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편안한 웃음을 주는 ‘착한 개그’를 꿈꾸다

‘사랑과 우정사이’.

대중가요를 비롯해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사용돼 식상할 법도 한 오랜 친구와의 사랑이야기가 개그콘서트 속 ‘두근두근’에서만큼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음 직한 공감대와 설렘 가득한 두근거림에 유쾌함까지 더해지며 신선하게 다가온다. 두 사람의 마음이 들켰을 때 흘러나오는 ‘뚜루뚜~뚜’로 시작되는 ‘ode to my family'와 부끄러움과 기쁨이 뒤섞인 이문재의 웃음에는 빵 터지는 한 방은 없지만 보는 사람을 절로 웃게 하는 묘한 매력이 숨어 있다. 교도소에 갇혀 면회 온 여자 친구에게 ‘있기 없기’라는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형사는 냉철해야 한다면서 용의자의 슬픈 사연에 눈물을 흘리며 풀어주자고 말하는 그의 개그에는 비극 속에 희극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문재는 마냥 편하기만 했던 20년 지기 친구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희극으로 끝날지 비극으로 끝날지 알 수 없는 결말을 두고 한없이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언제까지나 곁에서 든든히 지켜줄 것만 같은 여자들의 로망이 된 ‘두근두근’ 속 이문재를 KBS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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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출 생 : 1982년 8월 18일

데 뷔 : 20011년 KBS 26기 공채 개그맨

- 코미디 프로그램

KBS개그콘서트 - '그땐 그랬지', '어르신', '나쁜 사람', '두근두근'

KBS2TV '개그스타'

- 인터뷰할 때 다른 분들은 보통 오후 시간에 약속 잡는데 아침에 잡으셔서 놀랐어요. 부지런하신가 봐요.

아, 라디오가 있어서요. ‘황정민의 FM대행진’ 매주 월요일마다 고정으로 하고 있어요. 그거 마치고 왔어요. 제가 맨날 지저분하게 나가니까 정민이 누나가 인터뷰할 때 예쁘게 하고 나가라고. 메이크업 이런 거 잘 안 하거든요.

- 황정민 씨와 친하신가 봐요.

잘 챙겨주세요. 제가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데 오토바이 탈 때 하는 이 팔토시도 빼고 인터뷰하라고. 제가 소속사가 없다 보니까 많이 조언해 주세요. 나중에 인터뷰 갈 때 얘기하면 메이크업도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 그러고 보니 얼굴이 약간 불긋불긋한 것 같아요. (웃음)

다이어트 한다고 지난주에 아무것도 안 먹었거든요.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폭식을 했더니 얼굴에 잔뜩 뭐가 났어요. 실패했어요.

- 안 그래도 살 빼신다는 글을 봤어요. 다이어트는 갑자기 왜요?

‘두근두근’이 멋있는 캐릭터인데 안 멋있어서요. 좀 멋있는 캐릭터가 되기 위해서. 한 달 정도 된 거 같아요. 3~4kg 정도 뺐어요.

- 다이어트 코너 하셨던 이승윤 씨의 도움을 받으셔도 되겠어요.

이승윤 선배님도 코너 짜느라 바쁘셔서요. 개인적으로 조언은많이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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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시인사이드는 알고 계세요?

알고 있죠. 하하. 방송하는 사람은 대부분 알고 있지 않을까요? 눈팅만 하고 있어요.

- '두근두근'이 지난주 코너별 시청률 1위를 차지했더라고요. 개그맨들이 그런 순위 신경쓰나요?

아 또요? 3주 연속했네요. (웃음) 저는 잘 안 보는데 저희 코너 여자 선배님들이 그런 거 신경 써서 보시더라고요. 와서 “문재야 우리 뭐했대” 이러시고. 감사하죠. 저희보다 재밌는 코너들이 정말 많은데. 요즘 개콘 재밌잖아요. 좋은 코너들도 많고. 저희 코너가 좋은 코너라고 생각하지만 기존 개콘의 재밌는 코너와 견주어 봤을 때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콘 위기론 얘기가 많이 나왔었는데 최근 대박 코너들이 생기면서 그런 얘기가 사라진 거 같아요. 개콘 내 분위기는 어때요? 분위기 변화가 있었나요?

위기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선배들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요. 동료도 크게 신경 안 쓴 거 같아요. 저희는 항상 자신의 코너들 열심히 짜고 있었거든요. 언제나 항상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나쁜 사람’을 지금 했다면 와~ 그런 아쉬움은 있어요. 시청률이 떨어졌을 때 ‘나쁜 사람’을 했었거든요. 지금 하면 탄력받았겠다 생각은 하죠.

- 그런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뭐였을까요? PD님?

그렇죠. 제작진들. 김상미 감독님이나 박지영 감독님과 작가님 등 제작진분들이 저희가 노력하는 거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주세요.

- 새로운 얼굴들도 코너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거 같아요. 이번에 28기 신인개그맨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개그맨이 있다면요?

하~ 다 잘해요. 28기는.. 남자들은 키가 저보다 작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다 잘 생겼어요. 여자 후배들도 다 예쁘고 연기도 잘하고. 통통한 캐릭터도 있지만 다 키도 저랑 비슷하거나 크고.

- 그럼 이렇게 여쭤볼게요. 함께 코너 해보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아우~ 많죠. 색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아직은 후배 친구들의 성향이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연기 이런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뭐는 뭡니다!” 이런 스타일은 제가 못하거든요. 연기 쪽 잘하는 친구와 해보고 싶어요.

- 최근에 개콘에 멘토, 멘티제가 도입됐죠. ‘황해’가 성공한 케이스인데 이문재 씨는 멘티인 건가요?

아뇨. 멘토 멘티는 가장 선배들과 가장 후배들만 하고 있어요. 27기와 28기 후배들이 잘 될 수 있도록 고참 선배님들이 가르쳐주고 키워주고 있죠. 저는 바로 그 위기수 26기. 중간에 있는 기수라서 멘토 멘티 제도의 혜택을 못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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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황해'

-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거예요? 뽑기라고 들었는데.

후배들이 “저는 이 선배님과 해보고 싶습니다” 내서 짝이 돼요. 아주 좋은 제도죠. 후배들도 자기가 배우고 싶은 선배에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고요.

- 한쪽으로 쏠리진 않아요? 인기 있는 선배들한테로.

그렇진 또 않더라고요. 다 성향이 있더라고요. 고르게 잘 분배가 되더라고요.

- 후배들의 가장 많은 ‘원츄’를 받은 분은 누군가요? (웃음)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제가 거기 껴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팀이 딱딱 된 걸 보면 캬~ 대단해요.

- 멘토 멘티 제도에 대해선 개그맨들이 만족하나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서요.

단점보단 장점이 많을 겁니다. 진짜로. 제가 처음에 ‘있기 없기’ 코너를 했었거든요. 막내 때. 막내가 메인을 했었거든요. 그땐 몰랐습니다. 개그를. 코미디가 뭔지 개그가 뭔지 몰라서 오래 못 가고 결국 내렸거든요. 그런데 ‘어르신’ 같은 코너 하면서 김원효 선배님, 김대희 선배님, 류정남 선배님, 정명훈 선배님께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때 제가 아무것도 안 하고 “누구 옵니다”하는 토스하는 역할만 했는데. 그걸 20회 정도 하면서 코너를 짜는 방법이나 개그를 하는 방법들을 정말 많이 배웠어요. 27기, 28기 친구들 가운데도 연기를 했거나 개그를 하다 온 친구들이 있을 텐데 해보면 아마 틀릴 거예요. 하면서 엄청 많이 배울 거예요. 멘토 멘티 제도가 끝나면 그 친구들은 더 성숙할 거예요.

- 그럼 만약에 이문재 씨에게 멘토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누구를 택하시겠어요?

캬~ 같이 하고 싶은 선배님이요? 많죠...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엄청 많은데. 제가 꼭 집어서 얘기해야 해요?

- 그동안 같이 했던 분들도 있으니까 안 해 본 분 중에 말씀하셔도 되고. 편하게 대답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한 참을 생각하다) 김원효 선배님도 다시 해보고 싶고요. 정태호 선배님. 연기 워낙 잘하시니까. 정명훈 선배님도 어르신 할 때 놀랐어요. 다른 선배님들도 워낙에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연기하시는 분들이랑 해보고 싶어요. 그때는 작은 역할. 어르신 때처럼 하면서. 제가 큰 역 하지 않고 그냥 받아주는 역만 하면서 선배님들 하시는 걸 보고 싶어요. 어떻게 연기하고 호흡하는지 그런 걸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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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채시험에서 여러 번 떨어졌다고 들었어요. 개콘 시험은 몇 번 본 거예요?

(웃음) 항상 여쭤보세요. (손가락으로 세어보더니) 5번이요.

- 다른 인터뷰 보니 서수민 PD님 도움으로 들어왔다는 얘기가 있던데 개그스타에서 그 기수로 편입된 거예요?

아니요. 개그스타라는 프로가 개콘에 들어오는 신인들을 좀 키우는 프로였고요. 그게 밤 12시 30분에 했던, 시청률이 높지 않았던 프로인데 거기서 방송을 꾸준히 했어요. 서수민 PD님께서 그때 제 코너를 좋게 봐주셔서 시험 볼 때 도움을 좀 받아서 공채 시험에 합격하게 됐죠. 특채가 아닌 공채로 들어왔습니다. (웃음)

- 포털사이트에 프로필이 간략하게만 나오더라고요.

뭐 제가 소속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포털에 ‘사진 바꿔주세요’ 하지도 않고. 다들 그렇게 하더라고요? 프로필 사진 바꾸고. 저는 그냥 뒀어요. 프로필 사진 보면 완전 옛날 사진. ‘있기 없기’ 할 때 슬퍼할 때 그걸 캡처해서 갖다놨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그거 보면 그냥 좋아요. 그때 생각도 나고.

-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셨더라고요?

(웃음) 그것도 공부를 못해서. 그냥 등급에 맞춰서. 원서를 몇십 개 넣었는데 그게 됐어요.

- 개그맨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냥 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건 아니고요. 그 시기가 대학교 졸업하고 편입을 해볼까? 1년 정도 공부하다가 운동도 하고. 개그맨 해볼까? 제가 뭔가를 결정하던 시기였어요. 도전을 해봤죠.

- 개그맨들 보면 학교 다닐 때 오락부장도 하고 앞에 나가서 남들 웃기는 거 좋아하고 그런 분들이 많던데. 이문재 씨는 내성적이라고 들었어요.

지금도 그래요. 앞에 내놓잖아요? 그럼 말도 못해요. 얼굴도 빨개지고.

- 진짜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저는 예능을 못할 거다. 일주일 동안 3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딱 그거 준비한 만큼만 보여주고 내려오는 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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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예능을 좀 하고 그래야 더 클 수 있잖아요.

저는 최고의 MC나 예능 그런게 꿈이 아니라 개콘에서 코미디 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더 크게 된다면 더 좋은 코너를 하는게 꿈이죠.

-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극배우 같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5년 동안 대학로에서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대학로 지하에서. 갈갈이 패밀리에 있었거든요. 거기서 살다가 다른데 나가서 살다가. 따로 연기를 배우진 않았어요. 연기라는 게 겪어 본 게 많으면 잘되는 거 같아요. 연기를 이렇게 해야지 해서 되는게 아니라 돈도 없이 살고. 좋았다 나빠다 개었다 흐렸다 파란만장하게 살다 보니까 저스스로 안에 감정이 많아져서 그때그때 꺼내 쓰는 것 같아요. 언제나 웃으면서 개그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어서.

- 가장 처음 등장한 코너가 '그땐 그랬지'였지요? 찾아보려니 없던데 혹시 검정색 타이즈 입고 뒤에 있던 멤버인가요?

하하하하. 저는 저를 알죠. 가족들과 TV를 보면서 저기 선풍기 들고 있는 게 나라고. 얼굴도 안 나오죠. 비행기 들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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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그땐 그랬지'

- 거기서 같이 타이즈 입고 계셨던 멤버 중에 유명해진 분은 누가 있어요?

지금 상훈이. 승환이도 쫄쫄이 입고 있었고.

- 그분들이 다 같이 동기시죠?

네. 26기. 지금 26기가 잘해주고 있죠.

- 26기, 가장 잘 나가는 멤버는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뭐 승환이도 잘되고 상훈이도 잘되고 있고. 혜선이도요.

- 이상훈 씨도 연기 잘하시더라고요. 목소리 톤도 좋으시고.

상훈이가 연극배우 출신이에요. 아우 잘해요. 서태훈 씨도 잘되고 있고.

- 기수별로 들어올 때 등수가 있더라고요? 26기 1등은 누구였어요?

아 승환이가 1등 했어요. 15명 중에 저는 13등 했어요. 아하하하. 힘들게 13번 떨어지고 13등으로 붙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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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정승환

- 동기 중에 이 사람은 잘되겠다고 생각한 사람 있어요?

역시 승환이가. 잘 됐죠.

- 나이가 많은 편이시잖아요. 동기나 어린 선배도 많고 나이가 많아 불편한 점은 없을까요?

저희 기수가 고령화에 획을 그었다고 그래요. 26기 반장 형이 34살. 승환이 저 태훈이가 32이고 기수 대부분이 거의 30대에요. 고령화 기수죠. 나이가 많아서 불편한 건 없어요. 나이 그런 건 이미 잊은지 오래고요. 그냥 기수로 가는 거죠.

- 가장 친한 개그맨은 누구세요?

저희 기수 반장 진영이 형이요. ‘있기 없기’ 했을 때 교도관으로 앉아 있던 형이에요. ‘노애’ 코너에서 “지금 뭣들 하는 겨” 했던. 지금은 코너 안하고 있는데. 제가 넋두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동긴데 형이라서.

- 아무래도 친하면 코너 짤 때 같이 하게 되지 않나요?

몇 번 불렀죠. 같이 하자고. ‘나쁜 사람’ 할 때도 진영이 형 불렀었는데 다른 코너 있어서 못 왔었거든요. 그런데 나쁜 사람이 잘되고 진영이 형 코너가 잘 안됐어요. 하하. 볼 때마다 “우씨 우씨 우씨” 그러고. 또 좋은 코너 짜고 있어요. 이번엔 같이 하자고 했어요. 두근두근 이후에 잘되면 함께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동안 여러 코너를 했는데 문재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어르신' 같고 이문재라는 캐릭터를 알게 해준 건 '나쁜 사람' 같은데 자신에게 가장 특별한 코너가 있다면 뭘까요?

‘나쁜 사람’이죠. (한 참을 생각하다) 되게 많은 생각이 나네요. 서수민 감독님이 ‘있기 없기’를 하게 해주셨고. ‘어르신’ 코너에도 넣어주셨어요. 항상 하는 얘기인데 저의 생명의 은인이세요. 지금 김상미 감독님, 박지영 감독님은 저를 키워 주셨고요. ‘두근두근’도 다른데 속해있던 작은 코너인데 검사를 맡을 때 김상미 감독님, 박지영 감독님이 포인트 부분을 딱 잡아서 “더 펼쳐내자” 하신 거예요. 모든 코너가 다 그런 스토리가 있는데 ‘나쁜 사람’은 저를 있게 한 코너이고 앞으로 없을 거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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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나쁜 사람'

- ‘나쁜 사람’으로 이문재 씨가 많이 알려지셨죠.

아우 그렇죠. 첫 회할 때 엄청 놀랐어요. 스스로 좋은 코너다 느낌은 있었는데 관객들이 울면서 볼 줄은 몰랐어요. 1회를 이어폰 끼고 잘 보시면 슬프면서 웃어요. 상구 선배님이 워낙 연기를 잘 하니까 몰두해서 울게 하고 저는 사이사이 웃게 하고.

- ‘나쁜 사람’은 아이디어도 직접내고 배경음악을 찾으려고 천 여곡을 듣고 골랐다고 들었는데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통편집 돼서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으~윽. 박수칠 때 떠나라죠. 재미없게 끝날 바에 그렇게 끝나는게 낫지 않겠냐는 감독님 얘기가 있었고 저희도 그러자고 했죠. 찍고 나서 다음 주에 편집됐다는 얘기를 듣고 감독님도 “마지막거 다시 짤래, 그냥 지난 주거로 끝낼래?” 해서 그냥 나간다고 했죠.

- ‘있기 없기’도 지금까지도 유행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생각보다 빨리 폐지된 것 같아요.

캬~. ‘있기 없기’ 음반도 나왔죠. 달샤벳. 만약 지금 ‘있기 없기’를 했다면 CF도 찍었을 텐데. 하하. ‘있기 없기’ 시작할 때 ‘꺾기도’랑 ‘용감한 녀석들’이랑 같이 시작했어요. 살아남을 수가 없었어요. ‘있기 없기’ 유행어는 아는데 저는 모르더라고요. 당시에 술집에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이렇게 술 안 마시기 있기 없기”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슬쩍 쳐다보면서 ‘저를 보세요. 저를 알아보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술값을 쏠게요’하고 봤는데 모르더라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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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있기 없기'

- 신입이었는데 어떻게 주연급으로 코너를 찍으셨네요.

코너 검사를 맡으러 갔는데 그날 제가 운이 좋았든가 컨디션이 좋았든가 선배님들이 많이 웃어주시고 재밌게 잘 된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이 “그렇게 한번 떠보자” 했고. 원래 처음엔 허민 선배님이 아니고 동기 소라였어요. 허민 선배님으로 바꿔서 녹화했는데 1회 때 잘 된 거예요. 생각보다. 그래서 방송에 나가고. 그런데 2회 때 바로 편집이 돼서. (웃음)

- 허민 씨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지금 장효인 씨와 비교해 본다면 누구와 더 잘 맞는다고 생각되세요?

허민 선배님과도 잘 맞았죠. 둘은 색이 너무 달라요. 사람자체가. 허민 선배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이고 효인 선배는 애에요. 와~~아악 하고 돌아다니는 스타일. 막내 여동생 같은 느낌.

- 이전 코너들은 주변인 느낌이 강했다면 ‘두근두근’은 이문재 씨를 가장 돋보여주는 것 같은데 받쳐주는 역이나 웃음을 주는 역이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쪽이 자기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저희가 얘기했던 것 중의 하나가 김원효 선배님. 지금 ‘뿜 엔터테인먼트’에서 받쳐주는 역 하시잖아요. 저희는 그거 보고 “와 정말 멋있다” 그래요. 원래 김원효 선배님 급이면 큰 역할을 해도 되는데 후배들에게 재미를 몰아주면서 코너를 만들고 있잖아요. 참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웃음을 주는 포인트나 받쳐주는 포인트나 거기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어떤 코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내가 웃기나 남이 웃기나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코너를 만나서 좋은 역할을 하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웃기는 그런 거에 빠지면 나~쁜 사람.

- 장효인 씨와 코너를 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원래 친했어요. 장효인 선배가 일본에 유학 갔다 와서 코너를 준비한게 잘 안됐어요. 장효인 선배가 옆에서 다른 코너 짜고 있는데 제가 옆에 가서 “뚜루뚜~~” 그러면서 장난을 치다가 만들어지게 됐어요. 제가 “재밌죠?” 장효인 선배가 “재밌다. 문재야” 그래서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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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두근두근'

- ‘두근두근’은 경험담? 친구가 연인이 된 경험이 있어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두근두근이. 하하. 저를 지금 보면 아시겠지만 지저분하잖아요. 두근두근에 환상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코너에서는 되게 멋있고 여자들한테 무심한척 다 챙겨주고.

- 츤데레! (무심한 척 툴툴거리면서 잘 챙겨주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인터넷 용어)

네. 츤데레.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여자 앞에서 챙겨주고 그런 것도 없거든요. 제가 봐도 멋있게 나오더라고요. 항상 인터뷰하면 말하죠. 저 그런 사람 아니라고.

- 실제 연예스타일은 어떠세요? 무뚝뚝? 나쁜 남자?

나쁘지는 않고요. 편한 친구 같은 스타일은 맞는데 그~정도로. 하하. 집에 들어갔으면 가야지 무슨 집 앞에 각목을 들고 지켜주고. 세상에 어떤 남자가 그래요. 하하.

- 초기에는 그런게 없었는데 마지막 부분에 집 앞의 전등을 바꿔준다거나 여자친구 모르게 챙겨주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게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여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그런 부분 때문에 호응도 큰 것 같고요.

그게 점점 커지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감독님의 의도. 감독님이 말했던 게 뭐냐면 ‘2580’이나 ‘그것이 알고싶다’ 재밌죠? 그런 느낌. 개콘도 굳이 웃겨라가 아니라 보면 그냥 재밌는 그런 코너가 없다. 만들고 싶다. 그런게 담겼어요. 우리가 웃어라 웃어라가 아니어도 보면 웃을 수 있는 제가 하고 싶은 개그와 감독님의 생각이 잘 맞았죠.

- 여성분들이 주위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해줄 것 같아요.

주변분들이 많이 주세요. 선배들이 옆에 와서 장난한번 치고 “뚜루뚜~” 하고 가요.

- ‘두근두근’에서 관객들 호응이 가장 좋았던 마지막 장면은 어떤 거예요?

전화하고 팝콘. 효인 선배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가 찾았는데 1번으로 제가 저장돼 있던 거랑. 효인 선배가 소개팅을 나간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전화를 제가 문 뒤에서 팝콘 들고 숨어 있다가 듣고 좋아했던 모습이요. 이번 주도 반응이 좋았어요. 각목 들고 문 앞에 앉자마자 여자 분들이 “아~~~~악” 하하하. 그래서 ‘연기에요~ 이런 사람 없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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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두근두근'

- 지금 혼자 활동하고 계신데 소속사에 들어갈 생각은 없으세요?

제가 아직 그 정도 역량이 안 되는 거 같고. 아직 회사는 저에게 과분하단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이곳저곳에서 불러주는 사람도 아니고. 나중에 더 잘되고 하면 모르죠.

- 예능은 못하실 것 같다고 했고 연기 욕심이 있으시니까 나중에 드라마나 배우로서의 욕심도 있을 것 같아요.

조금. 그냥 큰 역할 말고 카메오나 단역 같은 역할 정도 하고 싶어요.

- 개그맨들이 보통 예능을 통해서 활동영역을 넓히잖아요. 여러 가지 면에서 개콘에만 머물러 있으면 더 나아가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꿈이 큰 사람은 그게 맞죠. 예능을 하고 싶어서 개그맨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에게는 꿈이 그걸 텐데. 지금 저에게 개콘은 엄청 큰 무대거든요. 현재 개콘에서의 저는 작기 때문에 개콘 안에서 더 큰 저의 자리를 만들고. 개그를 하고 싶어요.

- 이문재 씨의 최종 꿈은 뭐에요?

부모님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 (웃음) 제 꿈은 그거에요. 어머니 아버지 잘 모시고. 결혼해서 잘 살고. 돈 걱정 없이 아프지 않고 일 잘되고. 그렇게 사는 거요.

- 그럼 현재 가장 부러운 사람을 뽑는다면?

지난주에 로또된 사람? 하하. 아닐까요?

- 하하. '지금 개그맨 선배 중에 누구의 연기력이 부럽습니다' 그런 말씀 하실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지금 로또 된 사람은 이렇게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못 봤던 TV 다 보고 그러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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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서핑은 많이 하세요? 코너들 반응은 살펴보는 편인가요?

요즘엔 잘 못하고 있어요. 반응은 잘 못 봐요. 일부러 안 보는 것도 있어요. 보긴 보는데 ‘나쁜 사람’ 할 때 그런 걸 느껴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나쁜 사람’ 할 때 “나이트클럽에 왜 갔어? 춤 추러 간 거잖아?” 그러면 음악 나오면서 “어머니가 나이트클럽에서 일하세요.” 이렇게 웃긴건데. “어머니가 거기 일하면 맛있는 거 많이 먹을 거 아니야?” 그러면 “이가 없으세요” 그런데 아시죠? 나이트 클럽에서 어머니들이 많이 일하세요. 메일이 온 거예요. ‘당신 웃을 수 있습니까?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쉽게 웃기는 힘드네요“하고 연락이 왔어요.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한 거예요. 비극의 희극화 거든요. 수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는 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인가. 어떻게 보면 제가 하는 게 블랙 코미디잖아요. 다른 사람의 슬픔을 웃음으로 만드는 건데. 허구를 갖고 만들면 누구나 웃을 수 있는데, 아픈 사람이 있잖아요. 가난한 사람이 있고. 메일을 받았을 때 제 스스로 많이 흔들렸어요. 코너 회의를 할 때 진지하게 말했어요. ”우리가 지금 좋은 코너를 짜고 있는게 맞냐“ 다 같이 웃었죠. 하하. 웃다가 일순간 조용해졌어요. 그래서 코너 짜면서 슬픔에 허구를 너무 많이 넣었어요. 말도 안 되는 얘기. 왜냐면 겪은 사람이 없어야 했기 때문에.

- 그 바뀐 시점이 그때였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공감이 안 되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부분이 쌓이다 보니까 말이 안 되는 내용이 자꾸 나온 거예요. 한국의 대표 코미디인데 그런 걸로 웃음을 준다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코너를 짠 저도 모르고 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더라고요. 많이 배웠어요. ‘두근두근’도 그렇고. 앞으로 짤 코너도 그렇고. 제가 하고자 했던 개그도 그렇고. 좋게좋게.

- 포털사이트에 이문재 씨 연관 검색어로 ‘이문재 근육’, ‘이문재 키’가 있어요. 보셨어요?

아 봤어요. 키는 뭐에요. 진짜. 아하하하

- 근육은.. 운동을 하셨어요?

권투해요. 꽤 오래됐어요.

- 전에 개콘 특집에서 ‘키 컸으면’ 코너에 개콘에서 작은 개그맨들 다 나오셨는데 거기에 이문재 씨 계시더라고요. 그렇게 작게는 안보였거든요. 허경환 씨는 작아 보이시는데. (웃음)

아하하하하. 제가 허경환 선배 보단 크죠. 저희만의 그런 게 있어요. 우리만의 기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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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키컸으면'

- 내가 누구보다 크고 작고 그런? 그럼 누가 제일 아래에요? (웃음)

아 그건 또 지켜줘야. 우리만의 룰. 누가 큰지도 비밀로. 단신들만의. 아주 민감한 부분이에요.

-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좋은 분들이 너무 많아서.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모든 선배님의 좋은 모습들을 다 배우고 싶어요. 연기 잘 하는 선배님을 좋아하기는 해요. 그런데 다 좋은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닮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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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어떤 개그맨이 되고 싶으세요?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주세요.

좋은 개그를 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이문재가 하는 개그는 따뜻하고 재미있다. 억지 웃음보다 편안하고 비호감 없이 빵 터지는. 큰 웃음이 없어도 소소하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어요. 막 웃겨라 보다 조곤조곤 저만의 색깔이 있거든요. 그렇게 자리를 넓혀가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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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말을 해 본적이 없다고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한 인터뷰였다고 말하며 이문재는 자신의 이야기를 부끄러운듯 모두 들려주었다. 그럼에도 개그맨 중 누군가를 선택해서 대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한 참을 고민하고, 한 참을 망설이고 쉽게 대답하지 못하며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우리는 동료와 선배를 배려하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아픔을 떠올리며 개그를 짜고 모든 사람이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이문재만의 개그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에 무게가 더해졌다. 그런 그가 만드는 앞으로의 개그가 궁금하다. 그리고 여전히 ‘밀당’ 중인 ‘두근두근’ 속 이문재식의 결말도 궁금하다. 하지만 아직은 두 사람의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두근거리는 설레임도 조금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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