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국방부 첫 방문…'임성근 구명 의혹' 제보자는 면담 불발

전직 해병 이관형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특별검사의 사무실을 찾아 입장 등이 담긴 문서를 제출하려다 불발되자 취재진에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해병 이관형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특별검사의 사무실을 찾아 입장 등이 담긴 문서를 제출하려다 불발되자 취재진에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순직해병 사건과 관련해 과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제보했다고 주장하다가 다시 ‘제보조작 의혹’을 제기한 전직 해병 이관형씨가 20일 이명현 특별검사(특검)와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는 별개로 이 특검은 이날 처음으로 파견 인력 요청을 위해 김선호 국방부 차관을 방문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 7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이 특검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면담을 시도했으나 사무실 관계자에게 가로막혔다. 이씨는 ‘임 사단장이 대구지검에 제출한 진술서’ 등 자료가 담긴 가방을 갖고 와 “이 특검을 만나 사건 관련 자료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특검이 (박정훈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를 면담했다”며 “저 역시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 시민으로서 제보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무실 관계자 A씨는 “이 특검이 김 변호사를 만났던 건 특검보 인선 관련해서인 걸로 알고 있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기 전인데 자료를 접수하는 건 적절히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A씨와 약 5분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사무실을 나왔다. 면담 불발 이후 이씨는 기자들을 만나 “특검 출범 후 개인 자격으로 (이 특검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며 “출범 전에 만나 (사건) 자료를 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간 ‘무명의 해병’으로 알려진 이씨는 지난해 6월 장경태 의원실에 임 전 사단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친분을 뒷받침하는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씨는 3개월 후인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사기탄핵태스크포스(TF) 간담회에서 이 사진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가 장 의원실에 제출한 사진은 ‘멋진해병’ 단톡방에 있던 송호종(대통령 경호처 출신)씨가 임 전 사단장·이 전 대표와 각각 찍은 사진 두 장이었는데, 마치 같이 찍은 사진처럼 퍼졌다는 것이다. 이씨는 “다른 날짜, 다른 장소에서 찍힌 사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장 의원이) 그 사진을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 같이 회식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열고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한 '제보 공작'을 반박하는 모습. 연합뉴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열고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한 '제보 공작'을 반박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씨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장 의원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가 거짓이어도 상관없고, 우린 이걸 타고 김건희로 가면 된다’고 제게 직접 얘기했다”며 “제 양심을 움직이게 된 계기”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 측은 지난해 말 이씨 등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씨 제보 내용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는 제보자로서 존중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지속해서 정치 공세에 가담한다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순직해병 특검, 국방부 첫 방문

한편, 지난 18일 특검보 명단을 대통령실에 제출한 이 특검은 특검보가 임명되는 대로 본격 수사 개시에 나설 예정이다. 이 특검은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향했다. 그는 “파견 인력을 요청하기 위해 (국방부를) 방문한다”며 “공식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건 아니고 구체적으로 몇 명을 파견받을지 협의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특검은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순직해병 사건과 관련해 여러 곳에서 파견을 모두 받을 예정”이라며 “인력 파견 대상엔 국방부 조사본부와 검찰단 인력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순직해병 특검이 공공기관에 파견 인력을 요청한 것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21일 전 특검보 명단이 확정되는 대로 특검은 자료 검토를 거쳐 공식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 특검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을 만나 “관련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와 대구지검으로부터 수사 기록 인계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