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라이언 전, 매 순간 새로운 트렌드세터

한국 대중음악을 일컫는 단어 K-POP은 이제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POP의 저변 확대는 수십 년간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해왔던 뮤지션들이 구축해놓은 단단한 토대에 이제는 '산업'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문화적, 경제적 영향력을 획득한 아이돌 음악 시장의 고급화, 예술화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런 아이돌 음악의 기술적, 예술적 발전에는 이 음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10대 청소년들의 전유물'에서 '세대를 아우르며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바꿔놓게 한 프로듀서, 작곡가들의 노력을 절대 배제할 수 없다.

라이언 전은 그런 프로듀서 중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데뷔곡인 K-POP 여왕 이효리의 4집 앨범 타이틀곡 'Chitty Chitty Bang Bang'으로 대중과 음악계의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슈퍼주니어, 샤이니, 걸스데이, 동방신기, f(x), 백지영 등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등장 1년도 되지 않아 라이언 전은 가수라면 누구나 곡을 받고 싶어하는,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 되었다. 게다가 마켄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라는 직함까지. 이쯤 되면 라이언 전, 뭔가 카리스마 넘치고 범접하기 어려운 사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올해 초 방송된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본 그의 모습은 대중들의 선입견과는 달랐다. 잘 웃고, 부끄러움도 잘 타고, 연습생들에게 격려와 폭풍 칭찬까지! 게다가 그와 그의 동료인 DR이 프로듀스한 곡인 'Fingertips'와 'Yum Yum'는 참가자들의 매력을 쏙쏙 뽑아내며 시청자들의 심장을 '쿵쿵'거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프로듀스 101 팬들은 라이언 전이라는 작곡가에게 환호했고, 몇몇 팬들은 디시인사이드에 라이언 전 마이너 갤러리를 만들며 그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 진짜 라이언 전이 등장한 것이다. 갤러리 만들어졌다니 잠깐 눈팅만 하고 가겠지 했는데, 더 놀라운 일은 그가 라이언 전 갤러리 오픈 두 달이 가까워졌음에도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사실. 그것도 프로갤러가 되어서. 이런 유명하신 분이 프로디시인이라니. 게다가 SNS에서도 당당히 갤밍아웃 하시며 디시에, 갤러들에게 애정을 보내시니 이 분, 디시 기자로서 인터뷰 안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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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본 명 : 라이언 S. 전(Ryan S. Jhun)

생년월일 : 1979년 2월 28일

- 디스코그라피

이효리 'Chitty Chitty Bang Bang', 샤이니 'Lucifer', 걸스데이 '잘해줘봐야', 동방신기 'She', 슈퍼주니어 '너같은 사람 또 없어', 유키스 'NEVERLAND', 스피카 'Painkiller', EXO 'Love Me Right', 태연 'I', f(x) 'Deja Vu', 레드벨벳 'Dumb Dumb' 등 <참조 - 라이언 전 (Ryan S. Jhun) 디스코그라피 with Marcan>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 이미 프로갤러시라 인터뷰하는 게 재밌으면서도 애매하네요. 라이언 전 마이너 갤러리에 올린 질문 공지 댓글에 '그냥 우리가 질문하면 되는데' 이렇게 달려서요. 하하하. (디시 이용자 '만긍아', 'DC_jungchaey', '나의소녀시대', '(소곤소곤)')

제가 사실 전에 질문 올라오면 다 답해줬거든요. (웃음)

- 저도 '어떡하지' 했죠. 너~무 갤러리와 친하시더라고요. 하하하.

맞아요. 남자 친구들이 그렇게 해주니까 고맙죠. 사실 제가 어느 정도 미스테리어스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외부에 저를 노출하지 않았어요. 신비주의는 아니고 작곡가가 외부에 나설 이유가 있나 싶어서요. 하지만 우리 친구들이 그렇게 좋아해 주시니 고마워서 조금 활동하고 있어요. 팬 서비스? (웃음)

- 디시는 어떻게 아셨어요? 원래 알고 계셨어요? (디시 이용자 '고라파닭', '솜쿵해', '채연이따따봉')

지나가는 소리로 디시를 들은 적이 있어요. 가수들 음반 반응이나 팬, 인기 척도 이런 거를 알려면 갤러리를 가야 한다고요.

- 음, 지금은 작곡가님이 직접 척도가 되셨어요. (웃음)

디시에 있는 I.O.I(아이오아이) 팬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제가 디시와 인터뷰를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처음에 정말 고마웠어요. 한국에서 제가 음악 작업한 게 7년째 되었는데, 저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긴 있었지만, 이름만 알았지 제 얼굴은 아무도 몰랐어요. 어디 가서 '나 이 곡 썼는데' 해도 사람들이 '진짜야?'라고 묻고, 오해하기도 하고 거짓말이라고 하기도 그랬거든요.

- 처음 갤러리 들어왔을 때 컬처 쇼크 오지 않았나요? (디시 이용자 '쁨유동', '윾블리', 'ㅇㅇ')

왔어요. (웃음) 단어도 그렇고, 음지라고 말하기에는 그렇지만 뭔가 숨어있는 친구들의 동호회 같은 느낌? 이런 게 보였거든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보다가 갤러리 활동을 하게 되더라고요. 현재 돌아가고 있는 실상을 뉴스보다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서요.

- 디시는 오픈형 서비스이지만, 굉장히 마이너한 면이 있죠.

그렇죠.

- 그런 면에서 저희 이용자들과 성향이 맞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적응을 못 했죠. 그러다가 저를 좋아해 주시는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이 일기 시작했어요. 저는 아직도 이 친구들을 한 번도 제 팬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들과 같은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눈높이도 같은 위치에 맞춰 있어요. 저는 음악을 쓸 때 대중의 귀에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그렇기에 거부반응 이런 건 없었어요.

- 대중의 귀에 맞춘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제가 대중의 입장에 서서 '이런 노래를 들으면 좋겠다', '이런 곡이면 좋겠다' 생각하는 거죠. 그들과 동화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항상 곡을 써요.

- 갤러리 활동하는 게 작곡에 도움이 되나요? (디시 이용자 '도댕이화이팅')

도움이 돼요. 이게 빈말이 아니에요. 제가 문자로도 기자님께 이야기했듯 정말 천재들만 모아놓은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것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동을 하고 있어요. 짤도 그렇고, 일명 '떡밥' 같은 걸 만드는 것 자체가요. 그러다 보니 갤러리 활동을 하면서 저도 뭔가 떠오르는 게 많았어요. 머리를 빨리 굴려야 하니까요. 센스도 있어야 하고, 낚는 것도 잘 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해야 하다 보니까 도움이 엄청 되죠. 말을 하나를 던지더라도 재밌게 해야 이 친구들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어요. 센스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1, 20대 마음을 이해하겠다?

네. 제가 전에 기자님께 이야기했듯 처음에는 호기심, 두 번째는 단어습득, 세 번째는 중독. (웃음)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는 조사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이 갤러리에는 분명 1, 20대뿐만 아니라 3, 40대도 있다.

- 네. 맞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짤을 만들어낸다는 게 대단한 거죠.

그렇죠. 그중에서 더욱 충격적인 건 이들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사생팬이 아니라 정말 그 인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어요. 정성이 보이더라고요. 이 사람들 진심이다, 감동이다 느껴지더라고요. 누가 이 갤러리를 만들었나 했어요. 디시인사이드 역사도 찾아봤어요. 회사가 어떻게 설립됐지? 이런 것도요. 저는 'Why(와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소위 '파는' 걸 좋아했죠. 그래서 디시와 갤러리, 이용자들을 한 번 파봤어요. 여기 팬들은 대단한 친구들이더라고요.

- 프로디시인이 되셨는데.

하하하.

- 하루에 갤 활동은 얼마나 하세요? 하하하. (디시 이용자 'SHprime', '만긍아')

음악 쓰고, 일을 하다 보니 취미라고는 끽해봤자 사람 만나는 거. 그러다 보니까 많이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고 언제부턴가 취미가 없어졌어요. 그나마 취미라고 하면 기계장비, 애플, 삼성 이런 얼리어답터 행동을 많이 했죠. 그런데 이번에 갤러리를 알고 나서는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갤러리 들어가 보고, 심심할 때 들어가서 보고, 자기 전에 봐요. 취미 생활 아닌 취미 생활이 되었죠. 디시가.

- 저한테 문자로 합성짤을 몇 개 주셨는데, 그게 제일 좋아하시는 짤이에요?

더 많아요. 하하하. 디시 동지들과는 주제가 있어요. 감사와 정성이라는 단어를 그 친구들에게 주고 싶어요. 그렇게 이미지를 만들어줬다는 것 자체가 고마워서 저 관련된 것은 하나도 안 빼먹고 다운받았어요. 핸드폰에 폴더까지 만들었다니까요. 필요할 때 쓰려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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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신 이미지 중 포켓몬 짤이 고퀄이더라고요.

그게 제일 최신이었어요. 최신형 자랑질. (웃음)

- 패러디 영상 같은 것도 있어요. 도핑 적발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영상. 이런 건 어때요? (디시 이용자 '유정스럽다')

아무래도 작곡가는 약간 카리스마적인 면이 있어야 해요. 그런 것들을 보고 처음에는 '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건가? 놀리는 건가?'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어요. 관심이 없으면 그런 걸 하지 않더라고요. 사실 갤러리에서 이런 비슷한 질문을 받아 제가 답한 적 있어요. 진심으로 말씀드리자면, 가족들에게도 자랑하고, 친구들에게도 자랑했어요. 어머니는 그거 보시고 '이런 거 보지 말고 살이나 빼'. 하하하. 요즘에는 '왜 안 해주냐' 친구들에게 징징댄 적도 있어요. '짤 좀 쪄줘, 사진 줄테니까 쪄줘' 이렇게.

라이언전의 일기

- 떡밥이 많아야 합성을 하죠. 인터뷰 올라가면 떡밥이 좀 생기겠네요.

잘 찍어주세요. 하하하.

- 다른 갤러리도 많이 가시는데 어디 주로 가세요? (디시 이용자 '만긍이윾댕해', '무')

주로 간다는 이야기가 조금 그런 게 저는 두루두루 다녀요. 제가 언제 치고 들어가야 하는가 타이밍을 노릴 때가 있죠. 넉살 좋게 들락날락해요. 일단 최유정, 김소혜, 전소미, 제 갤러리고요, 요즘에는 피에스타 곡이 나와서 피에스타 갤러리 가서 응원해요. 그리고 복습하러 가죠.

- 그거 팬들이 되게 좋아해요. '아, 작곡가가 우리 가수 이렇게 아껴주는구나' 생각하더라고요.

(작곡가) 친구들 사이에서는 제가 유일하다고 하더라고요. 초반에는 '하다 말 거야' 사람들이 생각했을 거예요. 사실 그냥 들어갔다가 활동 안 하고 나올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친구들에게 이렇게라도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금은 의무 아닌 의무가 된 거죠. 저는 팬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중계 역할 아닌 역할을 비슷하게 하고, 저는 연예인쪽 보다는 대중 쪽에 서서 같이 하고 싶어요.

- 나도 삼촌팬이야 이런 거?

네. 삼촌팬, 아재팬. 이런 느낌으로 같이 동화되고 싶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취미 의무감.

- 속된 말로 이제 얼굴이 '팔렸는데' 사람들이 알아보면 조금 불편하진 않아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젊은 친구들이 알아보는 경우가 있는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 머쓱할 때가 있어요. 옆에서 수군거리며 '전사자다, 라이언 전이다' 할 때. 조금 머쓱하고 창피하기도 해요. 행동 제재가 들어오니까. (웃음) 좋을 때는 직접 와서 '같이 사진 찍고 싶어요, 사인해주세요' 할 때요. 요즘 사인 연습하고 있어요. '해줘야 하나?' 싶네요. 하하하. 처음에는 사인 요청 올 때 '저는 연예인 아니라 사인은 못 해드리고 대신 저와 사진 찍어요.' 했죠. 누구 팬이냐고 물어보고 사진 찍어서 본인 SNS에 올리고 저한테 인증샷 보내라고 그랬어요.

- 아, 팬들과 SNS DM을 하신다고 봤어요. (디시 이용자 '흑둡_우채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이게 잘못 해석되면 연예인병이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가수 덕분에 팬들이 저를 알게 되었어요. 고맙다면서 저한테 한두 글자 DM을 보내는 걸 제가 무시할 수가 없는 거예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이런 친구들이 메시지를 보내는데, 답을 안 해주면 상처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한두 글자 정도만 답문을 보냈어요. 그러다가 I.O.I가 나오고 나서부터 6~7개 정도의 메시지가 오더라고요. 저도 I.O.I와 프로듀스 101 친구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에 '좋은 곡을 써줘서 고맙다', '곡이 좋다' 그 말이 고마워서 열명 남짓의 분들에게 답글을 하나씩 달아줬죠. 그게 완전 나비효과처럼 일파만파로 퍼져 버린 거예요. 그러다가 글이 한 500개? 600개? 1,000개 가까이 간 적이 있었어요. 그걸 일일이 달다가 저도 시간이 없어서… (웃음) 원래 DM 안 했는데, 고맙다는 그 한두 마디 때문에 했죠. 그것도 의무가 되었지만, 절대 귀찮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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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언 전 씨와 저를 연결해준 팬도 그렇게 알게 된 친구인가요?

그 친구가 아마 제가 있는 사이트 부매니저였을 거예요. 그러다가 좀 진심 어리게 저에게 격려를 해서 제가 '너 뭐 하는 친구니?' 하면서 지내다가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되었죠. 좋은 친구예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친구들이 남자분들이 많아서 제가 더 다가가기 편해요.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들이고요. 여자 팬들은 제가 조심히 하는 편이고요.

- '여자들도 갓사자 좋아해요. 여자 팬들 있으니 알아주세요' 하는 질문이 있었어요. 혹시 읽으셨어요?

아이고, 친절한 라이언으로 계속 있겠습니다. (웃음)

- 정모도 하신다면서요? (디시 이용자 'Highlander')

게시글이 4,000개 정도 달려있을 때 '한 1만 글 정도 달리면 우리 한 번 만나자. 내가 밥 살게' 농담했는데 그 이후에 글이 일파만파로 올라오더라고요. 설마 그렇게 할까 싶었는데. 웃음. 지금 8,400개 정도 되는데 이거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라서 조금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도 좋아서 보겠다면야 뭐. 하하하. 남자들끼리, 우리끼리 모여서 정모한다면 공개모임이니 밥은 제가 사겠다고 했어요.

- 많이 올 것 같아요.

'너무 많아지면 이거 더치페이를 하든가 하자, 커피는 내가 사든가' 이렇게 조율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솔직히 만나고는 싶어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마음이 한 켠에 있어요. 작곡가 주제에 너무 나대는 거 아닌가.

- 아이고,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계속 조심스럽게 하긴 해요. 디시 친구들이 저를 연예인으로 생각하시는데 분명한 건 저는 그런 생각을 안 해요. 저를 같이 소통할 수 있는 친한 형, 오빠, 동생, 특별해도 친근한 사람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저를 연예인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부담스러워요. 그러면 저는 다시 숨을 수밖에 없어요. 그들과 융화되고 싶어서 밖으로 나온 거지, 저는 연예인병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에요. 저 I.O.I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올챙이 시절을 잊지 말라고요. '지금부터 팬들이 엄청 접근할 거고, 너희에게 선물도 줄 거고, 너희를 신 대하듯, 아이돌은 말 그대로 '우상'이니 우상처럼 대할 거다. 그러니 변하지 마라' 이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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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7년 동안 이 일을 해왔고,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샤이니의 '루시퍼'가 나오고,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으로 데뷔했고. 제 작곡가 타이틀의 시작이 이효리였어요. 저, 그때 어깨 으쓱하고 목 빼고 다니고 그랬어요. 하지만 저는 음악을 하고, 밴드를 하고, 오케스트라를 했어요. 무대가 끝난 뒤 제가 맞이해야 하는 고통, 괴로움이 있어요. 그걸 생각하고, 그 생각이 깊어졌기에 저는 교만할 수 없어요. 하나를 끝내면 '다음에 뭘 해야 하지?' 그 생각에 바쁘기도 하고요.

- 한 번 어깨에 힘들어갔다가 크게 꺾였던 적이 있던 건 아니고요?

대중들에게나 회사에서는 없었어요. 부모님께 한 번 꺾인 적이 있었어요. '겸손하라'. 아버지께서도 그걸 상기시켜주셨어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아무리 오늘 네가 잘 나갈지라도 내일의 너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수 있다. 욕심이 화를 부르고 화가 사망에 이른다'라고 부모님께서 항상 그렇게 이야기하셨어요.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으로 저를 많이 컨트롤하고, 또 부모님도 저를 컨트롤해주셔서 외부에서 호되게 당한 적은 없었어요.

- 밴드하셨어요?

고등학교 때 오케스트라 하고 밴드 동아리 같은 것도 했어요. 거기서 트럼펫과 드럼을 전공했죠.

- 연주자의 길을 안 가시고 작곡가의 길로 가셨네요.

이렇게 되면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오는 거죠. (웃음) 1996년 15살 때 가족과 다 함께 미국에 가서부터. 저는 4살 때부터 건반을 잡았고, 음악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소위 '딴따라'를 하면 못 먹고산다, 가난하다, 불쌍하다 그러셨죠. 사실 저희 아버님께서 예전에 기타를 치셨어요. 예전에. 그러니까 딴따라 되면 안 된다, 하지 마라 하신 거죠. 그래서 악기를 연주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였는데, 그걸로는 모자라게 되는 거예요. 음악을 하다 보면 욕심이 나요. 그렇게 15살에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오디션도 봤죠. 하지만 부모님 반대 때문에 꿈을 접었어요. 안 믿으실 수 있겠지만, 미국 간 이후부터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15년 동안 한 번도 가수, 작곡, 음악에 관련된 것들을 잊은 적이 없어요. 일을 하면서도 취미로 DJ 생활도 했었죠. 음악 관련한 여러 가지를 했어요. 그런데 연주자보다는 없는 것에서 뭔가를 새로 만드는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또 '나이가 들어 가수는 못 하고, 음악을 쓰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작곡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그때 제 나이가 18살이었어요. 그게 1998년이었죠.

- 아, 한국 나이로 스무 살이군요.

네. 그때부터 시작한 거죠. 부모님 반대가 있으니까 가수는 못 하겠고, '가수들과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하다가 '아, 그럼 내가 곡을 쓰면 되겠구나' 했어요.

- 외국 생활에서 얻은 장점은 뭔가요? (디시 이용자 '임스톤')

일단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요즘 2개 국어네, 3개 국어네 이야기하잖아요? 부모님께서 제게 그 장점을 주셨죠. 영어를 배우고, 외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점이 되게 좋았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해외에 가서 뭔가를 배울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지금 제가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거와 연관 지으면 당시 미국 음악이 한국 음악보다 앞서 있었어요. (앞선 음악) 그걸 많이 습득했죠. 정리를 하자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게 좋았고, 많은 외국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게 좋았고, 음악 습득을 더 빨리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어요.

- 만약 한국에 계속 계셨다면 작곡가가 되셨을까요?

글쎄요. 한 번 생각해본 적이 있었어요. 아마 일반 직장에 다니면서 결혼을 하든지 했었겠죠? 일반인으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부모님께 감사하죠. 저를 미국에 데려가 제가 뭔가를 배울 수 있게 해서요.

- Mnet 강연 후기를 봤어요.

아, 그러셨어요? 여기서 다 털어내려고 답변 아꼈어요. (웃음)

- 아, 감사합니다. 하하하. 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게 사투리 쓰는 미국 출신 작곡가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한국에 와서 얼마나 많이 좌절을 겪으셨을까 싶더라고요.

이거 여기서 다 이야기할게요. (웃음) 2006년도로 돌아갑니다. 저는 그때 자동차도 팔고, 융자도 하고, 심지어는 파트타임으로 닭도 튀기고 그랬어요. 그렇게 잡다한 일을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욕구를 풀 수가 없어서 라운지와 클럽에서 DJ를 했어요. 집에서 독학하고 한 달 만에 바로 나가서 했어요. 그렇게 DJ 활동을 함에도 욕구는 채워지지 않았어요. 마음속에는 작곡, 곡 쓰는 사람, 프로듀서. 그걸로 가득 찼었죠. 그러다가 '이 일을 계속하면 작곡을 할 수가 없다', '여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돈도 잘 벌고 잘 쓰고 그랬는데, 그걸 한 방에 포기했어요. '곡만 쓰자' 결심했죠.

데모 들고 미국 음반사 문을 두드렸어요. 큰 회사 문을 다 두드린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 사람이 뭘 하나' 이랬어요. 데모 주겠다고 회사 앞에서 반나절 기다려보기도 하고, 온종일 서 있어 보기도 하고 했지만 아무도 안 받아줬어요. 전화를 하면 제가 동양 사람이라 그것에 대해 무시 아닌 무시를 당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회사들이 저와 같이 일하겠다고 그래요. 역전되었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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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후 '나를 반겨줄 수 있는 한국에서 음악을 해보자' 생각을 했어요. 인터넷을 통해 한국 기획사 전화번호를 다 모은 다음 한 군데도 안 빼고 전화했어요. 여기서부터 시련이 오기 시작했어요. 8개월을 그렇게 보내니 벌어놓은 돈은 다 까먹고, 가족들에게 손 내밀기도 창피하고, 부모님은 '그것 봐라. 너 음악 한다고 하더니 거지 되지 않았느냐' 하시고, 혼자 외롭지만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그래도 데모 돌리면서 DJ 활동은 계속했었는데, 그렇게 번 돈을 다 쏟아부어 비행기표를 샀어요. 딱 20만 원 남더라고요. 그거 들고 한국 왔죠.

기획사에 전화해서 '미팅해봅시다' 했는데 아무도 저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어요. 사기꾼 아니냐, 미국에서 왔는데 사투리는 왜 쓰냐, 미국인인데 한국말 너무 잘한다, 사기꾼 같다… 그 당시 접촉한 회사가 서른 군데가 넘었는데. 한국 와서 또 좌절했죠. 아무도 저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SM엔터테인먼트만 제 곡을 듣더니 '회사 들어와서 미팅해봅시다'라고 연락을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거예요.

- 그 곡이 어떤 곡이에요?

SM에서 들어줬던 곡이 꽤 있어요. 샤이니 '겟 다운' '루시퍼', f(x) '롤리팝', 이효리 '치티치티 뱅뱅', 슈퍼주니어의 '셰이크 잇 업', '너 같은 사람 또 없어' 정도? 초반 SM이 관심 깊게 가졌던 곡이 이 곡들이었어요. 아, 'A-Yo(에이 요)'도 있네요.

- 우리나라 작곡계에 외부인으로서 진입하는 것 자체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네. 어려웠어요. 그래도 한 번 인맥 넓혀보겠다고 혼자서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것을 찾았죠. 직접 연락도 해보고 했지만 음반사 때와 마찬가지로 거절당했어요. 저는 순수하게 그들과 협업을 하고 싶었는데…. 한 작곡가는 제게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기도 했었어요. 그런 분들이 오히려 제 원동력이 되었어요. 저를 낮게 봐준 게 오히려 약이 되었죠. 심지어는 몇몇 작곡가들은 제가 소위 말하는 '근본'이 없다며 무시했었죠. 외국에서 온 작곡가들이 우리나라에서 물 흐려놓고 나간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그랬어요. 그런 부정적인 말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지금 와서는 그 말들이 다 고마워요.

- 첫 데뷔곡부터 빵빵빵! 그다음부터는 사람들이 '못 알아뵈어서 죄송합니다' 그랬을 것 같아요. (웃음)

그런 분들이 조금은 있었지만, 괜찮았어요. 당시에는 '내가 더 잘 해야지' 했거든요. 제 좌우명이 '이 세상은 불공평하다'예요. 세상은 불공평하기에 이 불공평에 내가 굴복하면? 정말 불공평한 게 되는 거예요. 그걸 뚫고 나오면 세상은 제게 공평해진다고 생각해요. 불공평한 세상에서 나를 공평한 존재로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치티치티뱅뱅

- 사실 '프로듀스 101'이 굉장히 불공평한 시스템이라고 시청자들이 많이 이야기했어요.

불공평한 거는 기정사실이에요. 부자가 있으면 가난한 사람이 있고, 잘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못 나가는 사람이 있고,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면 못 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 세상의 모든 패턴은 불공평해요. 그 환경과 싸워 이겨야 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현실을 냉정하게 봤으면 해요. 그렇게 평을 하는 친구들도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 그래서 작곡가님이 프듀 친구들에게 더 애착을 갖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본인의 모토와 비슷한 환경을 뚫고 나와 어떻게든 목표를 성취한 아이들이니까요.

그렇죠. 싸워서 이긴 게 있었죠. 음… 아이돌 노래를 쓰는 것을 저도 좋아하긴 하지만, 곡을 쓰면서 약간의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프로듀스 101'을 보게 되었어요. '어? 꿈을 좇는 친구들이네?' 저와 딱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저 친구들 한 번 같이 작업하고 싶다'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그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3회가 방송될 때 연락이 왔었어요. '혹시 곡 의뢰해도 될까요?' 이렇게요. 보통 때는 조건을 물어보는 편인데, 그때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가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아, 나갑니다. 꿈을 좇는 아이들이니까요' 했죠. 제가 그 친구들을 위해서 조언도 해주고, 도움도 되고, 내가 겪어왔던 것을 같이 해내고 싶었어요. 많은 분이 '프로듀스 101'이 각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시는데 아니에요. 제가 증인이에요. 각본 없었어요. 거기는 정말 서로 경쟁하는, 꿈을 향해 가는 아이들이 있고, 그 메리트가 있어서 제가 나간다고 했어요.

- 그럼 핑거팁스라는 곡은 섭외 받은 이후에 만든 곡인가요?

'핑거팁스'란 곡과 '얌얌'이라는 곡은 저희 팀에서 쓴 곡이에요. 방송에서는 파트를 나눈 거죠. 너는 핑거팁스를 맡고, 나는 얌얌을 맡을게 이렇게. 핑거팁스는 저희가 원래 만들어 놨던 곡을 조금 더 정형화해서 프로듀스101에 맞게 수정했고요, 얌얌은 DR이라는 작곡가를 한국으로 직접 부른 다음 저희 집에서 회의를 하면서 프레젠테이션을 여러 차례 해 만든 곡이에요. 이 친구들에게 가장 잘 맞을 수 있는 곡이 뭘까 생각해서 쓴 거예요.

- 크러쉬도 그런 경우인가요?

제작진들이 데모곡를 엄청 많이 받으셨대요. 그런데 여러 명이 부를 수 있는 마땅한 곡은 없었다고 하네요. 솔직히 크러쉬도 제 곡이라 애착이 가는데, 이 곡이 별로라고 생각하셨던 분이 되게 많았어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스물두 명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한 달안에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이건 어느 작곡가도 동의하실 거예요. 짧은 시간 안에 노래를 만드는 건 진짜 불가능하기에 그 곡이 스물두 명에게 부를 수 있는 최적의 상태라고 판단했고, 제작진들도 동의를 하셨죠. 그 당시에는 열한 명이 떼창할 수 있는 곡이 없어 '크러쉬'는 그 친구들을 위해서 만든 거죠..

- 그 곡이 재평가되고 있는 거 아시죠? (디시 이용자 '아이돌장인')

네. 대충. (웃음)

- 어떠세요? '평가는 좀 일찍 해라' 이런 생각인가요?

'처음 나왔을 때 평가를 잘 받게 더 잘 쓸걸' 머쓱해하면서도 감사하죠. 재평가한다는 그 말 자체가 정말 고마웠어요. 뭐라고 할까요? 좀 더 신경 쓰여요. 곡을 더 잘 써야겠구나 싶어요. 저는 음악의 기준점을 팬들에게 맞춰놓는 것을 좋아하기에 '최대한 여러분에 입맛에 맞춰줄게' 하고 있어요. 전에 이런 질문을 던진 적도 있어요. '도대체 무슨 곡을 원해?' 댓글이 몇 백개가 달렸어요. 그거 다 보고 자료를 모으고 있어요. 어떤 곡을 써야 좋아할까 하고요.

- 이건 저의 편견일 수도 있어요. 대중친화적인 작곡가도 많이 있지만 작곡도 예술이잖아요? 시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예술적 완성도를 고려해 작곡하는 작곡가도 많은데 라이언 전 님은 굉장히 시장친화적이네요.

일단 저 혼자 곡을 쓰는 게 아니고요, 저는 지금 프로듀서의 역할로 작업을 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곡의 콘셉트를 잡아주고, 디테일한 거 잡아주고 있어요. 곡을 쓰는 친구들은 따로 있어요. 4~50명 정도 있는데 때에 따라 저는 이 작곡가, 저 작곡가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전체적으로 모니터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친화적이라고 말씀하시는 것도 되게 감사해요.

옛날 노래를 듣는 노래라고 한다면 요즘 노래는 부르는 노래예요. 그리고 비주얼이고요. 부르는 노래와 비주얼을 접목시키려 하기에 곡을 쓰기 전에 작곡가 팀, 프로듀서 팀들이 회의를 엄청 해요. '이번에는 어떤 콘셉트를 잡을까?', '어떤 색깔이 좋을까?' 이렇게요. 작년 같은 경우는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를 하자는 게 저희 주제였어요.

그리고 제가 강연 때 이 말 하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하하하. 동화스러운 곡을 쓰려고 해요. 동화책에서 모티브를 따오거나 노래가 동화스럽다, 동화 내용인가? 하는 반응이 나오게요. '덤덤' 같은 경우도 하나의 동화책같이 주제를 잡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사가 님께도 저희 생각을 설명하며 '이런 식으로 써주세요', '작사자님의 아이디어를 믿을게요' 부탁했죠. 저는 사랑 노래도 좋고, 다 좋은데 선정적인 내용이나 욕, 돈, 명예 이런 것보다는 뭔가 착한 음악, 그중에서도 동화책스러운 게 좋아요. 피터팬에서 모티브를 딴 곡도 있었어요.

- EXO 노래인가요?

그렇죠. 또 비슷하게 피터팬에서 모티프 딴 '네버랜드'라는 곡도 있었고요. 동화책에서 모티브를 따서 아름답고, 예쁘고, 뭔가 상상할 수 있는 순정적인 음악. 곡의 배경을 알고 들으시면 훨씬 재밌을 거예요. 롤리팝도 사탕을 소재로 동화스럽게 만들었잖아요. 치티치티 뱅뱅도 그런 내용이었고, 루시퍼는 악마를 소재로 한 내용이었고. 마이 스타일, 지영이 누나의 러브게임, 워킹도 그런 내용이고. 그다음에 유키스 스탠딩 스틸, 썸바디도 그런 내용이었어요. 디셈버, 샤이니 뷰….

네버랜드

보통 음악에서 사랑, 이별 이런 걸 많이 찾는데 저희는 이게 좀 식상하지 않나 싶었어요. 저희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보다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었어요. 패션이 계속 도는 것처럼 음악도 도는데, 남들이 이걸 안 할 때 나는 이거 할래, 이것도 새로운 거잖아요? '또 똑같은 거 나왔네' 이런 소리 듣는 게 저는 되게 싫었어요. 그래서 트렌드세팅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화로 주제를 삼다가 이제는 소재가 떨어진 느낌이 들어서 노래 자체를 동화스럽게 만들고 싶어졌어요. 동화스럽게, 뭘 들어도 뭔가 동화되게. '캠프파이어'라는 곡을 한 번 들어보세요. 캠핑 가서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에요. 물론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넣긴 했지만 식상하게 '너 나 사랑해? 나 너 사랑해' 이런 게 아니라 소재가 있는, 아이템이 있는 곡, 비주얼적인 곡, 노래를 들었을 때 뭔가 상상할 수 있는 동시에 조금 욕심이 나면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그런 음악을 쓰고 싶어서 이렇게 곡을 만들었어요.

2016년에 나온 곡을 보면 조권의 '괜찮아요'. 이 곡도 동화스럽게 하려고 했어요. 노래를 들었을 때 내가 이 이야기 안에 있는 느낌이 들게요. 원 바이 원도 그런 느낌이었고요. 효민의 골드, 로드트립, 핑거팁스도요. 이런 식으로 하다가 프로듀스 101 친구들을 만나면서부터 동화스러운, 그렇지만 전과는 조금 다른 주제를 찾았어요. 이제 음식에 관련된 것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얌얌'이 나온 거고, 이제 피에스타의 '애플파이'란 곡도 나와요. 그다음에 작업하는 곡도 음식 콘셉트예요. 음식과 관련된, 사람의 입과 관련된 그런 것이죠.

- '입'은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죠.

올해는 원초적인 감각을 주제로 삼고 있어요. 제가 트랜디하다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데, 제 음악을 듣고 '트렌디해요' 라고 말씀하시면 아뇨.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트렌디한 거 싫어해요. 내가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고, 우리 팀이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어요. 저희들은 절대 트렌디하지 않아요. 남들이 안 하는 거를 저희가 하자, 이걸 스스로 요구하고 있어요. 시장친화적인 음악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주고 싶은 거죠. 그게 저희 음악 철학이에요. 남들이 안 하는 거, 있는 것에서 좀 더 새롭게.

- 그럼 저작권료 관련 질문 보시고 어떠셨어요? 말씀하신 거 들으니 이거 질문해도 되나 싶네요. 하하하. (디시 이용자 '소혜센세케미', '야민정음', '하이오아이')

솔직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저작권료 얼마 되지 않아요. 솔직히 한국 음반계에 불만이 있어요. 작년에 SM을 통해 소개된 저희 팀 곡들이 약 400만 장 정도 팔렸는데 외국이었으면 수익이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월급보다 조금 더 높은 정도? 얼마 안 되어요. 어느 시점부터 명예와 즐거움이 나의 원동력이 되는 거지 돈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해요. 라이언 돈 많이 번다고요. 아니에요. 돈 생각 있으면 아마 저는 이 일 안 하고 있을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기뻐서 하는 것이지요. 하다 보면 언젠가 돈은 찾아오지 않을까요?

- 팀을 꾸려야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면에서 힘들 것 같아요. 작곡팀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힘들어요. 다음 달 사무실 임대료가 걱정되니까. (웃음) 하지만 제 등에 업힌 팀들을 생각해 저를 채찍질해요. 저도 사실 게으른 사람이에요. 프로듀스 101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했는데 '10시간 연습할 필요 없다. 1시간 연습해서 포인트 잡고 9시간 쉬어라'라고요. 물론 제 주관적인 생각이에요. 하지만 작곡가들이 제 등에 업혀 있기 때문에 제가 게으름피우고 싶고, 놀러 가고 싶어도 작곡가들 한 명씩 떠올리면 잠도 설쳐요. 우리 작곡가들 돈 벌게 해야 하는데, 곡 팔아줘야 하는데, 곡 써준 거 정리해야 하는데…. 오히려 저한테는 그 친구들이 있어서 얻는 부담이 즐거운 부담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마 이 친구들이 있는 한은 제가 멈추지 않을 거예요. 같이 배고프니까. 하하하. 아, 그런데 되게 정곡으로 찌르시네요. 그래도 이거 언젠가 말하고 싶었어요. 작곡가들이 제가 게으름 못 피우게 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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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의 콘셉트까지 다 생각하신다고 하셨는데, 본인이 콘셉트에 맞는 가수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윾동만세', '유정스럽다')

네. 키우고 싶어요. 이윤 창출이라는 면을 봤을 때 연예기획사에 비해서 제가 벌어들이는, 우리 팀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1000분의 일? 1만 분의 일도 안 되어요. 욕심이라기보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면 저희가 쓰는 좋은 노래로 내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분명히 할 거예요. 최고의 아이들로 만들어줄 거예요. 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어요.

- 덤덤 콘셉트가 동화라고 하셨는데, 당시 레드벨벳 의상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여서 혹시 그거 작곡가님이 제안하셨나 했어요.

아뇨. 그 콘셉트는 이미 제작을 하기 이전에 나왔어요. 저희는 곡 안에 모든 콘셉트를 넣어놨기 때문에 저희의 생각을 이해하시는 회사는 곡 안에서 주제를 찾아가세요. 보통의 제작자라면 그 안에서 노래 콘셉트와 의상, 느낌 등의 아이디어를 얻어요. 크리에이티브한 거죠.

- 그렇다면 모든 사물을 쉽게 지나치는 법이 없겠네요.

네. 지나가다가 뭔가 보이면 찍고, 음악 들리면 들어보고요. 제가 자랑하나 해도 되나요? (웃음) 다른 작곡가들은 다른 노래 잘 안 듣는다고 하는데, 저는 하루도 안 빼놓고 노래 들어요. 벅스, 멜론, 엠넷 다 계정 있어요. 노래 다 듣고 어떻게 사람들 반응이 돌아가는지 확인해요. 제가 해야 하는 게 음악이다 보니까 음악에 관련된 소재, 색깔, 영화 등에 관심 갖고, 아이디어 딸 때는 책도 많이 봐요. 예전에는 동화책 매일 팠었죠. 그러다 보니까 동화에 더 깊게 들어가고, 동화가 원래는 무서운 내용이란 것도 알고, 또 거기서 아이디어도 얻고 그랬죠.

- 사실 영감은 어디서 얻느냐 질문이 많았거든요. (디시 이용자 '나의소녀시대', 유유댕댕', 'ㅇㅇ')

영감이요? 우스갯소리 하자면 이별하고 시련 당하면 제가 곡을 못 써요. (웃음)

- 보통 반대 아닌가요? 하하하.

그래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갤러들, 동지들이 우리 곡을 들으시면 다 행복해요. 슬픈 노래 하나도 없어요. 아, 딱 한 번 슬픈 노래 쓴 적 있어요. 스피카의 '화'. 이것도 제가 이별을 당해서 쓴 노래죠. 저희는 팀이 많으니 아이디어가 엄청 나와요. 속된 말로 '똘기' 있는 친구들이 모여 있으니까요. 저희 음악 보면 항상 뭔가 재미난 소재를 만들려고 해요. 혹자는 5분? 10분 만에 곡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만들었다면 저는 그 노래를 존중하고 싶지 않아요. 노래는 심오한 시간과 공을 들여서, 장인정신 느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노래 중 엄청 시간을 들여 쓴 노래가 꽤 있어요.

- 안 그래도 제일 오래 걸린 곡 알려달라고 하셨어요. (디시 이용자 '따봉유정')

진짜 공들여서 쓴 곡이… 얌얌. 이거 거의 두 달 걸렸을 거예요. 두 달은 오버인가? 한 달. 섭외 받자마자 바로 작업 시작했죠. '잘해줘봐야' 이 곡도 엄청 오래 걸렸죠. 이것도 몇 개월 썼던 곡이죠. 'Love Me Right'도 3주에서 한 달? 이 곡 엄청 공들였어요. 이건 라이브까지 넣었어요.

Love Me Right

- 그곡 글로벌 히트했잖아요. 좋았겠다. 하하하.

고맙죠. (웃음) 그리고 '루시퍼'도 시련을 엄청 많이 겪은 곡이에요. 뭔가 공을 들였던 곡은 항상 히트가 되어서 저한테도 좋죠. 갤러들에게 제 노래를 알고 들으면 재밌다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행복한 음악, 소재가 있는 음악, 영화를 볼 때 내가 저 안에 빠져드는 것처럼 들으면 순간적으로 빠져드는 음악, 이건 내 이야기, 너 이야기 이런 식으로 듣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 루시퍼 같은 경우는 유영진 씨와 같이 쓰셨죠? (디시 이용자 '951123')

네. 그 당시 제가 입문 단계여서 유영진 이사님께서 멜로디를 써주시고 저는 저희 팀, 저와 한 명이 더 있었거든요. 둘이 트랙과 후크 멜로디를 썼어요.

- 저는 팀이 있는데 외부 작곡가와 함께 작업한 게 신기했어요.

그게 처음 SM 프로젝트성 곡이었어요. 지금도 유영진 이사님과 이수만 선생님께는 되게 감사해요. 저를 입문시켜 주신 분이시라서요. 큰 회사라서 SM, SM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제가 아무것도 아닐 때 거둬주신 회사라서 제발 좋지 않은 소리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SM은 진짜로 은혜를 베푸는 회사예요.

- SM이 작곡가에게 터치 안 하는 거로 유명하던데요.

네. 터치 안 해요. 그래서 저와 SM이 잘 맞는 게 어떤 회사 같은 경우는 '트렌디한 거 써달라', '다른 작곡가가 이런 곡을 쓰니 이런 거 써달라' 이렇게 말하지만 SM은 '한 번 해봐' 이렇게 놀이터를 주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SM, SM 하는 거예요. 제가 자신 있게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앞서 가죠.

- 다시 루시퍼 이야기를 하자면, 저 개인적인 생각인데 링딩동과 루시퍼가 샤이니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준 곡 같아요.

아이덴티티죠. 링딩동보다는 루시퍼가 그랬어요. 종지부를 찍었죠. 기분 되게 좋았어요. 저희 같은 작곡가가 그런 곡을 써서 이 친구들이 정체성을 얻고 자리를 잡았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만족해요. 걸스데이의 '잘해줘봐야'도 비슷해요. 제가 고속도로를 깔고 차를 태워주고 싶었는데 그걸 못 해줘서 걸스데이에게 좀 미안한 건 있어요. 그 친구들은 제가 '갸우뚱'을 보고 직접 찾아갔어요. '뭐지? 이거 뭐지?' 했지만, 보이더라고요. '민아 저 친구는 분명 대성할 거다' 그랬어요. 사람들이 다 의아해했어요. '왜 걸스데이한테 가?' 하지만 저는 '얘네 뜰 거야. 잘 봐' 그랬어요. 오디션할 때 친구들 같이 보고 그랬어요. 아직도 그 회사 대표님께 감사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Lucifer

- 오디션이라면요?

혜리와 유라 뽑을 때요. 처음부터 보고 '쟤 괜찮고, 쟤 괜찮다' 이야기한 친구가 두 친구예요. 지금 나와서 잘 되는 거 보면 흐뭇해요.

- 그럼 I.O.I에서 민아 씨처럼 딱 들어오는 친구가 있었나요?

처음부터 눈여겨봤던 친구가 있다고 지목을 못하지만, 노력해서 올라와 흐뭇해 보이는 친구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소혜같은 친구죠. 분명 소혜는 자기의 노력으로 지금을 이룬 친구고, 지금 옆에서 이야기를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노력하는 친구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건 11명을 다 말하고 싶어요. 다 이야기해볼까요?

- 네. (디시 이용자 '익살곰')

노력형은 임나영과 소혜. 정말 노력하는 친구로 보여요. 그리고 (전)소미는 타고났어요. 야생마처럼 보여요. 조련만 잘하면 최고가 될 수 있는 친구인게 보였어요. (최)유정이는 눈빛에서 솟아오르는 카리스마가 있어요. 제가 정말 아무것도 해줄 게 없는 친구였죠. 약간의 튜닝만, EQ를 만지는 정도만 하면 되는 친구였어요.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제가 눌릴 정도로 좋았어요.

(김)청하도 노력파지만 자기가 뭔가 알고 하는 친구? 이해력이 굉장히 빨라요. 이해력 빠른 친구는 하면 저는 청하를 일순위로 뽑아요. (김)도연이는 기본적인 근성과 생각, 마인드가 굉장해요. 도연이와 (강)미나, 순수함에서 착실함이 보이는 친구들이죠. (주)결경이는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친구예요. 장점과 단점을 잘 알기에 그걸 보완하려고 하는 친구처럼 보여 보기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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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정이! 사람들은 연정이가 다소곳하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있을 때 제가 즐거운 친구가 연정이에요. 왈가닥스럽고 수다스럽고 정말 친동생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오빠 오빠~' 하는데 그 친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유정이, 소미급? 소미와 같이 붙여놔도 좋을 거예요. 이게 에피소드가 엄청 많아요. 같이 있으면 정말 유치원에 애들 삼십 명 안에 저 하나 떨어뜨려놓은 기분이에요. 힘 빠져요. 기를 빨아먹는데 하하하.

(김)세정이는 뭔가 옆에 있으면 제가 안정감을 느껴요. 진득하고, 바라보면 측은하지만 같이 있으면 의지할 수 있는 친구, 노력파, 예의도 바른 친구죠. 누나랑 같이 있는 느낌이에요. (정)채연이와는 데뷔 전부터 알고 있던 동생이라서 그 중에서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인데, 채연이도 역시 자기의 꿈을 향해서 좇아가는 게 보이죠. 또 조용히 있는 편이라 다른 친구들은 야생마, 악어 완전 동물농장인데 채연이는 동물로 표현하자면 고양이 같은 친구죠. 혼자 있다가 부르면 오고, 또 부르면 가고.

- IOI 계속 보면 심장병 안 걸려요? 하하하. (디시 이용자 '우리윾♥')

걱정반 기대반이었어요. 초반에 백지에서부터 11명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었기에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 기대를 많이 했고, 저도 심장이 떨렸어요. 지금 자기들이 서 있는 그 자리가 직업이라고 꼭 생각해줬으면 좋겠는데 연예인병이 걸리면 어쩌나 걱정되어요. 제가 그 친구들에게 누누이 하는 이야기지만 '이건 시한부 일이기에 하는 동안 본인이 빛나야 한다'예요. 말 그대로 스타인 거죠. 마지막까지 빛났으면 좋겠어요. 그 친구들 볼 때마다 심장 떨려요. 뭔가 실수할까 봐, 잘 하나,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으려나, 친오빠 같은 느낌으로 항상 바라보죠. 그리고 그걸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게 디시라서 디시를 계속 보고 있죠. 정말 심장 떨려요. 진짜로. 하하하.

- I.O.I 넘버원 팬 같아요. (웃음)

팬보다는 부모 같은 마음으로, 삼촌 같은 마음으로.

- 아유, 아닌 것 같은데요. 계탄 듯 사진 올리시고. 하하하.

회사에서 뭐라고 하긴 해요. (웃음) 그런데 제가 그랬어요. 제가 그 친구들 해코지 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소통하는 사람으로서 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왜 그러시냐고. 그래서 전 그런 말 나오면 더 올려요. (웃음)

- 4월 5일 공개된 싱글 크러쉬와 I.O.I 데뷔 앨범에 수록된 크러쉬와 차이가 있나요? (디시 이용자 '스톤신드롬')

네. 있어요. 싱글은 너무 허겁지겁 녹음해서 앨범 수록 크러쉬는 수정을 했어요. 팬들에게 죄송해요. 나흘 안에 스물두 명을 다 녹음했어야 했어요. 아까 말씀드렸듯 곡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장인의 느낌으로 곡을 써야 하는데 사흘 안에 녹음, 믹싱, 마스터 작업을 다 해야 했어요.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했기에 조금 성의 없이 들렸을 수도 있는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앨범이 나와서, 다시 곡이 실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 깔끔하게 조금 수정을 했어요. 불가능한 시간에 작업이 가능케 한 곡이라서 수정본은 조금 더 예쁘게 만들었죠. 제가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생겨서 투자를 했어요.

Crush

- 세정 씨가 사자라는 별명을 지어줬는데 마음에 드세요? (디시 이용자 '퀸의날개')

마음에 들죠. 그런데 마음에 든다기보다는 이제 그렇게 정체성이 잡혀 있기에 그냥 제가 인정해주는 거? 하하하. 그런데 제가 아이디어가 계속 나온다고 했잖아요? 사자 사자 하니까 사자갤? 그럼 내 갤러리를 '동지갤, 친구갤 이런 단어보다는 사파리갤로 하자' 해서 사파리갤로 놀러 오라고 해요. 지금은 만족해요. 짤 사진들도 재밌는 거 많고요. 어흥! 이런 거.

- 저는 라이언킹 합성짤이 제일 재밌더라고요.

그거 완전 좋아해요. 가족들에게 자랑했어요.

- 어머니는 섭섭했을 텐데. 하하하. 우리 아들 얼굴 가지고 왜 그러시지?

처음에는 엄마도 그러셨어요. '왜 사람들이 너 얼굴 가지고 장난치지? 그나저나 너 살 좀 빼라' 하하하. 제 풀네임이 '전 라이언 세원'이에요. 라이언(Ryan)이라는 단어가 'little king'이란 말이에요. 아이리시 계통 이름인데 '어린 왕자'라는 뜻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Ryan'을 'Lion(라이온)'과 헷갈려 하죠. 이름을 바꿔야 하나 싶기도 한데도 그래도… 어떻게 보면 잘못 알아들었다는 민망한 내용일 수 있지만 제게 관심이 없었으면 과연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감사함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 별명은 사자형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해요. 팬들을 위해서, 친구들을 위해서요.

- 그 이름은 어느 분이 지어줬어요? (디시 이용자 '방가방가뿡토', 'ㅇㅇ')

라이언이요? 고등학교 때 만나던 여자친구가. (웃음) 처음에는 찰리라는 이름을 썼는데 약간 촌스럽다는 의견이 있다고 하니 '어린 왕자 어때?'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탈무드, 동화 이런 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때 심취해 있었던 동화 아닌 동화가 '어린 왕자'였어요. 그 이야기를 하다가 여자친구가 그럼 '라이언 어때?'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미국에서 태어난 친구고, 초반에 제게 영어를 가르쳐 줬죠.

- 이런 질문도 있었어요. 이건 아까 이야기한 시장친화적과 비슷한 것 같은데, 작곡가가 생각하는 음악 색과 흥행을 위한 음악 색이 다를 때 어떻게 그걸 절충하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참 고도의 질문이네요.나이 드신 분이 질문하신 것 같아요.

- 예를 들면 샤이니의 '뷰' 같은 곡도 딥하우스 장르인데, 그게 당시에는 생소했지만, 그걸 익숙하게 전달해주는 게 작곡가의 역할이잖아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제가 명확하게 따지면 작곡가보다는 프로듀서 일을 하고 있는데, 흥행만 따진다면 그건 심도 있은 작곡가라고 인정 안 하고 싶어요. 사실 백지장 한 장 차이인데, 저는 이에 대한 정확한 철학이 있어요. 남들이 안 하는 것을 먼저 하되 너무 나가 버린다? 저는 대중에게 '난해한 것에 자신의 기준을 맞춰라'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대중친화적으로 하되 핵심적인 것을 빼지 않고 신선하고 새롭게. 그게 대중에게 다가가 히트곡이 되면 좋은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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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히트곡을 쓰려고 하진 않아요. 이건 제가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어요. 물론 히트곡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그것에 중점을 두지 않아요. 대중들이 곡을 요리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재료를 써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면 사람들은 분명 그 음식이 맛있다고 이야기해요. 아무리 맛에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도요. 하지만 '무조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해'라는 마인드라면, '요리에 조미료를 넣든 뭘 넣든 맛있으면 땡' 이런 마인드라면 진정한 요리사가 아니지 않을까요? 좋은 재료, 엄선된 재료로 맛깔나게 요리하면 좋은 요리사로 인정받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대중친화적이게, 최대한 인공적인 거 안 쓰고, 최대한 커닝 안 하고, 곁눈질 안 하려고 해요. 사실 저희 음악이 들으면 착하다 못해 소금이 빠져 있는, 양념이 빠져있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최대한 대중 기호에 맞추려고 노력해요. 그게 저희 음악 철학이에요.

- 사실 라이언 전 음악을 어려워하는 분도 계세요.

그렇죠. 저희가 부족한 점은 이해해주세요. 하하하.

- 생소하다는 거죠.

그런 내용과 재료가 잘 섞여서 내놓아졌을 때, 그 내용을 알고 들어보자 시도해보시는 것도 듣는 재미가 있으실 것 같아요.

- 아까 모니터링 많이 하신다고 하셨는데 다른 사람 곡 중 이거 진짜 괜찮다 했던 곡이 있어요? (디시 이용자 '잔다르크', 'ㅇㅇ')

사람이 영물인지라 공을 많이 들였구나 느껴지는 곡이 있어요. 그중에서 'Ah-choo(아츄)'. 윤상 선생님을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데, 그 감정을 빼고도 그 곡이 좋았어요. 제가 그 곡 작사한 서지음 씨와 친한데 '너 이번에 쓴 가사 말이야, 그 곡 작곡가는 어떻게 윤상 선생님 표절을 했냐' 했더니 '오빠 이거 윤상 아저씨 노래예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노래 좋다, 열심히 듣는 곡이다 했죠. 윤상 선생님 정말 리스펙트 합니다. 또 이기용배의 여자친구 곡을 들으면 옛날 생각나요. '시간을 달려서' 그 곡은 동화책 같은, 우리와 공감대가 있는 음악이라 좋았어요.

- I.O.I 말고 지금까지 작업한 가수들 말고 작업하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오레곤덕')

많죠.

-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요.

한국만 할게요. (웃음) 저희 프로듀서들이 미국 가수들과 작업을 같이 하고 있거든요. 크리스 브라운, 비욘세, 원 디렉션, 리한나, 저스틴 비버 등과 같이 하고 있죠. 우리 팀 친구들 굉장한 친구들이에요. 그런 친구들이 한국 음악을 사랑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거예요. 대단한 거죠. 절대 저희 곡을 외국곡이라고 생각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만드는 노래는 외국에서 쓸 수 없어요. 이건 순수한 창작물이고, 한국 친구들을 위해서 곡을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곡 수가 100곡 거의 다 되어가는데, 참고로 저희 100곡 채우면 헌정 앨범 하나 만들 계획입니다. 기대해도 좋아요. (웃음)

한국에서 작업 한 번 해보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아까도 말씀드렸듯 히트곡 많은 친구들은 이미 저희들이 자주 했기 때문에 곡이 잘 안 되어서 삐거덕거렸던 친구들을 재정비해서 다시 시작해보자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는 그래서 잘 나가는 가수들 말고 빛을 더 발할 수 있는, 영양분을 줘야 하는 친구들과 해보고 싶어요.

- 소위 말해 한 방이 없는?

이번에 요청이 와서 제가 '감사합니다' 하고 달려갔던 가수가 피에스타예요. 정말 인성도 좋고, 노력파고, 때가 묻은 게 하나도 없는 친구들이에요. 그 친구들은 첫인상이 정말 착했고, 내 마음을 움직였던 친구들이라서 이번에 사활을 걸고 노래를 썼어요. '애플파이'라는 곡을 썼는데, 이 곡도 순수하게 피에스타를 위해서 쓴 곡이에요. 예전부터 피에스타와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하게 되어서 정말 좋았죠. 저는 피에스타 자체를 좋아했었어요. 걸그룹 멤버가 루시퍼 안무를 소화하는 걸 봤는데 인상이 좋았죠. 멜로디데이라는 친구들과도 계속 더 해보고 싶어요. 저희가 언젠가부터 여자 전문 작곡가로 여겨지고 있는데 (웃음) 남자 가수들과도 해보고 싶어요. 에릭남과 한 번 작업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요. 퀵소희와도 작업 같이 해보고 싶어요. 윤채경 이런 친구들도요. 이렇게 처음부터 같이 만들어가고 싶은 친구들이 있어요. 소희와 채경이 목소리가 둘이서 정말 좋아요. 둘다 착하니까 빛을 발하게 될 것 같아요.

APPLE PIE

- 그럼 LTE 엔터테인먼트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디시 이용자 '소희야소듕해')

불러주십시오. 바로 달려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왕 팬이에요.

- 어느 분 팬이에요?

저는 탁재훈 형님의 팬이에요. 하하하. 계약하고 싶어요.

- 인성은 정말 좋은데 가수로서의 실력은 중간 정도 밖에 안 되어요. 인성은 정말 별로인데 가수로서의 실력은 최상이에요. 어떤 분을 프로듀싱하시겠어요?

난해하네요. 고난도인데요?

- 감사합니다. (웃음)

저는 인성을 택할래요. 이건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교만이 화를 만들고 화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니까 저는 오히려 조금은 못 해도 인성 있는 친구들, 그 친구들을 맡을래요.

- 빼어난 재능을 가진 가수가 작곡가님의 의도를 120% 소화해낸다고 해도요?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상품가치는 있겠지만 이건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런 친구들 쳐다도 안 봐요. 사실 이런 친구들에게 의뢰받은 적도 있었어요. 저는 과감히 잘랐어요. 너 같은 사람과 일 못한다고요. 내가 있음으로써 당신이 있는 거지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는 건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라. 그래서 싸운 적도 있어요. 전자의 친구는 제가 더 노력해서, 제가 가진 걸 더 줘서 가수로 만들면 되니까요.

- 프로듀싱할 때 스타일은 어떠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경우에 따라 달라요. 화가 날 때도 있고, 츤데레처럼 할 때도 있고, 처음부터 달래면서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것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친구들의 성향을 많이 파악해요. 가끔 회사에서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제가 친구들과 대화하고, 이야기하고, 연락하는 이유는 성격을 알고 싶어서였는데 작업을 걸려고 하는 거라고 오해받은 적이 많았어요. 음악 작업할 때는 제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이 친구와 이야기해야 해요. 이 친구의 모든 것을 끌어내는 게 제 일이니까요. 소리, 성향, 성격 이런 것까지. 그래서 저는 노래 잘하는 친구보다 성격, 성향이 좋은 친구를 좋아해요. 뭔가를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일단 먼저 진단을 내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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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실에서 호통칠 때가 있어요. 마이크만 잡으면 알아요. 이 친구가 연습을 해 왔구나 안 해왔구나. 연습 안 한 친구들 당연히 혼내죠. 심지어 토크버튼 부순 적도 있었고, 그날 녹음 접은 적도 있어요. 프로듀스 101 친구들 홍보를 조금 해주자면 (웃음) 이 친구들은 궁지에 있었기에 정말 열심히 연습해왔고, 제가 뭐라고 할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어요. 심지어 소혜마저도. 사람들이 소혜가 잘 못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오해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소혜는 순전히 노력파예요. 남들 한두 시간하는 거 얘는 서너 시간하는 애예요. 얘는 칭찬해주고 싶어요.

- 의외로 기대보다 잘 된 곡, 이건 기대 많이 했는데 잘 안 된 곡 알려주세요. (디시 이용자 '라이언명태전', '야식', '멤')

잘 될 줄 알았는데 안 된 곡이라… 저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제 모든 곡이 소중해요.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만든 거라 모든 곡이 잘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그렇기에 '별로인데?' 했던 곡은 없었어요.

- 다 차트 넘버 1?

그것보다는 대중이 사랑하는 음악을 목표로 하는 거죠. 제가 좋은 요리를 해주면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즐거워하는 걸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차트에 연연하는 거 안 좋아해요. 제가 1등을 해도 1등 한 것에 만족한 게 아니라 대중이 좋아하는 것이 더 좋아요. '대중이 좋아해서 1등을 한 거구나' 그게 제 철학이에요.

- 자, 그럼 이제 편하게. (웃음)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 선수 닮은 건 아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거 디시에서 보고 나서 알았어요.

- 그분 닮아서 라이언인가요? (웃음)

하하하. 말도 안 되는 질문 좀 그만해달라고 전해주세요.

- '프로듀스 101' 이후 다른 방송에서 섭외 온 거 없었나요? (디시 이용자 '오레곤덕', '꼭오해없게다')

중국에서 엄청 많이 왔어요. 하지만 다 거절했어요. 제 얼굴을 알려준 회사가 엠넷이기 때문에 엠넷에 대한 존중, 존경심으로 모든 요청은 엠넷을 거치라고 했죠. 그런 면에서 엠넷에서도 고마워하고 있어요.

- 앞으로 엠넷 이외에 방송은 안 나가실건가요?

프로듀스 101과 관련된 것이라면 저는 나갈 생각 없어요.

- 예를 들면 '마이 리틀 텔레비전'같이 본인 콘텐츠를 하는 방송이라면요?

구미는 당기는데 이건 제가 꼭 한 번은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디시와 인터뷰를 하는 게 정말 영광인데, 이게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언론 인터뷰가 될 수가 있어요. 그게 싫으시면 디시에서 제게 시리즈로 인터뷰를 주시든가. 하하하.

- 하하하. 노래 나올 때마다요?

'전사자형은 왜 외부 노출을 안 하려 해요?'라고 묻는데, 물론 카메라 울렁증 같은 게 있기도 해요. 아,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면서도 '나대지 않는다'라는 말하는 것에 대해서 오해를 안 하셨으면 해요. 제가 주목받고 싶었으면 이미 기사를 냈을 거고, 아는 지인을 총동원해서 TV에 나갔을 거예요. 그래도 음지에서 조금은 바깥으로 나온 이유는 프로듀스 101 팬들 때문이에요. 그분들에게 고맙고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양지로 나온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본인들이 생각할 정도로 과다한 노출은… 걱정 안 하셔도 될 정도로 저는 한자리에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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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말씀드리지만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거라면 이미 했었어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중간점을 항상 찾으려고 해요. 가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지,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왜 메인인 것처럼 하는 걸까요. 나는 메인이 아닌데. 그런데 우리 디시 갤러리 여러 친구들이 저를 그렇게 대해주셔서 그것만으로도 황송하고 감사해요. 저 사실 이런 말도 갤에서 본 적이 있었어요. '아, 저 인간은 왜 이리 나대?', '왜 101 등에 업고 활동하지?' 저는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꿈을 향해 가는 친구들이고, 나와 같은 동지 같은 친구들,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지 달려갈 거예요.

저를 드러내기 위해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건 아니에요. 이 인터뷰를 하는 것도 동지들이 해달라고 부탁해서 하는 거고, 재미도 있고, 같이 또 즐거워하니까 하는 거예요. 그게 일종의 딴따라 아닐까요? 하지만 이런 활동을 하다가 제가 하고 있는 것에 소홀해진다면 저는 다시 쏙 들어갈 거예요. 서운해하실지도 있지만 절대 잊지는 않을 거예요. 너희들을 잊지 않을 거예요.

- '골드미스가 간다'는 어떻게 나가셨어요? (디시 이용자 '윾댕')

아, 그거요? 그때도 아시는 분께서 '그래도 대중 앞에 나서서 너를 알려야 하지 않겠니?' 하셔서 나갔어요. 홍보 느낌으로 나간 거죠. 조금 창피하긴 해도 그 당시에는 철없는 마음에 (박소현) 누나 본다고 그래서 한 번 나가본 거예요. 호기심 반 PR 반. 형이 계속 나가라고 해서 나가기 싫었지만 나갔죠. '사람들이 알아볼 거야' 했는데 정말 많이 알아보시더라고요.

- 다른 사람 부탁 잘 거절 못하시나 봐요. (웃음)

갤러 분 중에 제 관상을 보신 분이 계시더라고요. 제가 황소고집이라고 하시던데. (웃음) 제가 작은 소망이 있어요. '천성이 착하다' 그러면 제가 교만한 거고, 사실 저는 남들 돕는 걸 좋아해요. 선물은 받는 것보다 주는 쾌감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이게 덕후스러울 수가 있는데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준다는 것의 기쁨이 있어요. 거절을 못 하는 편이긴 해요. 누가 돈 빌려달라고 하면 거절 못 해서 해주고, 그래서 당하기도 하고. 사기도 당해봤어요.

- 아, 그래서 이런 질문을 했나. 작곡가님 배신한 사람 있나요? (디시 이용자 '유정스럽다')

네. 있어요. 한국에 작곡가로 입문시켜놨더니 배신 비슷한 행동을 했죠. 그것 때문에 조금 속상했어요.

- 골드미스의 실패를 딛고 '최고의 사랑'에 출연할 생각은 있으신가요? 하하하. (디시 이용자 '가리야')

이제 안 해요. 하하하. 이 친구에게 말해주세요. 저는 순수하게 동화처럼 사랑하고 싶어요.

- 만약 박소현 씨 라디오에 출연자로 섭외가 온다면?

부끄러워서 못 가요. 하하하.

- 사자형에게 버거킹이란? 햄최몇? (디시 이용자 '아침혜', '만긍아', '최빨최잘')

와퍼 주니어로 세 개 먹었던 적이 있어요. (웃음) 그런데 뭐든 적당한 게 좋아요.

- 라이언 형 볼 때마다 원빈과 헷갈리는데 구분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웃음) (디시 이용자 'ㅇㅇ')

입에 침 좀 바르고 거짓말하세요. 제발 그러지 좀 마세요. 하하하. 원빈 팬들이 저 혼내요. 민망해요. 도망가고 싶어요. 그런 글 볼 때마다 아 진짜 도망가고 싶다~. 하하하.

-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곡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나 팁이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8공8', '유유댕댕')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기회가 닿으면 분명 도울 거예요. 제가 스튜디오를 개설하거나 좀 넓혀서 생각하면 레슨도 해주고 싶고, 센스도 가르치고 싶어요. 약속할게요. 제가 작곡가를 하기 위해 15년을 꿈꿨고, 서른에 입문했어요. 이분들에게도 언젠가 꿈은 이뤄진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꿈을 꾸는 자에게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건 세상에 주어진, 하늘에서 이 땅에 내려준 복 같아요. 그 축복을 꼭 놓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 현실은 여기 있는데 꿈은 저 멀리 있다고 해서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꿈만 꾸면 그건 그냥 꿈이에요. 일단 꿈에서 깨어나 현실에 부딪혔을 때, 내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나 자신을 되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칼로 사과를 자를 때 스치기만 해도 사과가 반으로 나눠진다면 그건 칼날이 날카롭다는 거잖아요? 제가 프로듀스 101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준 게 있어요. 칼을 갈으라고요. 칼날이 공기도 가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워야 해요. 칼을 잘 갈아놓았다면 뭐든, 언제든지 스스로 자를 수 있어요. 이 말은 작곡가 꿈을 꾸고 있고, 가수 꿈을 꾸고 있는 친구들에게 부모님이, 친구들이 해줄 수 없는 말일 텐데요, 저는 그 친구들에게 오빠로, 친구로서 말할게요. 꿈 포기하지 마라. 1년이 되었든, 10년이 되었든, 20년이 되었든, 30년이 되었든 무조건 꿈은 이뤄집니다. 현실에서 열심히 칼날을 갈고 계세요.

이렇게 말하면 제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제가 곡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곡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까지 5년 걸렸어요. 그동안 칼을 갈았고, 독기를 품고 있었죠. 그나마 감사한 게 제 곡들이 히트곡이 된 거. 물론 그렇지 않은 곡도 있지만요. 어쨌든 그분들도 정말 꿈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진짜 고민이 되면 제게 이메일을 보내세요. 제가 답을 보내드리고, 기회가 되면 모임도 가지고 싶어요. 이 말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미래의 스타 작곡가가 못 되리란 법 없어요. 그러니까 신세한탄하지 마세요.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은 불공평해요. 그렇기에 불공평함을 나의 공평함으로 만드는 건 본인의 숙제예요. 영화를 추천해 드릴게요.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어요.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온 주인공이 감옥에서 지내가다 신세한탄하기 전에 꿈을 향해 나아갔어요. 불가능을 가능케 한 인물이에요. 그 영화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우리 친구들도 그 영화를 보고 칼을 갈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긴 시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용자 여러분께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라이언전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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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간을 정하기 위해 그와 통화를 시작한 이후부터 인터뷰 전까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디시와 갤러리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전달해 디시 직원인 본인이 고마울 정도였다. 아, 이래서 사파리갤 이용자들, 아니 프로듀스 101 관련 갤러리 이용자들이 "외쳐 갓사자형!" 그러는구나 싶다.

작곡가가 되기 위해 꿈을 꾼 15년이라는 세월. 자신이 작곡한 곡 하나를 가수에게 제공하기 위해 음반사 문을 두드린 5년간의 기간. 그리고 7년간 100여 곡에 가까운 곡을 창작해내며 만들어낸 자신만의 영역. B612라는 작은 행성에서 꽃을 키워온 어린 왕자가 수백 마리의 무리를 이끌며 초원을 호령하는 백수의 왕 사자가 되기까지 어떠한 고통이, 어떠한 유혹이 있었을지 짐작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가 지난 두 달간 사파리 갤러들에게 보여준, 그리고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 시간 동안 보여준 겸손함과 크리에이터로서의 초심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멋진 갓사자형. 디시가 옳다는 갓사자님의 글 제목 그대로 돌려드릴게요. 갓사자가 옳다!

<사진 = HY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