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접촉하면 경기 잘 돼"…사격 유망주, 동성 성추행 징계

사격 권총. 기사 본문과 무관한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격 권총. 기사 본문과 무관한 자료사진. 연합뉴스

 
대한사격연맹으로부터 두 차례 우수선수상을 받은 사격 유망주가 동성 후배를 성추행해 징계받았다. 징계받은 선수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하고, 법원에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신청 한 상황이다. 

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고등학교 사격부 소속인 A군은 2학년이던 지난해 새로 입학한 사격부 후배 B군을 지속해 괴롭히고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A군은 같은해 5월 열린 대회 기간에 훈련장에서 B군에게 신체 접촉을 하는가 하면 숙소에선 생수병으로 신체에 물을 뿌렸다. A군은 휴대전화로 이 장면을 찍었고, 영상 속 B군은 상의를 탈의한 채 웃으면서도 "언제까지 찍을 거냐"며 촬영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B군은 사격을 그만두고 전학했다. 

지난해 7월 해당 사건에 관해 신고받은 서울시사격연맹은 스포츠윤리센터를 열어 A군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의했다. A군은 "(B군이) 어리바리하고 평도 안 좋아서 많이 챙겨줬다"며 "친근감의 표시로 장난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체 접촉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남자 선후배끼리 친근감으로 한 행동이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B군은 "평소에도 욕설과 괴롭힘이 심했다"며 "저에게 '신체를 접촉하고 대회에 나가면 경기가 잘 된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격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선배의 괴롭힘"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사격연맹 스포츠윤리센터는 심의 끝에 올해 4월 A군에 대해 8개월의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서울시사격연맹은 결정문에서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한 점, 게임 참여와 춤을 추라고 강요한 행위는 선·후배 관계 우위를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점을 인정해 성추행과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일부 심의위원은 더 강력한 징계를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A군의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하기 전이라는 이유로 이 같이 결정됐다. 

A군 측은 징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사격연맹 상위 단체인 서울시체육회에 재심을 요청하고, 법원에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본안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A군 측은 신고자가 B군이 아닌 제삼자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B군이 전학한 것은 학업에 대한 본인의 의사였으며, A군의 조언 덕분에 B군의 사격 성적도 향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B군 측은 "괴롭힘과 성추행이 있었다는 본질적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법원의 징계 유지 판결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