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자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31/3c95b59c-27dd-4ce5-82da-9979d9934e70.jpg)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자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 [AP=연합뉴스]
세메냐의 국제대회 여자부 경기 출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위스 연방 법원이 56일 만에 결정을 번복하면서다. 이대로라면 세메냐는 오는 9월 열리는 2019 카타르 도하 세계육상선수권에 세메냐가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A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법원은 지난 30일(현지시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세메냐는 재판이 끝나기 전 경기에 출전하려면 약물 투여 등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5n㏖/L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되는 육상 경기는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62㎞이다.
AAF와 세메냐는 여성 육상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놓고 지난해부터 대립해왔다.
IAAF는 지난해 4월 "태어날 때부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은 국제대회 개막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받아 수치를 낮추거나, 남자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는 '남성호르몬 제한 규정'을 공표했다. 이에 따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세메냐는 경기 출전을 위해 약물 처방 등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세메냐와 남아공 육상연맹은 "세메냐를 겨냥한 불평등한 규정"이라고 항의하며 CAS에 IAAF를 제소했다. 이들은 세메냐의 기록이 좋을수록 IAAF의 비판 수위는 높아졌고, 세메냐가 여성과 결혼했다는 것을 두고 IAAF가 비판의 날을 세웠다고 반발했다.
재판부의 결정은 여러 차례 뒤바뀌었다. 우선 지난 5월 1일 CAS는 IAAF의 손을 들어줬다. IAAF가 주장한 '평등'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었다. IAAF는 CAS의 결정 직후인 5월 8일부터 여성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했다.
이에 세메냐가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지난 6월 4일 세메냐 입장을 받아들였다. "재판이 끝나기 전, 세메냐는 현 상태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권리가 있다"며 "IAAF의 '테스토스테론 제한 규정은 한시적으로 효력을 잃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스위스 연방법원은 56일 만에 판단을 바꿨다. "세메냐는 신체적으로는 남성이다"라는 IAAF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구체적 이유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IAAF가 제출한 '당장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가 판단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스위스 연방법원의 결정 번복으로 세메냐의 2019 도하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현재로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약물을 투여해야만 주 종목인 800m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세메냐는 지난 2월 CAS재판에서 "나는 세메냐다. 세메냐 그대로의 모습으로 달리고 싶은 캐스터 세메냐다. 나는 여성이다. 단지 다른 여성보다 빨리 달릴 뿐이다"라며 "세계선수권대회에는 800m에만 나설 생각이다. 주 종목 출전이 막히면 세계선수권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이 또 다시 입장을 바뀌지 않는 한 세메냐는 올해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를 포기하고 스위스 연방법원 재판이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내년 초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취지 않아도 되는 여자 3000m 경기에 출전하며 법정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세메냐의 변호인 도로시 스램은 "스위스 연방법원의 이번 결정은 실제 재판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승자는 결승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메냐와 나는 인권을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