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초선인 A시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은 자에 대해서만 관심이 집중되는 도시 답 없다. 박정희든 왕산이든’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시의원이 글을 게재한 날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리기 전날이었다. 26일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박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이 진행됐다. 구미 지역에서 처음으로 진보 성향 후보(더불어민주당)로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난해 추도식에는 “민간 주도 행사에 너무 큰 의미가 담겨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불참했다.
그동안 역대 구미시장들이 초헌관(제례에서 첫 술잔을 올리는 사람)을 맡아 왔지만 장 시장은 추도식 자체에 불참에 ‘박정희 지우기 논란’이 일었다. 따라서 올해 장 시장의 참석 여부가 지역에서는 큰 관심사였다. 장 시장은 올해는 추도식에 참석해 초헌관을 맡았다.
A 시의원이 이 글을 올리기 전인 지난 21일에는 왕산 허위 선생의 향사(추모제)가 열렸다. 왕산 허위 선생은 구미 지역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안창호·안중근 의사 등과 같은 독립유공자 서훈 1등급이다. 왕산 가문은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 14명을 배출해 우당 이회영 선생 가문(서울), 석주 이상룡 선생 가문(안동)과 함께 독립운동 3대 명문가로 꼽힌다. 구미시는 앞서 2016년 기념 광장 등을 조성하겠다고 했다가 장 시장이 당선된 후 이를 취소해 허위 선생의 손자 부부가 지난달 구미시청 앞에서 2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A 시의원은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구미가 왕산 허위 선생과 박 전 대통령에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 싫어서 글을 올렸다”며 “구미는 지금 경제성장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자꾸 두 사람과 관련해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글을 지운 이유에 대해선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일기처럼 썼다가 30분 만에 지웠다”고 말했다.
구미=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