하기 때문에 개표 완료까지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최종 결과는 오는 15일 발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