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윤핵관’ 권성동의 퇴진…“尹정부 실패란 부채도 함께 짊어져야”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퇴진했다. 그는 12일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실패와 탄핵,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성찰과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성찰과 혁신이란 가치가 당권 투쟁으로 오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제1야당이란 자산이 있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실패와 탄핵이란 부채도 있다”며 “당의 일부가 자산만 취하면서 다른 일부에게 부채만 떠넘기려는 행태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이것은 기회주의이자 동시에 분파주의”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퇴 메시지의 핵심은 당의 통합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같은 당의 동지를 절멸의 대상으로 보지는 말자”며 “과거 우리는 친이명박, 친박근혜의 갈등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는데 최근까지도 친윤, 친한의 갈등으로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차기 지도부가 우리 당의 아픔을 잘 치유해주길 바란다”며 “분열의 늪을 벗어나 소속 의원 개개인이 모두 당을 위하는 정계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의 사퇴는 12ㆍ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친윤계 연쇄 쇠락의 상징적 장면이란 평가다. 권 원내대표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수 수장으로 옹립한 대표적인 친윤계 핵심 인사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핵심에서 비켜서며 ‘멀윤(멀어진 윤핵관)’으로 불려왔다.

 
그랬던 그가 다시 당의 중심으로 나서게 된 건 지난해 12월 12일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를 두고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은 위법적이며 정치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지금도 왜 계엄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은 떠나더라도 당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당은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탄핵안 통과를 최대한 늦춰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에선 권 원내대표가 탄핵정국과 대선 과정에서 내부 통합을 이루지 못했고, ‘김문수ㆍ한덕수’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 교체 시도 등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대선 패배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비판도 적잖다.


 

2021년 6월 29일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권성동, 정진석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건물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1년 6월 29일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권성동, 정진석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건물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윤 전 대통령이란 구심점이 사라진 친윤계의 분화는 이미 시작됐다. 권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우군을 자처한 강민국ㆍ박수영ㆍ엄태영 의원 등 재선 16명 상당수는 과거엔 친윤의 행동 대장 격이었다. 이들은 이날 권 원내대표 사퇴 회견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말까지인)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해 재신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각축전도 시작됐다. 16일 선출하는 원내대표 경선에 김성원(3선ㆍ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송언석(3선ㆍ경북 김천) 의원이 이날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수도권 대 영남’, ‘친한 대 구(舊) 친윤’이란 지역ㆍ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