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민생지원금 "다 주자" "선별해 주자"…당정 어색한 기류

민생회복지원금의 지급 범위를 놓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전 국민에게 1인당 최소 25만원(일부 취약계층은 35만원)을 지급하는 보편적 지급 방식을 주장해 왔는데,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편성하는 정부는 재정 여력 등을 이유로 선별적 지원 방식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 어렵다면 일정한 범위를 정해 선별 지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민생회복지원금은 전 국민 보편 지원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썼다.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보편 지원이라는 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 여건이나 세수 상황 등을 고려하겠지만, 아직 당에 설명하거나 양해를 구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추경안을 만들어 오면 부족하거나 보완해야 할 점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연합뉴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연합뉴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병기·서영교(기호순) 의원도 전날 합동 토론회에서 보편 지원에 무게를 실었다. 김 의원은 지원 방식에 대해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민생회복지원금특별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민생회복지원금특별법은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 수준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보편 지원 방식을 담고 있다. 서 의원은 “선별적 지원금이 아니라 전 국민 지원금이라는 것만큼은 이재명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선별 지원을 하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하게 선별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상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전 국민 지원으로 내수와 소비를 진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하지만 과거 선별 지원 방식을 주장한 경제 관료 출신이 새로 꾸려진 대통령실 정책 라인의 중심축을 차지하면서 선별 지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 시절인 2020년 9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관해 “한정적 재원과 재정 여건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맞춤형으로 가야 한다”(MBC 라디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1차 지원금은 전 국민에 보편적으로 지급했지만, 2차 지원금부터는 선별적 방식을 택했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1인당 30만원 보편 지원을 주장했었고, 이 때문에 재정 여력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던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와 온라인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왼쪽부터)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왼쪽부터)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엔 재난지원금 보편 지원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5월 민주당이 민생회복지원금특별법을 추진할 당시 언론 인터뷰에선 “어려운 사람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게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 선별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다. 지난해 9월 윤 전 대통령이 민생회복지원금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땐 “차등 지원과 선별 지원이라도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며 재의결을 촉구했다. 지난 1월 정부에 추경을 요구할 때도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할 경우 차등 지원을 하든 선별 지원을 하든 다 괜찮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일각에선 여야 합의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여권에서 선별 지급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11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별 지급론은) 선별적으로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하겠다는 실용주의와 유연성, 그리고 국회 내 합의를 통해서 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보편이냐 선별이냐’ 설왕설래가 많다”며 “쓸데없는 정쟁은 그만두고 오직 국민을 위한 추경안을 속도감 있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