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상해미수 징역 8개월, 집유 1년
전주지법 형사7단독(한지숙 판사)은 13일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해 4월 23일 오전 8시12분쯤 임실군 자택에서 남편 A씨가 평소 자주 먹는 들기름에 액상 살충제를 넣고, B씨가 복용하는 환약(알약) 용기에 가루 형태 살충제를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날 밥에 들기름을 부어 비빈 뒤 입에 넣었다가 이상한 냄새를 맡고 뱉는 바람에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살충제가 섞인 환약은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취미 생활(판소리)을 하느라 밖으로만 나돌아다니고 밖에서 내 흉만 보고 다녀 농약을 먹고 몸이 좀 아프면 성질이 차분해져 말수도 줄어들 것 같아 농약을 (들기름 등에)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 측은 “판소리는 A씨의 유일한 취미일 뿐 농사를 소홀히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100명이 넘는 마을 주민 탄원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탄원서엔 “A씨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하던 선량한 농민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복숭아 농사를 짓기 위해 농업인대학 ‘복숭아반’ 과정을 이수하고, 2018년엔 굴착기 조종 교육까지 받았다고 한다.
재판부 “부당 대우…충동적 범행”
A씨 측 변호인은 “B씨는 A씨가 신경외과에서 통상적인 진료를 받은 사실을 들어 자녀에게 ‘A씨는 조울증 환자다’ ‘약을 안 먹으면 의사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다고 했다’ 등 거짓말을 일삼았다”며 “A씨는 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A씨는 선친이 남겨준 과수원 명의를 B씨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음독 사건’ 이후 큰 충격을 받고 극도의 우울감·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하지도 못했다”면서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가정폭력 내지 부당한 대우에 장기간 노출됐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원망에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씨가 범행을 시인하고 있는 점, A씨 신체 기능이 손상되지 않은 점, 자녀가 선처를 탄원한 점 등도 고려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이 사건 직후인 지난해 5월 1일 B씨에게 보복 폭행을 가했고, 이로 인해 B씨에 대한 접근 금지 등 임시 조치 결정을 받았다.