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人터뷰] 송유진-전재익, 컬링 신예에서 컬링 스타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팀 킴의 활약으로 단 숨에 국민 스포츠의 경지에 오른 컬링. 이 컬링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바로 컬링 믹스더블 경북체육회B팀 송유진이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오는 3월 4일까지 진행되는 2019-2020 코리아 컬링 리그. 송유진은 남녀 두 선수가 팀을 이뤄 대결하는 믹스더블에 파트너인 전재익 선수와 함께 출전했다. 배우를 연상케 하는 예쁜 외모와 승부사적 기질을 지닌 송유진은 첫 경기 출전과 동시에 포털사이트 실검을 장악했고, 단숨에 컬링 여신으로 자리매김했다. 경북체육회B팀의 경기 영상 아래에는 그를 찬양하는 댓글과 함께 전재익 선수를 부러워하는 글돌도 줄을 이었다. 

  그렇게 송유진 선수의 경기가 대중들에게 자주 노출되면서 재밌는 현상이 일어났다. 전재익 선수를 부러워하던 댓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송유진 선수를 부러워하는 댓글로 바뀌게 된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태도와 유쾌한 팬서비스, 무게감 있는 플레이의 전재익에 팬들은 어느새 "유진아 오빠랑 자리 바꾸자", "전재익 그만 보여줬으면, '그'만 보여줬으면" 등의 댓글을 달며 열광했다. 

  물론 이들을 향한 열광은 당연히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한다. 경북체육회B팀은 예선에서 7승1패, 승점 26위로 1위를 차지하며 결승전에 직행했다. 

 

왼쪽부터 송유진, 전재익

<프로필> 

이 름 : 송유진, 전재익

소 속 : 경남체육회(경남체육회B팀)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전재익
송유진 : 안녕하세요.



- 혹시 디시는 알고 계세요?

전재익 :
알고 있습니다. (웃음)



- 제가 컬링 팬들에게 질문을 받았는데, 그분들이 '궁금한 건 선수들에게 직접 물어봐도 된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팬들과 만날 기회가 자주 있나요?

송유진 :
많은 건 아니고요, 팬 분들이 컬링장에 오셔서 같이 사진 찍어달라고 요청하시면 같이 찍고 그래요. 또 SNS를 통해 응원한다고 글도 남겨주시고요.

전재익 :
저는 아직까지 팬을 만나 본 적이 없어요. 하하하. 그래도 컬링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 뵙는 것 같아요.


- 여름에 캠프 가신 분이 글도 쓰셨더라고요. 재익 선생님이라고 하시던데.

전재익 :
아, 전에 그 캠프.

송유진 :
아아! 컬링 캠프.

전재익 :
그렇게 선수와 팬들이 모인 곳에서 만나긴 했죠. 아무래도 선수들과 팬들이 서로 만나기는 어려우니까 그런 기회가 있을 때 보죠.
 

<관련 게시물 - 팀킴 컬링캠프 뉴스 영상 >


- 송유진 선수 실검에 올랐을 때 팬들이 '내가 아는 송유진 맞나? 동명이인 아닌가?' 그랬대요.

송유진 : 신기했어요. 그런데 저보다 주변 분들이 더 놀라셨던 것 같아요. '우와 내가 신기하다', '네가 열심히 해서 잘 하는 모습 보니까 내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전재익 :
저한테는 '옆에 있는 분 누구냐. 예쁘시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 안그래도 오늘 경기 실시간 채팅 보니까 재익 선수 시합 중에 계속 웃는다고 하더라고요. 왜 웃으셨나요. (웃음)

유진 :
(전재익 선수를 바라보며) 어? 웃었어요?

전재익 :
응, 웃었어. 그런데 웃은 것보다는 입꼬리 내리고 처져 있으면 그 자체로도 제가 정신을 못 차리기 때문이에요. 하하하. 일부러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그랬어요. 아쉬운 마음에 안타까워 웃고, 잘 되면 기쁜 마음에 웃고. 그렇게 웃었어요. 웃겨서 웃는다기 보다는 멋쩍은 느낌의 웃음?


- 유진 선수는 중학교 때부터, 재익 선수는 일반고 학생에서 선수로 전향하셨더라고요. 어떻게 선수가 되었나요?

송유진 : 컬링을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서 선수의 길을 선택했어요. 원래는 학교 동아리처럼 컬링을 시작했지요.


- 부모님이 반대는 안 하셨나요? 아무래도 비인기 종목이니까요.


송유진 :
맞아요. 엄마가 반대를 하셨어요. 아빠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하라고 밀어주시는 분이셨고요.


- 혹시 가족 중에 선수 출신이 있나요?

송유진 :
엄마가 어렸을 때 육상과 투포환을 하셨어요. 그래서 반대를 하신 거였어요. 엄마도 '하지 마' 이렇게 강요하신 게 아니라 '엄마는 안 했으면 좋겠는데 네가 하고 싶으면 해' 이렇게 말씀하셨죠.


- 재익 선수는 반대가 더 심했을 것 같아요.

전재익 : 아무래도 반대가 좀 있으셨죠. 공부하라고 고등학교 보내 놨더니. (웃음) 저 다니던 고등학교가 인문계였거든요. 그런데 사실 제가 공부로는 좀 저조한 편이었는데, 유일하게 제가 이걸로 1등을 했어요. 재밌더라고요. '어디까지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컬링이 재밌고, 흥미도 있었고요.


- 고등학교 4인조 팀 때 선수들 학교가 다 달라 일주일에 두 번 모여서 연습했음에도 우승했다면서요?

전재익 :
사실 일주일에 두 번 모였다고 말하기보다는, 같은 팀이었던 친구들은 모두 의성에 있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은 매일 볼 수 있었죠. 대신 저는 안동에 있어서 의성을 왔다 갔다 했어요. 고2 때는 그렇게 훈련했는데, 고3 때는 의성을 거의 매일 왔다 갔다 하면서 연습했어요. 또 제가 잘할 수 있게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잘 된 것 같아요.
 


- 지금은 부모님들이 좋아하시겠어요. 주목도 받고 성적도 잘 나오고요.

송유진 :
네. 성적 잘 나오고 하는 건 좋아하시는데, 대신 기사 뜨고 할 때는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제가 혹시나 상처 받고 힘들어할까 봐 걱정하시더라고요.

전재익 :
저는 부모님이 조금은 너그러이 봐주시는 느낌? 그래도 아직 멀었으니까요. 지금 이 정도로는 성공이라고 말하지 못하잖아요. 아직 멀었어요.
 


- 인터뷰 준비를 하다보니 '경북체육회B팀은 다크호스 아니다, 원래 저력있는 팀이다' 이렇게 팬 분들이 써주셨더라고요.

전재익 :
잘 하는 거는 아직…. (웃음)

송유진 :
그런데 저희가 하는 플레이에 스스로 만족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운도 따르는 것 같고. 조금 더 정교하게 플레이하고 싶어요.

전재익 :
저도 똑같이 생각해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만족하기 보다는, 한 라운드가 끝났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있어요.

<관련 게시물 - 한국의 컬링 실업팀 ①경북체육회 (2019.7.11. 수정)>

- 컬링 선수가 되려고 하기 전에는 대학 가서 뭘 전공하고 싶으셨나요?

전재익 :
되게 많은 것을 꿈꿨어요. 이것저것?

송유진 :
구체적으로? (웃음)

전재익 :
공부 쪽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하하하. 예체능 쪽으로. 음악도 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그런 그릇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 컬링 입문 전 다른 스포츠를 경험한 적은 없으신가요?

송유진 :
컬링이 첫 스포츠였어요.

전재익 :
저는 스포츠는 다 좋아했어요. 그런데 정식으로 시작한 건 컬링이 처음이었어요.


- 어떻게 컬링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재미가 있고, 흥미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까지 컬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송유진 :
저는 중학교에 컬링부가 있었어요.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해서 했는데, 컬링에 흥미를 느끼는 친구도 있었고 아닌 친구도 있었죠. 저는 많이 느꼈어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전재익 :
저는 고2 때 친구가 '해볼래?' 해서 그대로 컬링을 시작했어요. 좋은 선배들이 있었고, 형들한테 많이 배웠어요. (이)기정이 형이랑 (이)기복이 형한테 많이 배웠고, 그게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것 같아요.


- 그 친구들은 지금 컬링 하고 있나요?

전재익
, 송유진 : 아뇨. 하하하.


- 본인들은 친구들 끌어다 놓고. (웃음) 컬링 입문 전에 컬링이란 스포츠는 알고 있었어요

전재익,  송유진 : 전혀 몰랐어요.


- 본인의 인생을 결정하게 해준 컬링은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전재익 :
컬링의 매력은 특이한 거요. 얼음 위에서 하는 것.

송유진 :
다른 스포츠들과 달라요. 체격을 예로 들면, 날씬해야 좋다, 근육량이 많아야 좋다, 체지방이 많아야 좋다 이런 것들이 아니라 자기가 (신체적으로)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그 안에서 자기 것을 찾고, 그걸 잘 관리해 개발해야 경기력이 가장 좋게 나오는 종목인 것 같아요.

전재익 :
피지컬이 필수적인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이 다른 종목과 다르지 않나 싶어요.


- 무조건 몸이 좋아야 하는 건 아닌가요?

전재익 :
몸이 좋으면 좋죠.

송유진 :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 컬링은 하루에 여러 번 경기하기도 해서 체력이 중요한가 보다 생각이 들었거든요.

전재익 :
체력은 중요해요.

송유진 :
체력에서 집중력이 나와요.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죠.


-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요?

전재익,
  송유진 : 집중력이요.


- 댓글 보니까 재익 선수 상체 근육 좋다고 칭찬 많더라고요. 3대 몇 하냐는 댓글도 있고. (웃음)

전재익 : 사실 화면이 좀 잘 나오는 거예요. 옷이 괜찮아서 그렇지 몸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음, 3대는 잘 모르겠네요. 200kg 언저리? 하하하.
 


- 원래 두 분 다 4인조였는데 믹스더블로 전향한 계기가 있다면요?

송유진 : 저는 고등학생 때 믹스더블 대회를 한 번 나갈 기회가 있었어요. 나가서 경기를 하다 보니까 재밌고, 제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더 많아서 믹스더블을 하고 싶어 졌어요. 

전재익 : 저도 고등학교 때 믹스더블 대회를 나갔는데, 그때 흥미가 좀 있었어요. 또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믹스더블 경기가 있었잖아요? 그 경기 보면서 '재밌겠다 나도 해보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전부터 믹스더블을 계속 하고 싶어했죠.


- 두 분 다 먼저 팀에 믹스더블 하겠다 하신 거예요?

전재익,
  송유진 : 네.


- 그럼 파트너는요?

송유진 :
저희는 저희가 원해서 했어요.

전재익 :
전부터 '같이 해볼래?'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그래서 하게 되었어요.

송유진 :
믹스더블은 보통 그렇게 팀을 이뤄요. 서로 원해서요.


- 사실 믹스더블 체육회에서 대승적으로 권유한 건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거든요.

전재익 :
다른 팀은 모르겠으나 저희는 그렇지 않았어요.

송유진 :
저희는 저희가 원해서 했어요.


- 한 체육회에 믹스더블이 두 팀인데 장점이 많나요, 단점이 많나요?

전재익,
  송유진 : 장점이 더 많아요.

송유진 :
경쟁이 되면서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해요. 그리고 4인조 믹스더블이 있어요.

전재익 :
그게 정식종목은 아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 종목이 있어요. 저희는 믹스더블 선수가 4명이 있으니까 맞춰서 그 경기에 나갈 수 있어요. 또한, 서로 계속 경쟁하다 보니까 실력이 올라가는 좋은 효과가 많아요.


- 경북체육회 A팀과 대결했을 때 이길 거라 예상하셨나요?

송유진 :
예상을 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저희가 하는 플레이에 최대한 집중했어요.

전재익 :
다른 팀과 경기할 때 '우리가 이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경기를 시작하지 않아요. 순간만 생각하고 스톤을 던지죠.


- 사실 그것도 화제가 되었었죠. 아무래도 A팀이 국대니까요.

전재익 :
그런 반응을 보면 조금… 저희는 동료다 보니까요.

송유진 :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니까요. 저희가 우승한 게 아니고, 이제 한 번만 이긴 거니까요.

전재익 :
같이 결승에서 만나는 게 저희도 좋고 원하는 것이니. 아름다운 그림이죠. (웃음)


- 컬링 하면서 힘들 때 도움이 되었던 분들이 계시다면요?

전재익 :
같이 숙소 쓰는 형들. 기복이형, 기정이형….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일단 컬링하는 모습들, 지식들…. 그리고 올림픽에서 뛰신 분이니까 그런 경험들을 많이 전수받아요. 경기장 밖에서는 선수로서의 모습을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고, 닮아가고 싶어요. 저는 체육회 선수들, 선배님들 모두 존경해요. 제 롤모델이에요.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에요. 너무 훌륭해서 한 분만 꼭 집을 수 없어요.
 


송유진 :
저는 팀 내 언니들 모두 존경하는데 (김)경애 언니가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파워풀하고, 자신이 해야 하는 플레이를 딱 해주시고, 어떤 걸 하든 최선을 다해서 하는 모습이 제가 봤을 때는 가장 멋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


- 2018년 올림픽 이후로 컬링 붐이 확 왔어요. 올림픽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도 붐을 느꼈나요?

전재익 :
예전에는 컬링 하면 '그게 뭐야?' 이렇게 질문했는데 지금은 컬링 하면 '아!, 그거?'

송유진 :
맞아요. (웃음) 이제는 많이 알아봐 주세요.

전재익 :
그런 면에서 조금은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지 않았나 느꼈어요.


- 규칙도 많이 아시죠.

전재익
송유진 :  네. 그걸 보면서 많이 느꼈지요.


- 윗분들이 기대감이 클 것 같아요. 새롭게 나온 스타가 두 분이니까. 사람들이 팀에 기대를 건다는 걸 느끼시나요?

전재익 :
일단은 경북체육회에서 저희를 믿고 지원해주고 계시니 저희가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유진 :
저희가 성적을 잘 내야 하고, 더 열심히 해서 컬링을 많이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부담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 처음 팀 맞출 때부터 호흡은 잘 맞았나요?

전재익 :
아니오.


- 단호하시네요. 하하하.

전재익 :
안 맞았다기보다는 좋은데 맞춰야 할 부분이 많았다 이거인 것 같아요.

송유진 :
나는 잘 맞았던 것 같은데?

전재익 :
잘 맞는 부분이 되게 많았지.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맞춰야 할 부분도 많았고. 하나하나씩 해나갔지.

송유진 :
저희가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 달랐어요. 일단 서로 소통이 잘 되어서 다른 것들이 잘 맞춰진 것 같아요. 저는 소통이 잘 되니까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던 거고, 오빠는 소통이 잘 되었는데 우리가 맞춰야 할 것들이 많았으니까 안 맞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긴 하니까요.

전재익 :
플레이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전체적인 성향? 유진이는 플레이상 공격적이고, 상황마다 좀 차분한 편이에요. 그런데 저는 뭐랄까, 과하게 활발하고. 하하하. 분위기 메이커 같은 느낌인데 조금은 수비적,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기를 원하죠. 이런 부분, 서로 과하다 싶은 부분들, 쳐진다 싶은 부분들을 서로 맞춰가는 거였어요. 격차를 줄여나갔던 거죠.


- 그런데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면 좋지 않나요?

전재익 :
좋은 부분도 있고 안 좋은 부분도 있어요.

송유진 :
저는 좋은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전재익 :
좋은 부분이 더 많지.

송유진 :
각자의 좋지 않은 부분을 서로 채우는 거죠. 내가 못 볼 수 있는 것을 재익 오빠가 보고 할 수 있는 거죠.

전재익 :
긍정적인 면이 많죠.
 


- 경기 중 큰 소리로 지시를 하는데 다른 팀도 듣잖아요. 작전 유출에 대한 우려 없나요? 이건 저의 개인적인 궁금증이에요.

송유진 :
어차피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상황을 만들어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경우예요. 상대팀에게 노출 안 하고 싶은 건 귓속말이나 몰래 뒤에서 이야기를 하는 편이죠. 아무래도 경기 중 소통을 해야 해서 크게 이야기를 하죠.


- 컬링 경기 자체가 순간 나오는 상황에 따라 플레이가 바뀌는데 미리 준비한 작전도 시합 들어가면 활용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전재익 :
저희가 원하는 큰 틀은 있어요. 저희가 원하는 대로 다 되었을 때는 저희의 생각이 완성되는 거고, 그게 안 되면 상황에 맞춰서 임기응변식으로 플레이를 하죠. 믹스더블 경기라서요. 아무래도 플레이어는 적고 스톤 수는 많고. (스톤들이) 붙어 있을수록 상황이 많이 나오고, 굉장히 감각적으로 던져야 하는 샷이 많아요. 그런 부분이 4인조보다는 조금 많죠.

송유진 :
4인조는 스위퍼가 두 명이라서 힘을 더 실어서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데 더블은 내가 던진 걸 내가 스위핑해야 해요. 스위퍼가 한 명밖에 없어서 스위핑으로 조절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 코리안리그가 시작했는데, 다른 팀들 경기도 볼 거 아니에요. 이 경기 이 샷은 최고다 했던 게 있다면요?

송유진 :
저는 저희 경기였는데 성유진 오빠(경북체육회A)요. 저희가 4점 따였을 때 보여줬던 샷인데 '와 이건 진짜 잘했다' 했어요.

전재익 :
잘했지.

송유진 :
정말 어려운 샷이었거든요.

전재익 :
저도  같은 샷이요.
 

 

- 우리 팀 이거 플레이 진짜 잘했으니 인터넷에서 많이 퍼졌음 좋겠다 하는 게 있다면요?

송유진 :
아직은 그런 샷이 나온 게 없는 것 같아요. 재익 오빠가 잘한 게 있는데 그건 과정의 샷이라서. 유진 오빠가 했던 '와 이거 진짜!' 이런 샷이 아니고 상황을 잘 만들어준 샷이어서요.

전재익 :
사실 저희가 빅샷을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웃음) 아직까지 안 나왔고, 만들어가야죠.


- 나중에 나오면 이것 좀 인터넷에 퍼트려달라고 글을 쓰세요.

전재익 :
네. (웃음)


- 말씀을 들어보니 경기를 효율적으로 진행하시네요.

전재익 :
그렇죠. 저희가 경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서 효율적으로 하려고 해요. 쉽고 좋은 위치에 스톤을 놓으려 하죠.


- 이건 사람들이 정말 모르는 컬링의 매력이다 하는 게 있다면요?

송유진 :
그냥 봤을 때 컬링은 돌을 던지고 스위핑을 해 경기를 만드는 게 다인 것 같지만, 작전을 짜서 상대를 힘들게 하는 두뇌싸움이에요.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컬링은 매력적인 스포츠인 것 같아요.

전재익 :
종별마다 다른 것 같아요. 여자팀은 여자팀다운 매력이 있고, 남자팀은 남자팀만의 매력이 있고, 믹스더블은 믹스더블만의 매력이 있어요. 각 종목마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경북체육회A팀, B팀 솔직히 이름 멋이 없잖아요. 하하하. 본인 팀 이름을 짓는다면요?

송유진 :
저희는 '송전 듀오'예요.

전재익 :
저는 개인적으로 경북체육회B가 멋이 있는 것 같아요. 되게 마이너한 느낌? (웃음) 사실 A, B가 낫다 못났다 뜻은 아니니까요. 전 되게 맘에 들었어요.


- 바꾸고 싶지 않나요?

전재익 :
네. 하하하.


- 아직 20대 초반인데 훈련하느라 자유시간 없을 것 같아요. 자유시간 생기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나요?

전재익 :
저는 놀러 다니는 걸 좋아해요. 훌쩍 떠나버리고 싶어요. 아무 데나, 동서남북 사방팔방요.

송유진 :
저는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 음… 아직 어딜 가고 싶은지 정하지는 않았어요. 해외는 투어랑 훈련으로 가봤어요. 아무래도 훈련이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내진 못하죠.

전재익 :
그러니까 전지훈련이 아닌 여행 목적으로 해외 가고 싶다는 거지?

송유진 :
네. 맞아요. 하하하.

전재익 :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 이거지? 미국이든 캐나다든?

송유진 :
네. 어디든 다요. (웃음)



- 해외 대회 참가한다고 들었는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아, 그런데 이 대회 이름 너무 어렵다. 하하하.

전재익 :
투어 나갈 때마다 항상 그곳 환경에 빨리 적응해 우리가 원하는 샷을 던질 수 있게 집중하고 있어요. 그걸 준비하면 될 것 같아요. 

송유진 : 대회에 나가서 저희가 성적을 내면 좋긴 한데, 일단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기회잖아요?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많이 배우고 싶다' 이 생각으로 대회 참여를 많이 해요.
 


- 해외 대회 나가면 얻는 게 많을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 플레이 보는 것만으로요.

전재익 :
각 나라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요. 선수들의 작전도 다 다르고요. 그런 걸 보면서 배우죠.

송유진 :
저는 다른 시야에서 볼 수 있는 작전들을 접하게 되면서 '어? 이건 왜 하지?' 이렇게 생각을 하죠. 그게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어요.


- 해외 팀 중 플레이는 대단하다 싶은 팀이 있나요?

전재익 :
아무래도 평창 올림픽에 왔던 캐나다의 존 머리스 팀이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 레벨에 있는 선수들이 믹스더블을 하면 많이 배우게 되어요. 그분들은 4인조도 하면서 믹스더블을 하시니까요. 경험이 많으시죠.


- 4인조도 같이 하고 싶나요?

전재익 :
저는 믹스더블만 하고 싶어요.

송유진 :
저도요.

전재익 :
아직도 믹스더블에서 알아갈 게 많아요.


- 목표는 대표팀이겠어요.

전재익 :
대표팀도 되고 올림픽에도 나가고요.

송유진 :
메달도 따고 싶어요.


- 최종 목표는 뭐예요?

송유진 :
올림픽 메달이요.

전재익 :
금메달도 따면서 선수생활을 쭉쭉 이어가는!


- 컬링은 선수생명이 길다고 들었어요. 언제까지 하고 싶어요?

전재익 :
오래 하시는 선수들 중에는 50대이신데도 현역으로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컬링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플레이가 여유로워지는 게 있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컬링은 피지컬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그 점 때문에 선수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두분이 되게 친하신 것 같아요.

송유진 :
네 맞아요. 되게 친해요.


- 팀 짜기 전부터요?

전재익 :
그건 아니고요, '오, 잘 왔네'. 하하하. 이랬죠.

송유진 :
제가 훈련을 의성으로 자주 다녔어요. (송유진은 청주 출신이다) 재익 오빠가 거기서 훈련하니까 그냥 '안녕하세요' 인사만 하는 사이었는데 같은 팀원이 되고, 대화를 더 많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뭐든 같이 하다 보니까 가까워진 것 같아요.
 


- 팬들이 또 부러워하겠네요.

송유진 :
이건 뺄까요? (웃음)

전재익 :
아냐 괜찮아. 하하하.


- 선수 말고 개인으로서의 목표를 알려주세요.

송유진 :
저는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그게 제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삶이에요.

전재익 :
저는 조금… 아….


- '컬링밖에 모르는 바보' 이런 건가요? (웃음)

전재익 :
하하하. 저는 어디 가나 남에게 폐 안 끼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컬링 할 때도 폐 안 끼치고 유진이 플레이 잘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도와주고요.

송유진 :
아, 너무 착하네요.

전재익 :
저 스스로도 뭔가 남들을 서포트하고 이런 것들을 좋아해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송유진 : 재익 오빠가 성격이 좋아요. 도와주는 것을 잘하시고, 배려를 많이 해주죠.

전재익 :
안 보이는 곳에서? (웃음)


-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 서로 칭찬해주세요.

전재익
, 송유진 : (서로 마주 보며) 하하하.

전재익 :
칭찬할 게 너무 많은데.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없네. 제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그걸 어렵게 생각 안 하고 잘 배려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송유진 :
오빠는 제가 하는 걸 집중할 수 있게 해줘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데, 제 멘탈을 흔들지 않고 저를 배려해주는 게 당연한 것도 아니고, 쉬운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게 해주는 게 항상 고마워요.

전재익 :
사실 칭찬을 많이 해주고 싶어도 아직도 제가 유진이한테 못해준 게 많아서요. 

송유진 : 진짜 착해요. 배려의 아이콘이에요.


- 그럼 앞으로도 더 많은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실제로 본 두 선수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송유진 선수는 밝고 어리지만 묵직하고 진중했고, 전재익 선수는 수줍은 듯 조용했지만,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언변을 가졌다. 코리안 컬링 리그 영상 속 두 선수의 모습은 꾸미거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하나도 가감하지 않은 본연의 모습이었다. 

  물론 더욱 매력적인 것은 역시 '본업'이었다. 컬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절묘하고 정교한 샷과 노련한 경기 운영 등 1시간 30분이라는 경기 시간을 말 그대로 '순삭'하게 만들었다. 송유진 선수의 외모로 입덕한 팬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송 선수의 외모보다는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말 그대로 지독한 전재익 선수의 팬 사랑에 더욱 열광하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송 선수로 입덕하고 전 선수로 출구 봉쇄된 팬들이 이제 두 선수와 함께 컬링의 매력을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