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용여 부러워만 할 거야? 매일 호텔밥 먹을 연금매직 10 [연금술사⑫]

머니랩 & 미래에셋증권 공동기획
100세 시대. 축복인가, 저주인가?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장수하는 시대가 되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실제 은퇴하는 나이는 63세가 채 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만 65세부터 받을 수 있으니 적어도 수년간은 ‘연금의 크레바스(crevasse, 깊은 틈)’를 버텨야 합니다.

반면에 한국인의 눈높이는 높아졌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은퇴 후에도 한 달에 336만원(본인과 배우자 기준)은 있어야 그럭저럭 살 것 같다고 합니다. 매달 이 정도로 쓰려면 부동산(집)을 빼고 금융자산만 10억원은 있어야 합니다. 당장 내 집 마련, 사교육비, 부모 부양비 등 들어갈 곳이 천지인데 ‘돈 모으기’가 가능할까 싶습니다.

이에 중앙일보 머니랩은 연금 적립금 증권업계 1위(약 42조원)인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손안의 연금 가이드북’을 제공합니다. 당장 목돈 마련이 급해 연금 가입을 미루는 2030세대부터 돈을 빼서 써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5060세대까지, 모두의 ‘노후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도록 총 12회에 걸쳐 ▶내 상황에 맞게 따라 할 수 있는 연금 투자법 ▶최신 연금 트렌드 ▶미국 주식 등 해외 자산 배분 전략도 담았습니다. 잘 읽고 실천한다면 지금의 작은 투자가 훗날 당신에게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사진 유튜브 캡처

이른 아침 한강뷰가 보이는 부촌의 아파트를 나선다. 고가의 외제차를 운전해 도착한 곳은 서울 시내의 한 호텔 뷔페. 직접 아침을 차려 먹는 대신 일주일에 서너 번은 뷔페를 찾아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즐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지 한 달 만에 모든 영상이 100만 뷰를 넘어선 배우 선우용여(80)씨의 일상이다. 그의 활기찬 노년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건 오히려 젊은 층이다. 이렇게 부유하고 건강한 노후를 꿈꾸지만,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2023년 약 40%)

그렇다고 벌써부터 여유로운 노후를 포기하란 법은 없다. 머니랩은 지난해 12월부터 누구나 풍요로운 노후를 맞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미래에셋증권과 공동기획한 [연금술사]를 연재해 왔다. 개인연금계좌를 개설하는 초급 단계부터, ‘환승 연금’ 등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중급 단계, 세금 혜택은 늘리고 부담은 낮추는 고급 단계까지 연금에 대한 ‘실전 투자 가이드’를 제시했다. 

[연금술사⑫ 마지막 회]에서는 연금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고 실천해야 할 내용을 ‘10문 10답’으로 정리했다. 또 다양한 연금 상품으로 탄탄한 노후를 준비하는 미국의 연금 투자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라이언 오코너 미국 글로벌엑스(Global X)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했다. 글로벌엑스는 운용자산(AUM)이 500억 달러(약 68조원)가 넘는 미국 15위 규모의 자산운용사다. 국내 투자자들이 연금계좌로 미국 시장에도 많이 투자하는 만큼, 장기 투자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Someone’s sitting in the shade today because someone planted a tree a long time ago.(누군가는 오래전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오늘 그 그늘에서 쉴 수 있다.)” -워런 버핏  
 
Q1. 연금투자는 왜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할까.  
연금 투자 업계에는 ‘나이가 깡패’란 말이 있다. 나이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다는 얘기다. 머니랩이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해 보니 언제 연금 투자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월급’이 확연히 달라졌다. 

여기 개인연금에 돈을 넣는 두 친구가 있다. A씨는 35세부터, B씨는 45세부터 매달 50만원씩 납입했다. 납입액과 연 수익률(6%)은 같고 기간만 A씨는 20년, B씨는 10년으로 달랐다. 60세가 되어 계좌를 열어보니 A씨의 통장엔 3억5000만원이, B씨의 통장엔 1억3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한 친구는 90세까지 매달 143만원을 받는데 다른 친구는 월 51만원만 받게 된 셈이다. 원금 차이는 6000만원(50만원×120개월)이었지만, 세제 혜택과 복리 효과에 힘입어 엄청난 격차가 생긴 것이다. 워런 버핏의 격언처럼 ‘스노볼 효과(Snowball Effect, 눈이 언덕을 구를수록 가속화해 불어나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긴 언덕(긴 투자 기간)’이 필요하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Q2. 연금에 가입하고 싶은데 당장 무엇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  
가장 먼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이란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이 나중에 받게 될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자. 국민·퇴직 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머니랩 시뮬레이션 결과, 30살에 초봉 4000만원으로 시작해 25년간 근무한 사람의 경우, 65세부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월 인출액은 246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적연금(개인형퇴직연금 IRP, 연금저축)에 별도로 매월 75만원씩 납입한 사람은 3층 연금을 통해 매월 556만원을 받을 수 있다(모두 기대수익률 6% 가정). 이 중 연금저축에는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와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이 있다. 연말정산 혜택은 동일하지만 상품의 특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잘 알고 가입해야 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Q3.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세제 혜택은 어떻게 되나.  
정부는 사적연금(IRP, 연금저축)을 독려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연간 세액공제 한도는 연금저축계좌가 600만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이 900만원이다. 둘을 합산해 연말에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봉이 5500만원 이하인 사람이 900만원을 꽉 채울 경우 연말에 148만원(16.5%)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세액공제와 별개로 사적연금에 납입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연간 1800만원까지다. 여력만 된다면 1800만원까지 꽉 채우는 것이 좋다. 연 1800만원 납입 시 세액공제 받지 않은 금액은 인출할 때도 세금을 매기지 않고, 연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운용수익도 5.5~3.3%로 저율 과세되기 때문이다. 일반계좌에서 이자·배당 소득이 발생했을 때 15.4%로 과세되는 것에 비해 세부담이 낮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돼 금융소득 세부담이 높은 사람은 연금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금융소득을 연금소득으로 분산할 수 있어 유리하다.  

Q4. 연금저축펀드와 IRP는 어떻게 다른가.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종류다. 연금저축펀드는 계좌 이름대로 ‘펀드’ 종류를 담을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주식형·채권형 펀드 상품, 리츠를 매매할 수 있다. IRP는 연금저축펀드보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종류가 더 다양하다. ETF나 펀드는 물론이고, 연금저축펀드에서 매매 불가능한 예금이나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같은 원금보장 상품도 담을 수 있다. 또 국공채나 회사채 등 ‘알채권’이라 불리는 개별 채권도 IRP에선 매매할 수 있다. 다만, IRP계좌는 투자 총액의 30% 이상을 반드시 ‘안전자산’에 넣어야 한다는 ‘IRP 30%룰’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때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주식 비중이 높아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30% 룰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Q5. 일단 계좌는 만들었는데, 어떻게 굴려야 하나. 
일부 가입자는 연금저축펀드(연저펀)와 연금저축보험을 헷갈려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한 뒤 금융상품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보험사는 맡겨 놓으면 정해진 금리대로 굴려주지만 증권사는 그렇지 않다. 연금저축펀드는 바구니일 뿐, 그 안에 과일은 직접 골라 담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연금을 받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30대는 위험자산 비중을 70~80%로 가져가고, 40~50대는 50~60% 등으로 줄이기 시작해 50대부터는 20~30% 정도로 낮추는 방법을 추천한다. 참고로 ‘연금 선진국’인 호주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인다. 호주는 가장 보편화한 연금 투자인 ‘디폴트옵션’ 상품조차 위험자산 비중이 75%에 달하며,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8%를 넘는다. 만약 스스로 상품을 고르는 게 어렵다면 일임계약이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Q6. ISA라는 절세 계좌와는 어떻게 다른가.  
연금저축·IRP(개인형퇴직연금)·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3대 절세 계좌’라고 부른다. ISA는 절세 계좌라는 점에서 연금계좌와 닮은꼴이지만 세제 혜택이 다르다. 연금계좌의 장점이 세액공제라면 ISA의 최대 강점은 비과세와 분리과세다. ‘ISA 풍차 돌리기’라고 불리는 전략을 활용하면 연금 자산을 더 잘 불릴 수 있다.

ISA계좌는 3년이 지나면 세제 혜택을 받고 해지할 수 있다. 만기 60일 이내에 이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연금계좌로 옮길 수 있는데 이때 납입한 금액의 10%(300만원 한도)를 추가로 세액공제를 해준다. 이때 ISA 만기 자금 3000만원 중 세액 공제받은 금액 300만원을 제외한 2700만원은 비과세 재원이 된다. 이를 연금저축계좌에 넣으면 55세 이전에도 인출할 수 있다. 다시 ISA계좌에 가입한 뒤 이 돈을 옮겨 운용하고 다시 3년이 지난 후 연금저축계좌로 옮겨 추가 세제 혜택을 받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Q7. IRP계좌에서 투자하고 있는데, 다른 금융회사로 옮기려면 어떻게 하나.
상장지수펀드(ETF)와 공모펀드(MMF 제외), 채권 이외의 예금(은행·저축은행·우체국·증권금융), 원리금 보장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도 실물 이전이 가능하다. 단, 디폴트옵션으로 운용 중이거나 사모펀드, 환매불가펀드, 만기매칭형펀드, 리츠,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종금사 발행어음, 금리연동형 보험 등은 이전이 불가능하다. 실물 이전이 불가한 상품은 매도 후 현금으로 이전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퇴직연금제도 3형제(DB·DC·IRP) 중 다른 형태로 갈아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DB는 DB끼리, DC형은 DC형끼리, IRP는 IRP끼리만 퇴직연금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다. 

퇴직연금 3형제(DBㆍDCㆍIRP)
확정급여형(DB)은 회사가 운용하고, 운용 성과와 상관없이 정해진 급여를 퇴직 시에 근로자에게 준다. 근로자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신경 쓸 것도 없는 셈이다. 반면에 확정기여형(DC)은 회사가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금융기관에 넣어주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투자 수익률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 후 받는 금액이 달라진다.

IRP는 직장에 다니지 않는 자영업자 등도 소득이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 DB·DC형 퇴직연금에 가입된 근로자도 추가 개설할 수 있다. 물론 회사에서 따로 돈을 넣어주지는 않는다. 개인이 직접 납입해(연간 1800만원 한도) 직접 운용하고,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Q8. 연금계좌에서 해외 ETF에 투자 시 누리던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졌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동안 연금계좌에서 해외 펀드나 ETF에 투자해 얻은 분배금(배당금)은 해외에서 원천징수하는 배당소득세(15%)를 정부가 환급해 줬다. 투자자들은 세금 부담 없이 돈을 굴린 뒤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3.3~5.5%)만 내면 됐다. 그런데 세법개정안 시행령으로 인해 이러한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지게 됐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사적연금의 3대 장점(세액공제·과세이연·저율과세)이 모두 사라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논란이 된 과세이연 효과 역시 해외 펀드·ETF의 배당소득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TIGER미국S&P500’ ETF를 예로 들어보자. 2025년 3월 말 기준, 이 ETF의 1년 수익률은 19.02%, 배당수익률은 1.21%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자본수익 190만원에 배당수익은 10만원이 된다. 자본수익 190만원에 대한 과세이연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연금계좌가 가지는 절세 혜택은 여전히 막강하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Q9. 연금을 수령할 때 주의할 점은.  
개인연금을 수령할 때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이 일시금 수령이다. 이 경우 그간의 운용수익뿐 아니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납입 원금 전체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매년 납입한 원금에 연말 세액공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 부분을 도로 뱉어낸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연봉이 5500만원을 초과해 13.2%밖에 세액공제를 받지 못했던 사람은 16.5%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손해다.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찔끔찔끔 나눠 받으란 얘기가 아니다. 일시불 수령이 아닌 연금 수령으로 인정되는 최소 기간이 10년(최대 수령액120%)이기 때문에 개인연금에 1억원이 쌓여 있다면 매년 1200만원씩 받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1년에 수령하는 금액이 1500만원을 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연간 1500만원을 초과해 개인연금을 수령하면 연금소득세 16.5%를 분리과세 형태로 납부하거나, 개인연금과 다른 소득을 모두 합한 ‘종합소득세(6.6~49.5%)’ 형태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간 1600만원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초과분 100만원만 종합과세되는 게 아니라 1600만원 전체가 과세 대상이 된다. 연금수령액 전액을 종합과세할지 분리과세(16.5%)할지는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다르다. 은퇴기에 연금 소득 이외에 다른 소득도 있어 종합소득세율이 16.5%보다 높다면 분리과세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용어사전 > 금융소득종합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란 개인이 1년 동안 받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의 합계가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분을 다른 종합소득(근로·사업·연금· 부동산임대 등)과 합산해 총 소득에 따라 6~45%의 종합소득세율(누진세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제도다.  개인별 연간 금융소득 합계가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엔 금융기관에서 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로 분리과세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Q10. 목돈이 필요해 연금을 인출하고 싶다. 똑똑하게 인출하는 방법은.  
▶그동안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적립한 금액을 가장 먼저 인출해야 한다. 세액공제 한도인 900만원을 초과해 넣었던 원금은 세금 없이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다. ▶2순위는 연금 형태로 나눠 받는 퇴직금의 원금이다. 연금으로 수령하면 1~10년 차에는 일시금으로 받을 때 내야 할 퇴직소득세의 30%를 감면해 주고, 11년 차부터는 40%를 감면해 준다. 연금 수령 11년 차부터는 퇴직소득세 감면이 늘어나기 때문에 절세 효과가 커진다. ▶3순위 인출 금액은 세액공제를 받고 적립한 금액과 연금계좌의 운용 수익이다. 연금을 받는 시기에 따라 최대 5.5%(70세 이상 4.4%, 80세 이상 3.3%) 저율과세가 적용된다. 앞서 말한 대로 3순위 인출 금액은 연간 1500만원이 넘어갈 때부터 종합소득세율 과세 대상이 된다.

미국 ETF 전문가, 라이언 오코노 글로벌엑스 CEO 인터뷰
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인 401k는 개인이 투자상품을 골라 투자하는 확정기여형(DC) 형태다. 미국 투자자들의 경우 상장지수펀드(ETF)나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을 통해 직접 퇴직연금을 굴린다. 이런 배경에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상품을 갖춘 ETF 시장이 있다.

미국 글로벌엑스(Global X)의 라이언 오코너 CEO. 사진 글로벌엑스

미국 글로벌엑스(Global X)의 라이언 오코너 CEO. 사진 글로벌엑스

올해 3월 기준, 미국에 상장된 ETF 수는 3822개에 달한다. ETF만으로 연령별로 다양한 국가와 자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머니랩에선 연금계좌에서 ETF로 효과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라이언 오코너(Ryan O’Connor) Global X(글로벌엑스)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했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글로벌 ETF 상품 총괄대표를 지낸 ETF 전문가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ETF 브랜드인 ‘SPDR’을 운용하는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에서도 10여 년간 근무했다.  

연금 투자에 있어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차이점은.  
TDF는 펀드의 목표 날짜와 개인의 은퇴 시점을 맞추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종목 선택이 용이하고 운용이 편리하다. ‘글라이드 패스’ 전략이 가능해 한번 설정해 두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보수적인 투자자가 지나치게 안전한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걸 막거나, 공격적인 투자자가 너무 위험한 상품만 좇지 않고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TDF는 사람마다 다른 은퇴 후의 니즈나 목표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ETF는 TDF보다 저렴하며, 자신이 신뢰하는 성장 스토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투자 신념이 바뀔 경우 유연하게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ETF는 TDF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개인의 투자 성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ETF를 활용한 전략이 나을 수 있다. 
 

ETF로 연금 투자를 할 때 추천하는 포트폴리오는. 
전통적인 포트폴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은 시기엔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되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소득 창출형 자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ETF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두 영역 모두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됐다. 특히 테마형 투자는 장기적인 투자 기간을 가진 젊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이런 ETF들은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및 자동화, 클린테크, 바이오테크놀로지, 사이버보안 등과 같은 장기 성장 트렌드에 집중한다. 리튬이나 구리처럼 기술 혁신에 필수적인 원자재나 신흥국 투자도 ETF로 쉽게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은퇴 전후의 투자자들이 소득 창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에는 커버드콜(Covered Call)이 있다. 커버드콜은 기초 주식은 그대로 보유하면서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으로 매도해 옵션 프리미엄을 얻는 구조다. 예컨대 ‘Global X NASDAQ 100 Covered Call & Growth’ ETF(QYLG)는 나스닥 100 보유 자산의 50%에 대해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에 옵션 프리미엄으로 인한 수익은 물론 잠재적인 지수 상승에도 절반 정도 참여할 수 있다. 수익 창출과 성장 잠재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다.〈커버드콜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싶다면 👉여기〉 
 

미국의 대표 지수형 ETF만으로도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은데 테마형 ETF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테마형 ETF는 시장 전체에 넓게 분산된 기본 포트폴리오에 대한 보완재로 작동할 수 있다. 일반적인 코어 자산은 특정 섹터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 해당 섹터의 비중이 낮을 수 있다. 테마형 전략은 이런 공백을 메우고, 혁신이 아직 초기 단계일때부터 이를 포착해 ‘알파(초과수익)’를 창출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다소 높을 수 있지만 연금계좌처럼 30~40년에 달하는 장기 투자라면 이런 단기적 변동성을 충분히 견뎌내면서 혁신에 따른 장기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0년 이상 장기투자한다고 했을 때 추천하고 싶은 테마형 ETF는.   
투자자라면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AI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생산성 향상을 주도하고 있고, 이는 거의 모든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기업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앞서나가려면, 이런 혁신의 물결을 이끄는 주체와 그 혜택을 누릴 수혜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을 확보해야 한다. 10년 후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생태계를 포괄적으로 담는 전략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Global X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nology’ ETF(AIQ)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포괄적 생태계를 담은 ETF다. 이와 함께 ‘Global X Data Center & Digital Infrastructure’ ETF(DTCR)와 ‘Global X Robotics & Artificial Intelligence’ ETF(BOTZ)처럼 핵심 인프라에 집중한 ETF들을 병행해 보유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유용하다. 
 
〈‘AI 찐수혜주’가 궁금해?…머니랩의 다양한 ‘시리즈’들〉 
관세 영향도 없는데 빠졌다…“구글·메타, 지금이 기회다” [서학콘콜①] 
50개 유망주 중 5개 추렸다, 1번은 ‘AI 포식자’ 브로드컴 [서학톱픽①]
어떤 쿠폰 줘야 이 상품 살까? AI광고는 다 안다, 당신 지름신 [머니스쿨⑩]

AI 테마는 여전히 강력한가.  
우리는 향후 10년간 인공지능(AI)이 미국 및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테마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은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 기술 혁신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이는 앞으로 더 많은 혼란(disruption)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된다. 초기 인터넷 시대를 떠올려보라. 그 시절 선도 기업이었던 AOL이나 야후(Yahoo) 같은 회사들은 지금 더 이상 주요 플레이어가 아니다. AI 분야에서도 이와 유사한 변화의 물결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AI 테마에 대한 폭넓은 기초 노출(broad-based exposure)을 먼저 확보해 놓길 권장한다. 이렇게 해야 향후 핵심 기업들을 포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국방, 사이버 보안, 헬스 테크놀로지, 전기화(전동화, electrification)처럼 비교적 확신할 수 있는 특정 분야에 보다 집중해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특히 국방 기술(Defense Technology) 분야는 현재 세계적으로 재무장(re-armament) 흐름이 계속돼 투자해볼 가치가 있다.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중국은 AI 상용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딥시크(DeepSeek) 같은 혁신적인 기업은 중국의 역량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중국의 강점을 ‘빠르게 발전하는 혁신가’로 보고 있고, AI 시장에 효율적이면서도 저렴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진전은 미국과의 경쟁을 부추겨 과거 우주 개발 전쟁이나 반도체 개발처럼 전 세계 혁신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중국 시장에는 여전히 정치적·규제적 리스크가 상당히 존재하며 쉽게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중국 투자를 고려한다면 혁신에 대한 기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관세 이슈가 큰 고비를 넘기면서 미국 증시가 반등을 보이고 있다. 올해 미국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 지난 몇 달간의 시장 변동성이 완전히 사라질 거라 단정하기엔 이르다. 그래도 협상이 진전을 보이는 분위기라 투자자들은 다시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건전성과 기업들의 수익·투자 목표에 주목할 수 있게 됐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견조한 고용 상황, 두 자릿수 수익률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기업 실적 등이다. 현재 투자자들은 이러한 긍정적 내러티브(서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예상했던 것만큼 (관세로) 원가 압박이 심하지 않다면 기업 가치를 계속 높이 평가할 여력이 생기고 주가도 오를 수 있다.
 

한국의 연금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에 대한 노출 비중이 매우 높다. 이 전략이 계속 유효할지 궁금하다.
미국 자산은 지난 수십 년간 우수한 성과를 보였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 다만 지역 분산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각국은 자국 중심의 정책을 우선시하고 내부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럴 때 투자자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선별력(selectivity)’이다. 상승 모멘텀을 가진 우량기업이면서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 매력적이며, 강한 실적 전망이 겹치는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 테마 중심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도 글로벌 시장에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정 국가에 얽매이지 않고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를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 
 

금이나 원자재 시장 전망은.  
2025년 금(Gold)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강한 수요, 달러 가치 하락 가능성 등이 주된 배경이다. 금은 오랜 기간 안전자산으로서 입지를 굳혀온 만큼, 연금계좌에서도 일정 비중으로 유지해 경제적, 물가 상승,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특히 미국 국채와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들이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경우, 금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원자재 시장의 경우 글로벌 성장 둔화 가능성이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선별적 접근은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다음과 같은 원자재를 주목하고 있다. ▶우라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자력발전 관심 증가로 수요 증가 예상 ▶구리: 전기화, 재생에너지 인프라, 경제 전반의 성장에 필수적인 자원 ▶리튬: 전기차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장기 수요 기대. 이런 원자재들은 경기순환(사이클)을 넘어 장기적인 수요가 탄탄하다. 결론적으로 전략적·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금 포트폴리오 내에서 금 비중을 가져가고, 원자재 시장에서는 우라늄·구리·리튬 등과 같이 핵심 테마 기반의 선별적 투자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머니랩 & 미래에셋증권 공동기획 [연금술사] 시리즈 (완)
▶매년 16.5% 수익이 난다고? 당신이 당장 연금 시작할 이유 [연금술사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0624

▶건보료 폭탄? 뭘 몰라 하는 말… 상위 10% 꽂힌 연금펀드 전략 [연금술사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4440

▶‘투자 MBTI’만 알려주면 돼, 알고리즘이 픽한 개인연금 [연금술사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7410

▶55세에 4억 쥐는데 안 해요? 13월의 월급, 여기 투자해라 [연금술사④]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238

▶2% 수익률 7%로 바뀐다…열렸다, 환승 연금의 문 [연금술사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3427

▶연금계좌 분노? 미당족 착각 “세금 아끼려 수익 버릴거냐” [연금술사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6429

▶연금투자로 월 210만원 탄다, 원금 2배 불린 상위 1% 철칙 [연금술사⑦]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9813

▶연금 수익, 로봇이랑 겨뤘다…연 900만원 ‘반반 투자’ 결말 [연금술사⑧]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5442

▶‘평생 농사’ 수확기 망칠래요? 주식·채권 ‘연금 바구니’ 2분법[연금술사⑨]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8892

▶연 3000만원 연금 탈 거라면? 126만원 덜 내는 ‘절세팁 6종’ [연금술사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0449

▶“한국 91% 반대로 선택했다” 호주 퇴직연금 수익 8% 비밀 [연금술사⑪-上]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7576

▶금값 치솟는데 왜 팔았냐고? ‘노벨상 뇌’ 달린 로봇의 한수 [연금술사⑪-下]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7576

▶선우용여 부러워만 할 거야? 매일 호텔밥 먹을 연금매직 10 [연금술사⑫]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9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