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e스포츠. 그러나 지금은 3~40대 남성은 물론 여성들까지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인기의 요소로는 당연히 수준 높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으나, 이들의 멋진 플레이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해설하여 팬들의 이해를 돕는 캐스터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울프 슈뢰더는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e스포츠 캐스터다. 2011년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으로 오버워치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해설가로 활약한 그는 차분한 어조와 날카로운 플레이 분석으로 시청자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었다. 특히, 한국에서 오래 활동한 덕분에 외국인 캐스터 중 한국 선수들과의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 팬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 팬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 중에는 그가 보여주는 한국 사랑을 꼽을 수 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과 한식을 향한 애정을 쏟아내 '대한미국놈'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그중에서도 '부대찌개'에 열광했고, 이 모습이 온라인 게시판에 퍼지면서 e스포츠 팬들이 아닌 일반 네티즌들에게서도 호감을 자아냈다.
고국인 미국은 물론 해외 출장에서도 현지에서 운영하는 부대찌개 식당을 찾아갈 정도인 그는 가끔 보면 e스포츠가 아니라 '부대찌개'에 인생을 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뭐 어떠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맘껏 먹으며 인생을 즐기는 그 모습이 내심 부럽다.
(울프 슈뢰더 씨와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름 : 울프 슈뢰더(Wolf Schröder)
직 업 : e-스포츠 캐스터
데 뷔 : 2011년 GSL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 한국의 오버워치 커뮤니티들을 알고 계세요? 혹시 방문해본 커뮤니티가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전부 알지는 않지만, 디시인사이드랑 인벤이라는 커뮤니티는 가끔 보고 있어요. 한국 커뮤니티를 볼 때마다 진짜 한국 사람들 유머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감탄할 때가 많아요.
- 오버워치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오버워치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APEX, 지금의 오버워치 리그까지 그 시작을 처음부터 지켜보면서 게임과 같이 저도 같이 성장함을 느낄 수 있었고, 플레이어들과 팬들이 만들어낸 역사들이 더 이 게임에 빠질 수 있게 한 이유인 것 같아요.
- 해설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를 꼽아주시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사실, 해설하면서 모니터가 갑자기 안보이거나, 마이크가 먹통이 될 때가 있어요, 해설자로서 방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기술적인 문제가 있으면 참 곤란하지만, 사실 제일 힘들었을 때를 꼽자면 제가 애정을 가지고 진행했던 토너먼트가 없어지거나 온라인 토너먼트로 대체될 때가 가장 힘들었던 때였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플레이어들과 팬들이 만들어가는 현장감이 이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 개인적으로 영어 해설진 중 최고의 해설 조합이라고 생각하는데, 해설하면서 개인적으로 높게 쳐주고 싶은, 또는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 선수를 알려주신다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평가됐던 선수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를 소개하고 싶어요. 런던 스핏파이어의 Babel라는 선수인데, 팀 BM Hawk부터 지금까지 Babel선수를 인상 깊게 지켜보고 있는데 이 선수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예요.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정확한 때를 기다릴 줄 알아요.
- 리그 옵저버 vs APEX 옵저버 해설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더 맛깔나게 옵저빙 하는 곳을 꼽아주신다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의 경우에 말씀드린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APEX 옵저빙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해외 팬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APEX 옵저빙이 빠르고 어지럽다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그만큼 APEX옵저빙은 많은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한타할 때에도 그림을 그리는 느낌으로 옵저빙 했던 것 같고요. 해설자로서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만큼 오버워치 리그의 옵저빙은 팬분들이 보시기에 좀 더 편안한 그림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어요.
- 최근 발로란트의 e스포츠화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일고 있는데, e스포츠화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아직 판단하기에 이른 것 같아요. 하지만, 발로란트는 재미있는 게임이고, 저도 자주플레이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즐겨서 잘 되길 바라고 있어요.
- 추후에 오버워치2가 출시되고 어떤 캐릭터가 나왔으면 좋겠는지요? (디시 이용자 'ㅇㅇ')
디바 메카팀의 캐릭터가 나왔으면 좋을 것 같아요.
- 오버워치 본인도 플레이 하시는지요? 한다면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요? (디시 이용자 'ㅇㅇ')
당연히 플레이하고 있죠! 특히나 새로운 영웅이 나올 때마다 열심히 플레이하는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해야 해설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플레이할 때마다 제가 얼마나 나이를 먹고 있는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손이 예전처럼 빠르지 않아요…. 제 티어 알고싶지 않으실 것 같아요. (웃음)
- 혹시라도 즐겨보는 스트리머나 인플루언서의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이 있는지요? (디시 이용자 'ㅇㅇ')
류제홍 선수 스트림 자주 보고, 스타 이영호 선수 스트림도 자주 봐요. 밥 먹을 때마다 그때그때 하는 거 보는 편인데, 보통은 오버워치나 스타 많이 보는 것 같아요.
- 오버워치 역사상 제일 좋아했던 메타 혹은 조합이 있다면요? (ex. 리그 시즌2 33, 에이팩스 때 3탱솔져조합, 윈디겐트 돌진 등) (디시 이용자 '레프티카슈')
3-3 (해외에선 GOATS).
- 이번 시즌 우승팀 + 그랜드 파이널 우승팀을 예상해주세요. (디시 이용자 'Stand_Alone')
지금까지 상하이 드래곤즈 팀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왔기 때문에 저는 상하이 드래곤즈가 우승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 울프가 생각하는 리그팀 TOP 5는? (디시 이용자 'ㅇㅇ')
1위는 Shanghai Dragons(상하이 드래곤즈)이고요, 2위가 San Francisco Shock(샌프란시스코 쇼크), 3위는 New York Excelsior(뉴욕 엑셀시어), 4위가 Guangzhou Charge(광저우 차지), 5위로 London Spitfire(런던 스핏파이어)를 꼽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팀이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BAMF')
저는 해설자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팀은 없고, 모든 팀들을 선입견 없이 보려고 해요.
- 스타크래프트2,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를 중계했는데, 셋 중 가장 애착이 가는 e스포츠가 있다면요?
아마 스타2이지 않을까요? 저를 한국으로 오게 한 게임이고, 제일 오랫동안 중계했으니까요.
- 취미가 직업이 된 경우인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요?
취미가 직업이 되면 괴롭다던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너무 재미있고, 허락한다면 언제까지고 이 일을 하고 싶어요. 가끔 제가 해설하는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없을 때가 있긴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정도니까 괜찮아요.
- 해설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2014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을 꼽고 싶어요. 세빛둥둥섬에서 했던 경기였는데 정말 많은 관중분들이 찾아주셨고 그런 멋진 무대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 ‘행운아'라고 느껴졌어요. 그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 한국은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었는지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조지아주는 미국 내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 중 하나예요. 어릴 때부터 한국 친구들과 노는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어요. 한국 친구들과 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접한 것 같아요.
- 한국말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나요? 트위터에 올리는 한글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건가요 아니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쓰나요? (디시 이용자 '정보알리미')
그런 질문들 주변에서 많이 받는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히 몇 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늘었다고 친구들이 이야기해줘요. 초반에 트윗 올릴 때는 주변의 한국인 친구들한테 맞춤법 좀 봐달라고 그런 적 있었어요. 근데 요즘은 그냥 올려요. 나중에 오타 발견하고 창피할 때 많이 있는데 어쩔 수 없죠 (웃음) 이젠 스스로 한국 팬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더 좋아요. 나중에 오타 봐도 이해해주세요.
- 가르쳐 준 사람이 누구길래 그렇게 유창하게 잘하는 건가요? 어떻게 공부했나요? (디시 이용자 '정보알리미')
전 진짜 몸으로 부딪혔어요. 어학당을 다니지도 않았고, 문법을 따로 공부한 적도 없어요. 주변 한국 친구들한테 도움 정말 많이 받았고, 특히 게임하면서 채팅으로 많이 배웠어요. 채팅에서는 간략하게 소통하니까 더 편하게 배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전문적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해서 문법이 약해요. (웃음)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요? (디시 이용자 'ㅇㅇ', '콕스갓')
한국은 살면 살수록 더 좋아지는 곳인 것 같아요. 교통이나 음식은 뭐 더 이상 말하기 입 아프고, 사람들도 항상 친절했고, ‘정’의 문화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곳을 가거나 불안해하며 밤거리를 걸을 필요도 없죠. 한국 사람들은 너무 당연해서 잘 이해 못하겠지만 외국에서 오래 지낸 분이라면 아마 제 이야기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 가족들이 처음에는 한국행을 만류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떠신가요?
가족들은 제가 이렇게 오래 살지 몰랐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길게는 한 달 정도면 돌아오겠지 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올해로 10년째가 되었고 가족들도 제가 한국에서 지내며 행복해하는 걸 아신 뒤로는 응원해 주세요. 하지만 항상 영상 통화할 때마다 언제 미국에 방문할 건지 물어보세요. 그럼 전 반대로 한국에 자주 방문해 달라고 하죠. 하지만 두 분이 너무 바쁘시니까 제가 오프시즌이거나 쉬는 기간이 생기면 최대한 자주 가려고 노력해요.
- 가족들도 부대찌개를 좋아하나요?
예전에 한국에 가족들이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가족들을 데리고 부대찌개 집을 데리고 갔어요. 싫어하진 않으셨지만, 좀 짰대요.(웃음) 미국음식도 엄청 짠데. (웃음)
- 부대찌개는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요?
제가 처음으로 부대찌개를 먹었던 때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그때 같이 게임 캐스터 하던 '닉'이라는 친구가 소개해줬어요. 하루는 그 친구와 새벽까지 술을 먹고 그 친구 집에서 잤는데 다음날 숙취가 너무 심한 거예요. 숙취로 괴로워하는 저를 본 그 친구가 절 데리고 간 집이 부대찌개 집이었어요.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에는 '정말 먹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마지못해 한입 먹은 순간 알게 됐죠. 이게 내가 찾던 맛이라고.
- 한국에서 추천하는 부대찌개 집이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상하이우승존버녀')
요즘 자주 가는 곳인데 홍대입구역 근처에 ‘흥보네 부대찌개' 거기 맛있어요. 근처에 놀러 갈 일 있으면 한번 먹어보세요.
- 오버워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도 유명세를 얻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요. 자신의 일이 아닌 '부대찌개 좋아하는 대한미국놈'이라는 것으로 유명해진 것에 대해 부담감은 혹시 있으신지요?
부담감 전혀 없어요! 많은 분들에게 응원받는다는 건 너무 좋은 일이잖아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앞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싶고, 저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부대찌개 vs 김치찌개 중 하나를 고르신다면요? (디시 이용자 'ㅇㅇ')
부대찌개엔 김치가 들어가요. 그래서 전 당연히 부대찌개예요.

- 평생 부대찌개만 먹기 vs 평생 부대찌개만 안 먹기. (디시 이용자 'Stand_Alone')
평생 부대찌개만 먹으면 빨리 죽을 것 같고, 평생 부대찌개 안먹으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 탕수육은 부먹 vs 찍먹? (디시 이용자 'ㅇㅇ')
실망하시겠지만 전 부먹입니다. 전 소스가 튀김옷에 잘 스며든 게 좋아요.
-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 여러분께 동영상 인사말 부탁드릴게요.
사진 제공 = 울프 슈뢰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